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많은 이들이 각 후보들의 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다. 기독교계도 예외가 아니다. 안보, 경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정책을 검토하고 이를 제안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차별금지법'이다. 이것이 제정될 경우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등 자칫 '역차별'로 이어질지도 모른다고 염려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여러 국회의원들에 의해 발의됐던 차별금지법안들이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 사유 중 하나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같은 조항이 담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가령 설교에서 동성애를 비판할 경우 이것이 법을 어기는 것이 돼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계의 우려다.

얼마 전 '한국기독교 대선정책 1차 포럼'에서 발제한 이용희 교수(에스더기도운동 대표)는 "동성애 차별금지법은 단순히 동성애자들을 욕하거나 왕따 시키는 등의 차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며 "동성애를 정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차별로 간주해 형사 차벌을 하는 법이다. 동성애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교도소에 가거나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권조례
▲지자체의 인권조례 및 각 지방 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현황 ⓒ바른군인권연구소
광역 17곳 중 16곳, 기초 226곳 중 82곳
학생인권조례는 서울, 경기, 광주, 전북

다행히 아직 이런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 국회를 통과한 차별금지법만 없을 뿐,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이미 이에 준하는 '작은 차별금지법'이 현실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인권조례'가 바로 그러한 것들 가운데 하나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근거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등이 이를 제정했거나 제정을 시도하고 있다.  

바른군인권연구소 대표인 김영길 목사가 최근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권조례가 이미 통과된 광역자치단체(총 17곳)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 인천, 대구 등 무려 16곳. 기초자치단체 226곳 중에선 82곳이 그렇다. 이 둘을 합치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243곳 중 98곳(40.5%), 즉 10곳 중 4곳에서 인권조례가 존재하고 있다. 절반에 가깝다.

문제는 이런 인권조례들이 기존의 차별금지법안과 마찬가지로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 사유 중 하나로 정하고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직접적으로 '성적 지향'이라는 문구를 삽입해 이에 따른 차별금지를 명문화 하고 있는 곳은 경남, 서울 은평, 부산 연제·남구·수영·해운대 등 모두 9곳. 그러나 나머지 대부분의 지역도 조례의 법적 근거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두고 있어 ‘성직 지향’을 차별금지 사유로 포함할 소지는 다분하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장 제2조 3호는 성별, 종교, 장애, 나이 등 여러 차별금지 사유를 나열하면서 '성적 지향' 역시 여기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 같은 인권조례는 지자체 차원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교육 현장에도 스며들고 있다. 이른바 '학생인권조례'가 그것이다. 현재까지 서울과 경기, 광주, 전북 교육청이 이를 공포한 상태다. 비록 4곳뿐이지만 다른 교육청들 역시 해당 지역의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로 제정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 이를 시도했다가 저지된 곳들도 있다.

지난 2012년 1월 26일 공포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의 제2장 제1절 제5조는 학생이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을 포함해 성적 지향 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기와 광주의 학생인권조례도 이와 유사하다. 전북학생인권조례만 "학생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의 차별행위의 정의에 해당하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그 실질적 의미는 같다.

"지금 상황 방치하면, 차별금지법 제정은 시간문제"

조례는 지방자치단체의 의회가 제정하는 자치법규다. 다만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제정이 가능하고,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벌칙을 정할 경우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지방자치법 제22조)는 제약이 있다.

그렇기에 국회가 차별금지법을 만들어 처벌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이런 인권조례의 '부작용'을 당장 피부로 느끼기란 어렵다. 인권조례가 그 동안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여러 곳에서 제정됐음에도 기독교계가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는 차별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 즉 '법률의 위임' 가능성이 커져 인권조례를 어겼을 때 이를 벌할 수 있는 여지도 그 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 사유로 정한 인권조례가 더 많이 제정되면 될수록, 향후 차별금지법이 생겼을 때, 특히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들의 '범법률'도 그에 비례해 높아질 수 있다.

때문에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 사유로 하는, 더 이상의 인권조례의 제정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바른군인권연구소 대표 김영길 목사는 "기독교계가 동성애 차별금지법의 입법을 막으려면 그 전단계라 할 수 있는 이러한 인권조례의 제정을 먼저 저지해 차별금지법안 발의 자체가 어려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차별금지법 제정은 시간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 동성애 차별금지법과 같은 큰 비는 물론 피해야 하지만, 그것만 의식하다가 이런 인권조례와 같은 가랑비를 무시하게 되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옷이 젖어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