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준 장로.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우주의 질서에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찬란함이 있습니다. 우리 인간들의 머리와 심령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신비 그 자체입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운행하시는 계획과 섭리를 따라 무서운 고난의 뜨거운 계절을 보내고, 깊고 깊은 마음의 양식이 심령을 가난하게 만드는 결실의 가을도 다 지나갑니다. 주님께서 만드신 작품들을 하나하나 맛보고 느끼며, 하늘에 깔려 있는 은하수의 잔디 위에 비치는 달빛을 바라보며 더욱 주님을 찬양하면서 감사함으로 다가가는 빛나는 밤입니다. 수천 년 전 양을 치며 노래하던 다윗의 노랫소리가 이 밤에도 들리는 듯한, 은혜 충만하고 아름다운 가을밤입니다.

해마다 봄과 가을이면 장로교에서는 노회를 개최합니다. 노회에서는 목사안수를 하고, 지교회의 장로와 집사, 권사로 임명할 인원에 대한 청원을 마치면, 각 교회에서는 항존직을 선출합니다. 현 총회법에는 안수집사, 권사는 무흠 입교인 5년 이상, 장로는 무흠 입교인 7년 이상입니다. 나이는 장로 40세, 안수집사, 권사는 30세 이상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장로의 직무와 선택, 집사의 직무와 선택, 권사의 직무와 선택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장로, 집사, 권사로 피택되신 분들은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떠밀려 뽑힌 것처럼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자칫 인기투표로 전략해 버릴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교회 일꾼을 세우는 일에, 오랫동안 사용하던 총회법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이 아닌 구습에 매달리다 보니, 장로교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그래서 교회 지도자를 세우는 일에 새로운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총회나 각 교회에서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신다면, 실천에 옮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노회의 청원을 거친 후 곧바로 장로나 집사, 권사로 선출할 인원을 정확하게 명시하여 투표 일자를 공고하는 것입니다. 최소 5개월 전에 공고하여, 임직자로 봉사하실 분들에게 아래와 같은 방법을 시행했으면 합니다.

첫째, 장로 지원서 1부를 받습니다. 지원서에는 사진, 생년월일, 최종학교, 그리고 직장 경력, 병역, 현재 하고 있는 업무, 교회 등록일시, 세례 받은 날짜, 현재 교회에서 봉사하고 있는 부서와 직분과 가족사항을 기록하게 합니다. 각종 자격증 소지 여부나 외국어 자격도 기재하면 더욱 요긴합니다. 취미나 특기 등을 기록하여, 교회 봉사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둘째, 가족증명서를 제출케 합니다.

셋째, 장로가 된다면 목표의식을 갖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나의 각오’를 기록하도록 하여, 선거 당일 성도 앞에서 읽게 합시다.

넷째: 기록된 지원서를 사진과 함께 교회 식당이나 로비에 부착하여, 약 1-2개월 동안 성도가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성도가 분별력 있게 투표하여, 제대로 된 일꾼을 뽑자는 뜻입니다.

현재 방식은 투표 2주 전에야 공고하여, 수십 명이나 되는 후보자들을 잘 알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투표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습니다. 그날 주보에 감사헌금이나 십일조를 낸 성도, 당일에 기도 순서가 있는 성도, 그리고 교회 앞에서 괜히 왔다갔다 하며 분주하게 다니시는 분들에게만 유리한 투표인 것입니다. 말없이 뒤에서 열심히 봉사하시는 일꾼들을 찾아내어 표를 행사해야 하는데, 현재 시스템으로는 그렇지 못한 형편입니다,

특히 교육부서에서 근속상을 탈 정도로 오래 봉사하신 분들은 추천에도 끼지 못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교회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기란 정말로 힘이 드는데 말입니다. 시간을 투자하고 자신의 생활비를 써 가며 말없이 봉사하는 그들에게 위로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고향이 같거나 생활 형편이 좋은 성도, ‘말 펀치’가 센 분들을 주축으로 일꾼들을 뽑다 보니, 그들만의 잔치로 거룩한 직분은 빛이 가려지는 데다 좋은 일꾼들은 선택받지 못하게 되고, 교회 부흥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찢기는 듯 아픕니다.

특히 장로가 되실 분이라면 교육부서를 몰라선 안 될 것입니다. 혹시 교사 경험이 없으신 분이 장로로 피택되셨다면, 이후 6개월의 교육기간에 반드시 교육부서에 몸을 담고 일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교회학교를 모르고서는 절대 지도자가 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능한 한 장로가 되실 분들이라면, 교회의 여러 부서들의 전반적 운영에 관하여 습득해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각 부서 일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지도자로서의 역할에 힘이 부칠 것입니다. 각 부서의 장단점을 모른다면 어려움에 처해 사명을 가벼이 흘려 버릴까 염려됩니다. 자신만의 생각과 옹고집으로 일관하여 공동체를 아프게 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교회 지도자는 교회 전체를 읽을 수 있어야 하며, 교인들의 신앙 상태는 물론 가정 형편과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또 개인의 숨은 재능을 발견하여 주님을 위해 사용하도록 권면해야 할 것입니다. 또 교회 구석구석을 매주 한 번씩 살펴보면서, 성도가 기쁘고 즐겁게 신앙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차별해선 안 되고, 낮은 자로서 모두를 품을 수 있도록 겸손해야 할 것입니다.

성경에서 “제비는 사람이 뽑으나 일의 작정은 하나님이 하신다(잠 16:33)”고 했습니다. 즉 제비뽑는 일은 사람이 하지만, 모든 결정은 오직 하나님께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정한 방법으로 투표해 놓고도 한결같이 “하나님의 뜻 가운데 은혜롭게 됐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리고 연약한 다윗을 세워 사용하셨습니다. 다윗은 8번째 아들로 형들을 대신해 양을 지키는 목동에 불과했지만, 믿음이 충만했습니다. 끼가 많고 소신이 있어, 하나님께는 영광이요 많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추앙받은 역사적 인물이 되었습니다. 양치는 목동이었던 다윗은 음악부터 문학, 전쟁의 전략까지 어느 한 가지 빠뜨릴 수 없는 인재 중의 인재였습니다.

교회 안에서는 끼리끼리 친한 성도 간에만 친목할 것이 아니라, 구석구석에 숨겨진 보화를 찾아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꾼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웃이 잘하면 칭찬과 격려로 응원해 주고, 실수했을 때는 다가가 안아 주는 포용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는 결코 의심이나 시기, 모함을 해선 안 될 것 입니다. 그리고 교회를 마치 자신의 권력 도구나 사업 도구처럼 사용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제직회나 공동의회, 당회에서 회무를 처리할 때도 서로의 의사를 존중하고, 함께 보듬어가는 문화를 속히 정착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교회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교회의 일꾼은 세상의 일꾼들과 달라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는 함께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난관을 헤쳐 나가며, 찬양과 감동의 물결 속에 은혜가 넘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꾼들을 제대로 뽑아야 합니다.

공과 사를 가릴 줄 알아야 하고, 깊은 믿음과 해박한 성경지식, 그리고 소신 있는 추진력, 이웃을 포용할 줄 아는 너그러움과 약간의 카리스마도 겸비한 인물로서,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일꾼을 뽑아야 합니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는 ‘돈’의 많고 적음에 직분자가 크게 좌우되는데, 그런 일은 없어야 합니다. 돈이 있으면 활동하기 매우 편리합니다. 하지만 돈으로 일꾼을 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장로로, 집사로, 권사로 피택되고 나서 주님을 위해, 이웃을 위해 돈을 사용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하지만 돈으로 직분자를 뽑는 분별력 없는 이들은 반드시 사라져야 하겠습니다.

/이효준 장로(부산 덕천교회,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