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인 한글날이 올해로 569돌을 맞았습니다. 지금부터 약 600여년 전 어려운 한자를 익히지 못한 백성들이 문자로 된 정보를 접하지 못해 이런 저런 불편들을 겪거나 피해를 입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조선의 4대 임금인 세종은 이를 불쌍히 여겨 14자의 자음과 10자의 모음으로 구성된 한글을 집현전의 학자들과 함께 창제 하였습니다. 한글로 인하여 우리 민족은 각기 음마다 글씨 모양이 모두 달라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글자를 외우고 있어어야 했던 한자 문화에서 벗어나 자음과 모음의 결합 원리와 음만 알고 있으면 어떤 말이라도 글자로 표현 할 수 있는 고유한 한글 문화를 갖게 되었습니다.

읽고 쓰기 쉬운 한글의 우수성은 우리나라를 문맹률 제로에 가까운 국가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60~70대 이상의 고령 세대에서는 아직까지도 글씨를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문맹자가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있는걸 볼 수 있습니다. 일제 강점 시기 한글대신 일본어를 배워 한글에 대해서는 까막눈이거나, 우리나라가 경제적 형편이 어려웠던 시기 오빠, 동생에게 배움의 길을 양보하고 본인은 학교 대신 공장이나 남의 집 식모로 들어가 돈을 벌어야만 했던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배움의 때를 놓친 시니어가 이제 돋보기 안경을 고쳐 쓰고, 연필을 굳게 잡고 한글을 처음부터 배웁니다. 각 지방자치정부에서는 지역 사회복지센터등에서는 한글을 몰라 오랜기간 불편을 겪었지만 배움의 길이 열리지 않아 어쩔수 없이 참으면서 지낼 수 밖에 없었던 시니어들에게 글씨를 무료로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필요에 의해서 배움의 길로 들어선 시니어들은 그 어느 젊은이들보다 뜨거운 노력과 열정으로 수업을 듣는다고 한글학당 관계자들은 이야기합니다. 

한글을 처음 깨우친 시니어들은 한글을 한 자 한 자 배우면서 우리들은 느낄수 없는 기쁨과 감동을 느낀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 합니다. ‘이제, 처음 가본 식당에서 메뉴판을 읽으면서 처음 보는 음식을 주문 할 수 있어요.’ ‘버스나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이제 혼자 멀리 여행도 다녀닐 수 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실버 영화관에 가서 자막으로 된 외국 영화를 보고, 노래방에 가서 그동안 입으로만 흥얼거렸던 그 노래들의 가사를 읽으며 노래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 하는 시니어들의 모습은 시력을 이제 회복해 처음 세상에 눈을 뜬 시각장애인의 기쁨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싶습니다.

문자로 된 정보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라는 점 외에도 한글은 시니어들에게 글을 직접 쓸 수 있게 해주어 되어 개인의 생각이나 이야기를 전달 할 수 있도록 되었습니다. 시니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간 어린이들처럼 생전 태어나 처음으로 일기를 쓰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고, 자녀들에게 편지를 남기면서 무뚝뚝하게 보였던 부모가 사랑의 마음을 고백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게 되었고, 짧은 시와 수필은 치열한 삶을 살아오면서 조금씩 잊혀져갔던 자기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비지팅엔젤스 청주상당지점 안성진 지점장.

비지팅엔젤스 청주상당지점의 안성진 지점장은 “삶의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들에게 일기나 시, 짧은 수필 등의 글쓰기 활동은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글을 쓰면서 자신의 지날날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남은 생애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될 것이다. 시니어들의 대부분이 일제강점기와 광복, 한국전쟁과 보릿고개 고도 경제 성장기를 경험하면서 오로지 생존만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던 세대이기 때문에 이런 인문학적 경험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한글을 깨우치며, 글을 한자 한자 써가는 과정을 통해 조금 더 행복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혹자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문자’라고 주장합니다. 이전까지는 입을 통해서만 정보가 전달되었는데, 문자의 발명 이후로는 정보를 남길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가 퍼져나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한글에 눈을 뜨고 새로운 생활을 하는 시니어들만 보아도 문자가 얼마나 인류의 삶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배움의 때를 놓쳐 그늘졌던 시니어의 얼굴이 한 자 한 자 배움을 통해 조금은 더 밝은 얼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