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송광택교수

리처드 니버 지음/ 대한기독교서회


리차드 니버(1894-1962)는 신정통주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의 동생이다. 그는 미국 미조리주에 있는 라이트시티에서 태어났다. 니버 형제는 어려서부터 아버지 밑에서 자유롭게 신학 공부를 했다고 한다. 리차드 니버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 목사가 되고자 엘머허스트 대학을 거쳐 이든 신학교에 가서 공부했다.

1914년 그는 신학교를 졸업하는 즉시 세인트 루이스에 가서 목회를 했다. 목회를 하면서 그는 워싱톤대학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1917년). 1919년 그는 이든 신학교로 자리를 옮겨 신학과 윤리를 교수하다가 3년 후에 예일 대학교에 가서 신학을 공부하였다. 1924년 그는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후 엘머허스트 대학의 학장으로 3년간 지낸 다음 1927년 자기 모교인 이든 신학교로 다시 돌아가 기독교윤리를 가르쳤다. 이때에 <교파주의의 사회적 기원>이라는 책을 써서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1931년 그는 예일 대학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 곳에서 윤리와 신학을 가르쳤다. 그는 미국의 자유주의 신학을 비평하면서, 다음과 같이 빈정대기도 했다: '진노가 없는 하나님이 십자가 없는 그리스도의 사역을 통해서 죄가 없는 사람들을 심판이 없는 천국으로 인도하였다.'(참고. 교회사 핸드북, 생명의 말씀사)

리차드 니버는 그의 대표작 <그리스도와 문화>에서 다섯 가지 유형의 문화관을 제시하였다.

1) '문화에 대립하는 그리스도'는 문화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배타적인 태도를 가리킨다. 이런 태도를 가진 이들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사회 관습이 무엇이든 지간에 그리스도와 적대 관계에 있다고 본다. 그는 2세기의 교부 터툴리안과 톨스토이에서 그 전형을 본다.

터툴리안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문화의 타락한 오락, 학문, 정치에서 탈출하도록 권면하였다. 한편 톨스토이는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의 산상보훈의 말씀대로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니버에 의하면 이러한 반문화적인 유형의 삶은 그 자체 내에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인간은 언제나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2) '문화의 그리스도'는 첫 번째 유형과 정반대되는 것이다. 이 유형을 따르는 사람들은 그리스도와 문화 사이에 근본적인 일치와 연속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그리스도는 위대한 교육자요 문화의 영웅이시다.

토마스 제퍼슨은 그리스도를 와전한 도덕 교육가로 보았고, 쉴라이에르마허는 그리스도를 모든 종교와 문화의 완성자로 보았다. 이 관점은 신학의 본질과 그 문화적 표현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3) '문화 위의 그리스도'는 그리스도와 문화를 다 긍정한다. 그러나 둘 사이에 간격이 있다고 본다. 이 관점에서는 그리스도가 로고스와 주님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리고 그리스도를 높은 층에 두고 문화를 낮은 층에 둔다. 이러한 생각은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에서 나타났고 후에 토마스 아퀴나스에게서 나타났다.

4) '역설 관계에 있는 그리스도와 문화'는 그리스도와 문화의 관계를 화해할 수 없는 양자간의 끊임없는 싸움으로 이해한다. 그리스도는 그리스도요 문화는 문화다. 니버는 이런 유형의 대표자가 사도 바울과 루터 그리고 키에르케고르 등이라고 말한다.

5) '문화의 변혁자인 그리스도'. 이 유형의 대표자는 어거스틴, 칼빈, 존 웨슬리 등이다. 이 입장에 의하면 세계는 구속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인간 문화의 문제는 변혁의 문제이다. 세계는 배격되어서도 안되고 소홀히 여겨져도 안된다. 따라서 이 유형에서 주장된 그리스도는 죽음과 죄에 예속되어 있는 인간을 구속하시는 것뿐 아니라 문화 속에서 사는 인간 생활을 계속적으로 성화시키고 변혁시키시는 분으로 이해된다.

본서는 문화에 대한 기독교의 관점을 정리해주는 고전적 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