▲왼쪽부터 조영준, 김정ⓒ송경호 기자

얼굴 없는 CCM 가수 '시와 그림', 얼굴 대신 한편의 동화와 메세지 그리고 주님의 음성만이 들리는 그들만의 사역이야기. 최근 3집 '바람속의 음성'을 통해 다시 잠시 얼굴을 내민 그들을 만났다.


시와 그림은 '항해자'로 유명세를 타며 벌써 3집 앨범 '바람속의 음성'을 발표한 CCM계에서 익히 알려진 사역자이지만, 정작 그들의 얼굴을 아는 이들을 극히 적다.

앨범 자켓에는 그림만 있고, 사역을 다닐 때도 시와 그림이 꼭 필요한 곳만 가기 때문이다. '얼굴 없는' 가수라는 말도 이런 상황에 기인한 것이다.

지난 2000년 시와 그림은 '항해자' 앨범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사역의 길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역의 문턱에 서는 것도 너무나 힘들게 다가왔던 시와 그림은, 큰 호응이 없는 1집 음반의 반응에 음악사역의 발걸음을 마치고자 결심했던 때도 있었다.

조영준 씨는 그 때를 회상하며 "그래서 하나님 앞에 모든 걸 맡기고 '포기'하는 것만이 저희가 할 수 있는 길이었다"라는 말로 그 때의 착잡한 심정을 표현했다.

"그 때부터 포기하는 순간이 하나님이 일하시는 때라는 저희들만의 노하우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인터넷을 본 조영준 씨는 스스로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1집 '항해자'가 CCM의 상위권 순위에 있었던 것.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포기한 순간부터 하나님이 움직이신' 사건.

보컬을 맡고 있는 김정석 씨는 "그래서 2집은 발표 후에 한달만에 포기했고, 3집은 낼 때부터 포기했다"며, 유머안에 담긴 신앙의 무게를 전했다.

그래서일까, 시와 그림의 사역 색깔은 너무 뚜렷하고, 너무 신앙적이다.

'바람속의 음성' 앨범을 들어본 누구나 '역시 시와 그림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듯, 그들은 1집에서부터 마지막까지 변함없는 사역자가 되길 희망한다.

"3집에는 위로와 격려도 있지만, 절벽에 선 자의 신앙고백을 노래했어요. 3집을 준비하며 다가오는 것은 '너가 나의 손을 잡겠느냐, 말겠느냐'는 결단을 요구하는 하나님의 음성이었죠"

이런 질문앞에 섰던 시와 그림은 '바람속의 음성'을 통해서 다시 묻는다. "절벽 앞에서 주님의 손을 잡고 날아오르시겠습니까? 그렇지 않으시겠습니까?", '바람속의 음성' 안에 메세지에 대한 해답이 내려져 있지 않은 것도 이런 의도를 염두해 둔 덕택이다.

락발라드로 호소력 짙은 찬양을 전해왔던 시와 그림. 이번 앨범에서는 그들만의 워십, 메세지의 워십도 들을 수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 잘 알려진 '엘 샤다이(El Shaddai)'와 '모세의 노래', '여호와의 유월절'은 하나의 흐르는 메세지에서 나온 곡들.

특히 엘 샤다이는 출애굽 후 홍해를 가르시고 광야에서 먹이시며 인도하시는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와 그림의 메세지가 잘 담겨있다.

시와 그림만의 메세지는 인터뷰 마지막에 전한 그들만의 격려메세지에도 잘 묻어난다.

"경제상황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어려움에 있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포기할 시점이 가까이 온다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의 시점이 가까이 온다는 것입니다.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또 한번의 기회가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절벽에 서 있더라도 주님의 손을 잡고 날아오르시면 됩니다"

절벽에서 날아오르는, 위기 앞에서 기회를 잡는, 포기앞에서 축복을 기다리는 시와 그림. '바람속의 음성'에 담긴 메세지가 이 시대에 위로와 힘이 되길 기대한다.

문의)011-740-9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