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에서 잔인무도한 방법으로 인질 살해를 협박하는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파리 테러 이후 테러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테러방지법 제정 촉구 국민운동연합(이하 운동연합)’은 11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제3차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국회의원 전원에게 테러방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공개 질의한 후 그 결과를 오는 12월 4일 발표할 예정이다.

운동연합은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공개 질의를 통해, 테러방지법 제정에 반대하거나 기권하는 의원을 ‘국민 생명과 안전을 경시하는 무능한 국회의원’으로 규정하고, 내년 있을 20대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들은 ‘국회는 국제적인 테러 위협 대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테러방지법을 즉각 제정하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이제 19대 국회가 6개월밖에 남지 않아 테러방지법이 자동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며 “국회는 15년째 방치되고 있는 테러방지법을 즉각 제정해 입법부로서의 사명을 다해야 하고, 만일 이를 등한시할 경우 19대 국회의원 전원은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테러방지법 입법, 왜 필요한가

테러방지법은 파리 테러를 계기로 국내에서 암약하던 IS 대원들의 존재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테러방지법이 국회에서 15년재 방치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파리 테러에 앞서서는 지난 1월 국내 청소년인 김모 군이 출국해 현지에서 IS에 가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낳았다. 이후 IS에 동조하는 우리 국민 10명이 인터넷에 공개 지지를 표명했고, 이들 중 2명이 IS에 가담하기 위해 출국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무슬림 성직자 이맘 등이 SNS를 통해 IS를 선전·선동하거나 테러단체 연계자들이 테러자금을 지원하려다 적발된 사례도 최근 5년간 48명에 이른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다문화사회에 진입하면서, 이질적 문화에 의한 위험요소도 존재한다. 현재 국내 외국인 근로자는 59만여 명, 불법체류자는 21만 2천여 명에 달하고, 무슬림 부모에게서 태어난 2세들도 6,300여 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차별대우나 사회 부적응 등으로 불만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슬람 성원이나 예배처소 116곳과 집거지 44곳은 테러단체 연계자들의 은거가 용이하다”고 지적한다.

얼마 전 한 IS 추종단체가 “코엑스(COEX)를 폭파하겠다”고 위협했던 것처럼, 공항이나 지하철 등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테러 협박사건도 1년에 30-50건 정도로 증가 추세다. 사제폭발물의 경우 인터넷에서 제조법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증오범죄나 폭발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에게 테러를 가했던 김기종 같은 인물들을 추적·조사하고 국내에 은거한 해외 테러단체 연계자나 자금조달자를 색출하는 등 해외 테러단체 연계자 또는 자생 테러 위험인물을 감시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일에 있어서도, 현행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또 해외 테러단체 가담자들이 국내에 잠입할 시 처벌할 수 있는 법·제도의 정비도 시급하다.

▲눈물제단에서 본 성지 예루살렘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해외 선교사들과 성지순례 성도들 보호 위한 장치

뿐만 아니라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나 여행객들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증가하면서 전 지구적 테러 위기 대처에 우리나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현재 최대 테러 위협세력으로 부상한 IS의 경우, 중동만이 아닌 필리핀 등 전 세계 18개국 31개 단체가 지지를 표명하고 있어 언제 어디서 테러가 발생할지 예상하기 힘든 형국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현재 27개국에 2,206곳이 진출해 있고, 파병된 군인들도 16개국 1,100여 명에 달한다. 또 테러가 빈발하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에는 성지순례자들과 선교사들도 많아, 그들의 안전 보장을 위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특히 IS의 주 ‘표적’이 기독교인들인 만큼, 테러방지법 입법을 위해 교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IS 등은 선전전에도 적극적이어서, 그 대응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IS는 ‘다박’ 등 인터넷 선전 잡지를 발간하고, 8천에서 1만 개 사이의 ‘지하드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조직원들을 모집하거나 자생 테러를 선동하고 있다. 지난 1월 7일 프랑스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처럼 자생 테러 수법은 다양화되고 있으며, 사제폭발물의 위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와의 테러 공조를 위해서라도 테러방지법은 필요하다. 현재 OECD와 G20 회원 41개국 중 테러방지법이 없는 국가는 일본, 스위스, 중국, 아르헨티나, 그리고 우리나라까지 총 5개국에 불과하다. 이들 중 중국은 ‘反테러법’을 준비 중이다. 유엔 안보리도 2001년 美 9·11 이후 각국에 테러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외국인 테러전투원 모집과 국경 이동 차단 및 처벌 의무화 결의를 채택했다.

▲지난 10월 테러방지법 즉각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운동연합 제공

◈우리나라의 현 상황과 입법 후 기대 효과

우리나라는 지난 1982년 1월 대통령 훈령 ‘국가대테러활동지침’에 의거해 국무총리 주재 테러대책 회의 및 국정원장 주재 테러대책상임위원회를 운영하고, 테러 8개 유형별 사건대책본부 설치 등 국가적인 대테러활동 체계를 가동 중이다. 그러나 대통령 훈령은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적 대테러 수단과 방법이 거의 없는 상태에 있다. 북한도 호시탐탐 우리의 후방 교란을 노리는 가운데, 국민들은 무방비 상태로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

美 대사 테러사건 당시에도 범인과 테러단체 자금조달자 등 위험 인물 추적을 위해 통신정보와 금융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재했고, 결국 사고 예방에 실패하고 말았던 전력이 있다. 최근 파리 테러 이후 용의자들을 감청 등을 통해 위치를 추적하고 붙잡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활동이 국내에서는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테러방지법이 제정될 경우, 모든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범국가 차원의 대테러 체계가 구축되게 된다. 정부부처와 각 지자체, 위험물 관리자 등도 보다 긴밀한 협조 아래 테러위험 인물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또 테러단체를 지정하거나 가담자를 처벌하고, 테러를 선동하거나 선동물들을 긴급히 삭제할 수 있으며, 국가 중요 행사 시 안전 대책이 마련되고, 테러 대상 시설이나 테러 이용수단에 대한 안전관리도 적극 도모할 수 있다.

또 테러 신고자에 대한 포상이나 만에 하나 테러로 인한 국민들의 신체·재산상 피해 지원도 가능해져, 국민들의 자발적 테러예방활동에도 기여할 수 있다. 외국인 테러범들에 대한 처벌이나 국제 대테러 공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