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24장 인터넷중독으로 인한 문제들

인터넷이 이끌고 온 ‘디지털 시대’는 ‘아날로그’적 소통수단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인터넷은 디지털 정보저장방식의 무한한 변조 가능성, 그리고 하이퍼텍스트로 인한 사용자 선택지의 확장, 인간의 오감을 동원할 수 있는 하드웨어 활용으로 인해 그 세계를 무한적으로 넓혀왔다. 실로 기술혁신, 이른바 지적 테크놀로지에 의해 구성된 인터넷공간에서는 모든 사용자가 소비자이자 생산자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도한 인터넷 사용으로 인한 중독의 문제이다. 이런 문제는 여러 분야나 영역에서 문제들을 유발하게 될 것이지만, 특별히 다음과 같은 점에서 공통적으로 문제를 유발하게 될 것이다.

1.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혼동

인터넷중독으로 인한 문제는 청소년에게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런 문제는 ‘스스로에게 인터넷의 사용이, 즉 인터넷 생활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라고 질문하면, 그에 대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삶을 채워주는 구성요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거기에는 친구와 가족과의 관계, 취미와 활동, 일, 건강, 종교와 신앙 등이 해당한다. 이러한 다양한 삶의 관계영역에서 인터넷 사용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어느 정도인가의 수준이 바로 문제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1) 사이버공간의 세계

인터넷으로 인한 문제 중에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혼동은 가장 일차적이라고 볼 수 있다. 가상세계(假想世界)는 컴퓨터 안에서 3차원 동영상을 통해 생활하면서 마치 현실세계와 같은 느낌을 갖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것은 인공현실(artificial reality), 가상환경(virtual environment), 합성환경(synthetic environment), 인공환경(artificial environment) 등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가상세계는 사이버공간(cyber space)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윌리엄 깁슨(William Ford Gibson)이 1984년에 쓴 과학소설 <뉴로맨서>에서 최초로 등장했다. 이 사이버 공간은 인공두뇌학(cybernetics)을 뜻하는 Cyber와 공간을 뜻하는 Space의 합성어로서 현실이 아니라 두뇌 속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우주를 뜻한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국경과 이념의 한계가 없으며, 지리적 위치, 시간, 신분상의 제한을 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실시간 또는 비(非)실시간으로 정보의 선택 및 송수신이 가능하다. 그뿐 아니라 사이버공간에서는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여기에 사이버교육은 이러한 사이버 공간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그리고 최근에는 컴퓨터 네트워크상에서 행해지는 범죄를 사이버범죄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나 인터넷상 데이터영역을 다수의 이용자가 자유롭게 정보를 주고받는 곳이기에 컴퓨터 네트워크상에 구성된 사회, 즉 사이버공간에 대한 인식이 정착되었다.

2) 현실도피와 정체성 혼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혼동은 청소년에게 현실도피와 정체성 혼란을 초래한다.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젊은 청년이 인터넷에 빠져 직업을 구할 생각조차 않는 경우가 있었다. 오로지 온라인 게임 ‘메이플 스토리’(Maplestory)를 하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지만, 게임을 한 뒤부터 점점 난폭해지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다. 그는 부모님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온라인 게임에 빠져있었다. 심지어 그는 게임을 안 하면 폭력적인 성격으로 돌변해 버리기에 하루 종일 게임을 하고 싶어 대학교도 중도에 포기했다.

이처럼 인터넷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의 가장 큰 문제는 가상세계와 현실을 구분 못하는 ‘혼돈성’이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동하는 것은 인터넷의 본질적 특성이다. 과거에 당구에 몰두했던 사람들은 모든 사물이 당구공이나 밥상으로 보였다고 한다. 현실에 비해 자유로운 가상공간은 인간의 심리적인 압박감을 해소시켜줄 수 있기에 개인주의가 강화되면서 상호 연대의식은 약화된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주변에 있는 친구보다 온라인상에서 게임을 하면서 사귄 사람이 훨씬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들이 현실의 친구보다 가상세계의 친구를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3) 현실세계로 이어지는 가상세계

가상세계의 문제는 청소년에게 현실생활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가상공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현실로 가지고 와서 현실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그것이다. 이런 경우 청소년들은 가상공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를 풀 수 없다 보니, 현실에서 방화를 저지르는 등의 범죄를 일으키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다.

이런 행위는 가상공간에서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준 사람이나 상황 등을 현실세계에서 누군가를 대상으로 지목하여 그 대상과 동일시 한 후, 일종의 보복 행위를 하면서 자기만족과 위안을 받으려는 성향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개인에 따라서는 그 정도나 증세들이 극단적인 수준까지 치우쳐 현실세계에는 적응이 불가능한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로 전락한 뒤 반사회성 인격장애(Psychopath)로 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2006년 3월 광주에서 한 중학생이 초등학생 남동생을 흉기로 숨지게 했다. 잔혹한 컴퓨터게임에 빠져, 현실과 가상을 혼동해 벌어졌던 일이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에서는 여중학생 이 PC방에서 게임을 하기 위해 소매치기를 하는가 하면, 다른 여중생은 PC방 이용료 5만원을 내지 못해 주인에게 성매매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는 모두 1990년대 말부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청소년 인터넷중독’ 현상들이다. 이때부터 10여년이 흐른 뒤 ‘성인 인터넷중독’의 사회적 병리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2009년 5월 2일 게임에 몰두하느라 3개월 된 딸을 굶어 죽게 한 혐의로 40대 남편과 20대 아내가 붙잡혔다. 2010년 12월 16일 닷새 동안 쉬지 않고 게임에 몰두하다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이는 30대 남성이었다. 그 즈음 한 20대 남성이 게임을 한다고 나무라던 어머니를 살해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문화가 급속도로 퍼지는 와중에 자라난 ‘디지털 키드’(Digital Kid)들이 어른이 된 이른바 ‘인터넷 어덜트’(adult)로 성장한 결과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성인의 인터넷중독은 전술한 ‘영아 아사(餓死)사건’처럼 온라인에서 자신의 분신을 키우는 등 상대적으로 ‘얌전한’ 인터넷게임에 중독되더라도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 가상현실의 등장

인터넷으로 인해 또 하나의 현실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가상현실이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란 ‘가상’과 ‘현실’이라는 상호 이질적인 두 낱말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이질적인 이 두 낱말이 합성됨으로써 이해가 더욱 곤란해질 수도 있을 것이지만, 이 말은 ‘가상적인 현실’을 창조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말이다.

1) 현실세계로서의 가상현실

가상현실은 실재가 아니라는 점과 현실은 실재로 존재한다는 것의 조합이라면, 이는 실존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존은 현상을 가지고 나타나는 것으로, 본질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에서다. 여기서 현상은 그 자체로서 현실이기에 분명한 현실로 인정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가상현실이라는 점에서 인터넷상에 분명히 나타나는 가상현실은 인간의 현실세계와의 만남을 뜻한다.

꿈과 가상현실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그것은 실제세계가 아닌 가상세계가 마치 현실상황인 것처럼 혼동을 하게 하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가상현실은 꿈과 같은 가상의 세계를 컴퓨터로 인위적으로 만들어 자기 자신과 반응하는 상호관계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가상현실 세계는 현실에 구애받지 않고 상상세계를 현실과 같이 만들어 내며, 인체의 모든 감각기관이 인위적으로 창조된 세계에 몰입됨으로써 자신이 바로 그곳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사이버공간(Cyber-space)의 세계이다. 

2) 가상현실의 추구와 현실의 괴리

가상현실의 추구는 청소년에게 현실과의 괴리를 만들어낸다. 가상현실의 추구가 현실의 조건들을 없애고 벽을 깨부수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무런 목적 없이 부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세계를 찾아내기 위함이고,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대안의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갈 길을 찾기 위함일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가상현실이 컴퓨터기술, 최첨단기술의 산물이 만들어낸 부차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사용자가 가상현실 안에 들어가서 거주할 수 있는 가능한 가상세계의 무한함과 접하면서 현실세계에서 지각할 수 있는 것, 지각한다는 것이 얼마나 작고 제한되어있는 것들인지를 깨달을 때의 그 느낌은 가상현실의 가장 큰 장점이며 절대적으로 철학적인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실세계와 가상현실과의 관계는 과학적인 분야에서의 유용한 활용 쪽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뿐 아니라 그것은 아마도 현실세계에서는 깨달을 수 없는 최상의 신비로운 경험, 즉 과학적인 분야만이 아닌, 철학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경험을 주는 쉼터로까지 작용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컴퓨터로 창조되는 가상현실은 청소년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경험하게 만든다. 그것은 어떤 물체를 화면으로 조작 및 관찰하는 전통적인 시뮬레이션들과는 달리 직접 그 시뮬레이팅 된 환경 속으로 들어가 실제로 그 환경 안에서 활동할 수 있게 만들기에 가상세계는 정지하고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 세계 안의 사물들은 움직일 수 있기에 서로 간에 작용하고 소리를 내고, 외부적인 행위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여기서 가상현실의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이 바로 시뮬레이션의 중심이 되어 컴퓨터가 만들어 낸 가상세계와 상호작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가상현실의 가장 큰 특징은 그것을 완전한 시뮬레이션으로 끌어 들인다는 것이기에 완전히 인위적으로 창조된 세계로 빨려들어 가게 된다는 것이다. 가상현실이 문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시간의 사용과 비효율성의 문제

인터넷은 생활에서 매우 유익한 매체로 사용된다.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게임을 하여 친구와 함께하는 것 같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 안부를 전하고, 가까운 사람과 시공간을 초월해서 마음을 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특별한 목적 없이 사용하는 경우이다.

1) 낭비되는 시간

인터넷은 일반적으로 무료함을 달래려는 의도에서 사용하고, 별다른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해서 사용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사용하는 시간을 모두 합하면 1년간에 많은 시간이 되므로 그 시간을 한 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면 상당히 전문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농부는 농사에 집중하여 어떤 식물을 재배할 수 있고, 보람 있는 일에 자원봉사자로 일할 수도 있다. 현대의 바쁜 생활에서 틈새공략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면, 자신의 자투리 시간을 사용하여 얼마든지 삶의 시간을 활용할 수도 있다. 사이버 다이얼로그(Cyber Dialogue)에 의하면 현재 인터넷 사용은 여가시간의 1/5을 차지한다.

인터넷은 텔레비전의 시청과 같이 항상 보여줄 것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기에 정원손질이나 기계조립과 같은 신체적인 유익을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걷기, 자전거타기, 혹은 다른 운동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칼로리를 소비시키지도 않는다. 더 문제는 그것은 판놀이나 카드게임을 할 때처럼 얼굴을 마주 대하는 상호작용을 유도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삶에 주어진 자유 시간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인터넷은 자유로운 여가시간의 상당한 부분을 점점 ‘인터넷 사용’으로 소비시키도록 만들어 버릴 것이다. 이런 경우에 더욱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여가시간과 균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스스로 그 합리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것은 “인터넷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많은 돈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그들은 오히려 많은 시간을 TV시청에 소비하는 사람들이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면서 인터넷의 세상에서는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그들이 그런 생각을 뒤로 하고 지난날에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들이나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시간들을 생각한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엄격하게 말하면 온라인에서 소비하는 시간들이 그렇게 보람 있고 의미 있다고 생각되기에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 효율성이 낮은 작업

인터넷이 생활의 환경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는 정보사회에서는 지식의 존재방식이 바뀌고, 전달의 수단이 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정보의 변용가능성과 하이퍼텍스트 체계, 지식의 자원이 될 수 있는 풍부한 정보축적능력과 누구나 정보를 만들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다는 열려진 가능성은 인터넷공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정보가 빛의 속도로 질주하는 고속도로이자 거대한 정보의 바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터넷에서의 작업은 일반적인 작업의 방법을 초월한다. 문제는 인터넷을 통한 작업이 효율적으로 되지 않는 경우이다.

직장인들은 급료를 받기 위해 일주일에 40시간 정도 일을 해야만 한다. 작업하는 시간은 생계를 위해서 일차적으로 해야만 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이때 컴퓨터나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거의 매일 컴퓨터로 작업하게 된다. 컴퓨터는 그만큼 효율적인 작업을 보장하기 때문이지만 인터넷이 반드시 효율적인 작업을 가져다주는 것만은 아니다.

최근에 더 많은 고용주들이 직원들이 하는 인터넷 활동에 의해 속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 시작했다. 국제데이터회사(Inter national Data Corp)에 의하면 ‘인터넷 사용으로 인한 빈둥거림’은 현재 30-40%에 달하는 직원들로 하여금 생산력의 손실을 낳고 있다고 하였다. 인터넷에 의한 업무의 세계화로 손가락을 잘만 놀리면 짧은 시간에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는 다중 작업자(multi-tasker)들이 출근하자마자 봄에 입을 가운을 주문한다.

뿐만 아니라 온갖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치밀하게 휴가계획을 짜고, 뜨거운 사이버연애로 소란을 피우거나, 대낮에 인터넷상에서 주식거래를 하거나 그들이 더 이상 원하지 않는 개인용품을 경매에 붙이는 것으로 시작하는 등 비효율적 다중 게으름뱅이(multi-slacker)들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회사들은 불필요한 인터넷 사용을 엄중하게 단속하고 있는 편이다. 미국경영협회(American Management Associatio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8%의 회사들이 기기의 남용이나 개인적 사용의 문제로 직원들을 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주목할 만한 예로는 부적절한 인터넷 사용으로 40명의 직원을 해고한 제록스(Xerox)사를 들 수 있다.

직장에서는 온라인 접속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은 여전히 근무 시에 폐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집에서 온라인 상태로 밤을 지새웠기 때문에 그 다음날 일할 수 있는 에너지가 거의 소진해 버린 경우라든지, 또는 출근하자마자 다시금 온라인에 접속해야만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서 끊임없이 산만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형태는 고용주의 시간과 자원을 훔치는 행위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인터넷이 자신의 일을 돕는가 아니면 망치는가를 놓고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굳이 인터넷의 비효율성에만 치중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인터넷의 그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회에 그런 작업의 비효율성의 문제를 생각하자는 의도에서임을 이해할 것이다. 이는 인터넷의 사용을 효과적으로 하고 있느냐를 점검하는 정도를 넘어 오히려 폐해를 주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는 의도이다.

4. 인터넷과 신체적 폐해

청소년이 인터넷을 오랜 사용하면 신체에 피해를 주게 된다. 장시간 한 자세로 인터넷에 몰두하게 되면 신체적 피로 반응이 오게 되며, 이것이 반복되면 신체 쇠약을 유발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이로 인해 몸이 피로하고 활력이 떨어지며, 특히 성장기 아동들에서는 자세 왜곡, 시력 저하, 신진대사 저하 등과 같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대표적 피해 몇 가지를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1) 다양한 증후군의 발생

최근 전자파의 유해성이 여러 가지로 대두되면서 다양한 증후군들이 생기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비디오게임 제조회사에서 개발한 ‘닌텐도 증후군’(Nintendo Syndrom)이 대표적인 예로, 강렬한 전자파에 노출된 아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집단 뇌 경련을 일으켰던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전자파의 경우에는 모니터와 눈 사이의 거리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양이 바뀐다. 이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경우에 바른 자세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은 채 보통 40분 이상을 계속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인터넷이 잡아끄는 매력이 청소년으로 하여금 인터넷의 사용을 증가시킨다고 보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하나를 들라면 가상공동체에서의 익명성이 아닐까 싶다. 인터넷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서로를 완전히 알지도 못하면서도 쉽게 가까워진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아도 소통이 가능하다. 이는 오래 사귀어야만 대화가 가능하고 마음을 주고받는 것에 비하면 참으로 놀라운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동일한 아이디어의 사용을 전제로 삼는 가상공동체의 익명성은 그런 책임감을 배제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상대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체면이나 권위와 무관하게 내용 중심적 소통을 할 수 있게 되며, 자신의 무지를 솔직히 고백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나기도 한다. 모른 것을 알고자 하는 순수한 지식에 대한 욕구의 거리가 유지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익명성은 무책임한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력과 함께 그 사용에 있어서도 적절한 절제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것이 생각하지도 않은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 중독으로의 이행

인터넷은 청소년에게 심각한 중독으로 이행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어느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인터넷의 오랜 사용으로 인해 인간관계, 규칙적인 식사, 자아조절 등 건강증진 생활양식을 체크하는 여러 항목과 중독정도의 상호연관성 조사에서는 중증 중독의 경우 거의 모든 항목의 점수가 초기 혹은 비중독자에 비해 크게 낮아 생활양식이 불량함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중독 정도와 자신이 자각하고 있는 건강상태에 대한 조사에서도 중독 중증의 경우 스스로 느끼는 주관적 건강상태가 7.99점으로 비중독자의 9.60점, 중독 초기의 9.22점에 비해 크게 낮았다. 성별, 학업 성적, 평균 인터넷 사용시간, 인터넷 서비스 유형에 따라서도 척도 점수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학업성적이 하위인 그룹의 중독 척도는 51.37점으로 중위 그룹 46.62, 상위 그룹 45.29점보다 높았으며, 1일 평균 사용시간이 긴 그룹에 중독자가 많았다. 인터넷을 게임 혹은 통신용으로 사용하는 경우 중독 정도가 심했지만 사용하는 장소나 종교, 생활수준 등은 중독의 척도 점수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런 조사는 인터넷으로 인한 신체적 피해가 유발되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에 자신도 모르게 신체에 이상이 유발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의 시간사용과 관련된 것으로 인터넷사용에서 규칙적이고 통제된 시간관리가 중요함을 의미한다. 물론 가정에서는 성인에게는 스스로를 통제력을 가져야 함과 동시에 자녀들의 인터넷 사용시간을 제한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더 문제이다.

특히 자녀들의 경우에는 사용하고자 하는 인터넷의 주제를 미리 정해 탐닉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며, 여유시간에는 운동이나 다른 취미활동을 통해 인간관계의 폭을 확대해 나가도록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려서부터 지나친 인터넷의 사용은 신체적 피해가 유발된다는 점을 유념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5. 인터넷과 정신적 폐해

인터넷은 청소년에게 다양한 정신적 피해를 유발시킬 수 있다. 정신적 피해는 물론 청소년이 지나친 컴퓨터의 사용으로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기 어려운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청소년이 지나치게 컴퓨터에 매달리다 보면 그만큼 일상생활에서는 후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몇 가지 정신적 피해가 나타나게 되는데, 여기서는 대표적인 것만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기로 하자.

1) 우울증을 수반한 중독증

인터넷은 다른 정신적 문제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정신분열성성격장애, 사회공포증, 충동조절장애, 불안관련장애, 물질남용장애, 양극성장애, 강박증, 불면증, 병적도박 등이 해당된다. 그 중에서도 우울증이 가장 두드러진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울증은 정신에너지 고갈된 상태로서 의욕이 상실되어 점차로 인격이 피폐해져 가는 증상이다.

한 대학병원 조사결과 우리나라 중·고교생의 40% 이상이 초기 혹은 중증 인터넷중독자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입증했다. 인터넷중독은 인터넷에 대한 집착과 금단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이지만, 일단 중독범주에 들어서면 알코올이나 도박중독자와 마찬가지로 강박감, 집착, 내성과 금단증상, 조절불능, 일상생활의 부적응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드러낸다. 대인기피증, 강박관념, 우울증 등의 질환을 앓는 청소년의 경우 중독증에 잘 빠지므로 일단 중독되면, 체력저하와 함께 심한 경우에는 환각, 착각 등 정신병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2) 불안을 수반한 금단증상

인터넷중독에서 청소년들의 문제는 단연 선두에 선다. 이들은 인터넷을 하지 못하면 불안, 초조, 안절부절, 집중곤란 등을 경험하게 된다. 정신과에서 전문적으로 다루는 ‘중독(의존)’의 진단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단증상’인데, 인터넷을 하고 싶을 때 하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불안이야말로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의 발달수준에 맞지 않은 폭력물, 성인물 등의 정보의 노출도 중요한 정신적 폐해를 유발한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제공자로부터 제공되는 정보들이 갑작스럽고 무분별하게 받아들여진다면 청소년들은 혼란스러울 것이고, 심한 경우에는 충격에 빠질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 대학병원 연구팀이 최근 인터넷을 하는 경기도 광명지역 중·고교생 764명을 대상으로 중독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이들 중 90%는 집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명한 것은 인터넷 평균 사용시간이 길수록 중독 정도가 심했으며, 중증 중독자의 경우 인간관계나 자아실현, 식이상태 등이 매우 불량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조사 결과 하루 평균 인터넷 사용시간은 중학생 3.1시간, 고교생 2.8시간이었다. 중독실태는 척도 50점 미만인 비중독자의 경우 중학생 59.1%, 고교생 58.2%로 나타났다.

이런 수치는 청소년들의 거의 절반 정도가 인터넷중독의 위험수위에 해당되고 있다. 이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예상되는 것이다. 이들 청소년들은 흔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인터넷이나 게임에 몰두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심각한 증상으로 이행되고 있다는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물론 인터넷 게임의 긍정적 효과에는 인지발달 촉진이나 스트레스 해소도 포함되지만 게임에 몰두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잦게 되면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심지어 몇 시간씩 계속하다 보면 오히려 짜증이나 스트레스를 더욱 경험하게 된다는 연구들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인터넷중독 수준의 경우에는 우울증의 동반율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청소년의 우울증에서는 자포자기감이 흔히 수반되는데, 밤을 새고 인터넷에 몰두하는 경우에 나중에는 자포자기감, 허탈감이 심해져서 ‘될 대로 되라!’는 생각도 들게 되고, 다음 날 생활에 큰 지장을 주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불안 때문에 인터넷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불안이 진정한 의미의 인터넷중독의 핵심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