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육학회가 21일 고신대학교 손양원홀 비전관에서 ‘21세기 위험사회 속에서의 영성과 기독교교육’을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학술대회는 예배와 세 번의 주제강연, 분과별 논문발표 등으로 진행됐다.

첫 주제강연은 ‘21세기 위험사회 속에서의 영성과 기독교육’을 제목으로 오성주 교수(감신대)가 맡았다. 오 교수는 “오늘날 우리는 위기의 시기를 넘어 노출된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며 “교회는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종교적이고 도덕적인 힘을 잃어버리고, 사회적 불합리성에 반대하기보다는 못마땅하거나 유리한 쪽을 선택하는 자유선택의 환상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오늘날 신자유주의로 인간성이 파괴되고 자본(돈)이 신이 되어버린 종교의 역기능적 형태에서 유래되는 새로운 억압과 소외, 두려움과 불안, 저항과 반항, 그리고 공격에 처한 위험사회 속에서, 대안적 형태의 영성적 접근은 기독교 신앙전통의 중요한 덕목이 되어온 ‘긍휼’과 ‘상호책임성’, 그리고 ‘공동체 세우기’를 위한 영성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말로, 사랑과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하나님나라를 세우기 위한 해방과 희망의 영성”이라며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유래된 분열과 이기심, 두려움과 불안을 조성하고, 외향적 소유와 성과 중심의 삶, 경쟁과 차별로 비인간화 되어가는 사회를 위험사회라고 한다면, 다시 예수의 길을 가르쳐 참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 즉 자기 정체성과 소명을 찾아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게 하는 영성과 교육이 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오 교수는 “오늘날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맘몬의 신이 아니라 현대인의 마음에 하나님이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기도는 호흡이요, 생명이다. 하나님의 임재를 위한 깊은 명상과 기도를 통한 가르침, 배움을 통한 창조적 영성이 한국교회에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를 창출하기 위해 비인간화시키며 외향적으로 무한정 인간의 가능성과 능력을 발휘하도록 유혹함으로, 항상 초조하고 불안하고 분주한 삶으로 뻗어나가는 현대인들에게 바른 영성과 대안적 교육을 통해 기도의 신학과 기도생활을 가르쳐 상실된 자기 정체성과 주체성을 회복해 온전한 자아를 통해 타자를 사랑과 자비로 환대하는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원영 교수(서울기독대)가 ‘위험사회와 예술 영성: 기독교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한 아이이어’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손 교수는 “이성의 위기가 가져온 파편화의 시기에 기독교 교육과정 개발자는 교육과정을 통해 형성하고자 하는 기독교적 인간상을 ‘예술영성의 인간’이란 측면에서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조정환은 신자유주의의 시대, 즉 울리히 벡 식으로 말하면, 위험사회의 시대에 요청되는 인간상은 ‘예술인간’(homo artis)이라고 했다. 여기서 예술인간이란 우리가 통상 말하는 전문 예술가와 동의어가 아니”라며 “오히려 예술인간은 예술가로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간주되는 인간이지만, 그것을 넘어서 관습화된 ‘예술’의 개념을 뛰어넘어 자신의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 아름다운 삶을 창조하는 인간”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벡의 용어로 한다면, 제2차 근대에서 성찰적으로 제 자신과 늘 새롭게 마주치는 개인이다. 그런 예술적 인간은 곧 예술영성의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따라서 예술영성의 인간은 일상생활 속에서 예술가이신 삼위일체 하나님을 본받아 한 멋진 삶을 추구하는 생활영성을 실천하는 존재이며,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정치(권력의 획득)가 아니라 일상적인 삶을 통해 자신과 주위의 삶을 예술영성으로 변화시키는 생활정치에 참여하는 존재”라고 했다.

그는 또 “위험사회의 도래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인식 하에, 기독교 교육과정 개발자는 기독교 교육과정을 단지 위기와 갈등을 풀기 위한 일회적 처방기술로서 소위 ‘10단계 프로그램’(미국의 알콜중독자 치료프로그램) 같은 것으로 파악하지 말고, 재개념주의자들이 교육과정을 명사가 아닌 동사로서의 ‘쿠레레’(currere)로 재개념화하듯이, 예술영성의 형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경주로를 따라 달리는 행위’(running of the race) 자체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 교수는 “그래서 이 레이스를 교사와 학습자 그리고 곁에서 응원하는 학부모와 이웃들이 함께 어울리며 순례의 길을 가듯 함께 더불어 달릴 때, 위험사회가 겪고 있는 파편화의 위기 속에서 우리의 ‘부서진 마음’(brokenheart)들은 어느 순간 예술영성에 의해 치유되어 새롭게 건강을 되찾아 하나님의 나라를 맛보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끝으로 이종헌 박사(아리랑풀이작은그룹)가 ‘아리랑풀이에서 피어나는 영성’을 제목으로 발표했고, 이후 총 10개의 분과에서 논문발표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