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성서 속 우리에게 일러 주시는 말씀 중에는 종말에 대한, 그리고 예수님의 재림을 '준비'(準備)하는 열 처녀의 비유가 있습니다. 이는 모르는 분들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말씀입니다.

당시 팔레스타인의 풍습으로는 결혼식이 밤에 주로 이뤄졌기 때문에, 등불은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초저녁에 결혼식을 했더라면 아마 기름을 더 준비할 필요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당시 신랑 측이 신부 측에 내는 결혼 지참금 관련 논의가 길어져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종종 신랑이 늦게 등장하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신랑이 결혼식에 입장하는 시간은 대개 알지만, 부득불 늦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기름은 늘 준비되어 있어야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신랑 되신 주님께서 언제 오실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성도는 늘 기도와 영적인 삶으로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 안 또는 노회·총회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보면, 충분한 논의나 사전 준비 없이 일하는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예배 준비와 부흥회, 수련회, 체육대회 등 많은 프로그램들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계획과 교육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식을 습득해야 합니다. 행사 후에는 잘못된 점을 인식하고 반성하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논의가 있어야만 발전이 있을 것입니다. 그 준비에는 회개의 합당하고 충분한 인식과 행동이 뒤따릅니다.

'지파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습니다. 백전백승이란 1백 번을 싸운다는 뜻이 아니라 백 가지 종류의 전투를 가리키는 것으로, 지구전이든 육박전이든 어떠한 종류의 전쟁을 치른다 해도 이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은 오늘날 삶에서 우리 성도의 신앙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요긴한 말입니다. 자신이 당면한 신앙생활을 정확히 진단하고 파악하여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우선 나 자신의 믿음 상태를 면밀히 검토하며 주께서 원하시는 뜻이 무엇인지 간파하고 행동으로 나타내는 것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교회 내에서 대표기도를 맡았을 경우라면 한 달 전부터 매일 기도하면서, 기도를 맡은 주일이 감사주일인지 어린이주일 또는 어버이주일인지, 그리고 무슨 행사가 있는지를 사전에 인지하여 매일 기도문을 작성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준비하는 것입니다.

특히 수련회, 부흥회, 체육행사 등 많은 프로그램은 사전에 장소를 직접 답사하고, 주위 환경을 충분히 머리에 담으며, 회원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합니다. 안수집사, 권사, 장로라 해서 무조건 지시만 할 것이 아니라, 성도와 협력하고 지혜를 모아 의견을 나누며, 철저한 준비를 거쳐 사명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이 성도를 향해 자신의 경험을 강제로 주입하려는 모습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경험은 정말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발 빠르게 변화하는데, 무조건 자신의 경험담만 고집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은 처사입니다. 자신의 경험에 시대의 변화를 접목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차거나 뜨겁지 않은 미지근한 신앙 상태를 가진다면, 버림받은 다섯 처녀와 같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가정에서 매일 TV만 보거나 게임과 오락에 빠져 그저 허송세월하면, 훗날 큰 낭패를 당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우리 성도가 제일 무서워해야 할 것은 신앙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 포기는 주님을 배신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죽을 것같이 힘들어도 1미터는 더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쉽게 포기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씩 천성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세상이 힘들고 지치더라도, 하늘의 꿈을 싣고 현재의 고난을 이겨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준비된 신앙생활을 해야 합니다. 기름을 준비해야 합니다. 신랑이 더디 올 수도 있지만, 반드시 오심을 의심치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 준비에는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신앙생활에 대한 우선순위(priority)를 매일 같이 메모하는 것입니다. 전날에는 내일 할 일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메모하며, 다음 날 일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순위를 가리는 것입니다.

대충대충 질서 없이 일을 하다 보면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성도는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인간은 완벽하게 기억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나하나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일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면, 일을 그르쳐 사탄 마귀들이 좋아할 일이 없을 것이고, 승리를 통해 많은 상급을 받으리라 믿습니다.

이와 함께 준비하는 성도는 약속을 잘 지켜야 하며, 모든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그리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남들이 싫어하는 일들을 도맡아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시샘도 모함도 술수도 있겠지만, 준비된 성도라면 잘 이겨나갈 것이고 더욱 신앙이 성숙되어 늘 기쁜 찬송이 절로 가슴을 뛰게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섯 처녀와 같이 슬기로운 등과 기름을 항상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신랑이 언제 오든 상관없이 준비되어 있는 믿음의 성도가 됩시다. 우리 주님은 사랑스럽고 다정한 미소를 지으시며 우리를 향해 찾아오셔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어루만져 주실 것입니다.  

/이효준 장로(부산 덕천교회,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