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한일 신학자 학술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명용) 연구지원처가 주최한 제5회 한일 신학자 학술회의가 ‘화해와 연대: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하여’를 주제로 20일 서울 광장동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 새문안홀에서 진행됐다.

이날 장신대 총장 김명용 박사와 일본 세이가쿠인대 총장 시미즈 마사유키 박사가 발제했고, 마츠코토 슈(세이가쿠인대) 박사와 최윤배 박사(장신대)가 논찬자로 나섰다.

먼저 ‘온 신학의 평화 신학’을 제목으로 발표한 김명용 박사는 “평화는 하나님 통치의 결정적 상징”이라며 “하나님이 세상을 다스리시면 세상은 평화의 세계가 된다. 그러므로 하나님 통치의 상징인 메시야 왕국은 평화라는 상징으로 성서 속에 기록돼 있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의 통치가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변화에도 힘을 쏟아야 할 뿐만 아니라 세상의 구조를 변혁시키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며, “개인의 변화가 우선이고 사회의 변화는 그 다음에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주장에 대해 “온 신학적 관점이 아니”라고 했다.

김 박사는 “우리는 사탄이 개인 뿐만 아니라 세상의 구조도 사로잡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면서 “개인이냐 구조이냐의 양자택일은 잘못된 논쟁이다. 교회는 개인을 악의 세력에서 구원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세상의 질서도 하나님의 뜻에 맞게 변화시키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명용 박사(왼쪽)가 발제하고 있다. 그 옆은 논찬을 맡은 마츠모토 슈 박사. ⓒ김진영 기자

특히 그는 “하나님의 나라가 교회를 통해서만 확장돼 나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교회에 대한 과대평가”라며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키시고 건설하시는 분은 하나님 자신이지 결코 교회가 아니다. 물론 교회 없이 하나님나라 건설을 언급하는 것 역시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 건설을 위한 하나님의 활동은 교회 안과 밖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김 박사는 “하나님나라 건설의 결정적 도구는 교회”라며 “왜냐하면 교회만이 하나님의 뜻을 명시적으로 아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교회를 통한 성령의 직접적인 지도가 없는, 교회 밖의 선한 활동들은 순식간에 이기심에 물들고 잘못된 길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평화의 길을 △정의 △이웃 사랑 △원수 사랑 △대화와 설득 △평화를 위한 기도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김 박사는 “참된 평화의 길은 무력이 아닌 대화와 설득의 길”이라며 “온 신학은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화해의 힘을 의지하는 신학이다. 적을 적으로 보는 한 진정한 대화는 불가능하고 참된 화해의 가능성도 차단된다”고 했다.

이어 ‘화해와 연대: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하여 -일본의 철학적 과제’를 제목으로 발표한 시미즈 마사유키 박사는 “크리스천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에 비해, 일본에서는 크리스천 수가 인구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현재 기독교에 관심을 갖는 일본인이 적지는 않다. 그러나 세계의 정치적 위기가 많은 종교적 분쟁과 결부돼 이해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기독교 등의 일신(一神)교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생겨났다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역사는 아시아 대륙과 후일 구미의 문명 사상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면서 그것을 심화시킨 것이었다”며 “그 사상사는 어떤 종류의 상대주의를 그 특질로 한다. 그러나 또한 상대주의적인 태도 속에서, 또 하나의 고차적인 신념체계를 만들어 왔다. 근대에 들어서는 비록 소수지만, 서양의 여러 사상, 그 중에서도 그 근저에 있는 기독교를 선택해 왔다”고 했다.

시미즈 박사는 “향후에는 인식 수준의 상대주의를 실천적으로 극복하는 것과, 동시에 상대주의가 갖는 다원적 가치에 대한 용인을 즉자적 수준에서 대자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