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20장 청소년 편집증의 이해

청소년의 편집증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편집증에 대한 기초 이해가 필요하다. 특이한 성격이 모두 편집증은 아니지만, 유난히 성격이 까다로운 사람들 중에는 편집증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그들은 아무리 신뢰할 만한 근거를 들이대어도 믿어주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심리적 곤란을 당하게 된다. 이런 분위기는 사회의 모든 면에서 각종 신뢰성이 무너지고 지쳐 있는 현상이 폭넓게 확산되는 인상을 주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1. 편집증의 기초적 이해

편집증이란 사람들과 환경에 대하여 불신하고 의심하며 살아가는 정신 현상이다. 타인들이 자신을 박해하거나 악의를 가지고 있다고 음모를 꾸민다는 비현실적 생각에 시달린다. 의심은 스스로를 두려움과 불안에 떨게 만든다. 이런 현상은 비단 청소년 뿐 아니라 오늘날 정상인으로부터 정신병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정신과정이다.

의심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고, 타인들이나 외부 요인에 그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한다. 이처럼 편향된 자기식 고집에 집착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피해망상, 불안, 공포, 분노, 불행 등으로 가득 채우며 살아간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우리는 편집증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1) 편집증의 어원적 정의

편집증(paranoia)이란 타인에 대한 불신과 의심이 많아지는 정신의학적 증상이다. 이는 그리스어 para(beside)와 nous(mind)에 뿌리를 둔 것으로, 마음을 벗어난 상태, 마음의 결함이나 이상을 의미한다. 이 증상은 만성적으로 서서히 진행하는 정신장애로서 야심이나 의혹이 논리적 형태로 형성,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으로 발전해 가는 특징을 갖는다. 이로 인해 타인의 동기를 악의적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특성은 성인 초기에 시작되고, 여러 상황에 걸쳐 폭넓게 나타난다.

이들은 의심이 많고 남을 경계하고 적대적이며,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자신을 속이거나 배반하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화를 잘 낸다. 또 다른 사람들이 어떤 속임수나 나쁜 동기를 숨겨놓고 있으리라고 확신하고 늘 그것을 찾아내는 데 몰두해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할 뿐 아니라,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곤 한다. 그래서 이들은 상대방이 화를 내면, 자신의 예상이 적중했다는 생각에 의심과 경계를 더욱 강화하게 된다.

2) 편집증의 외적 특징

편집증은 일종의 의심 증상이다. 의심하는 심리가 정신에서 압도적으로 작용될 때 통제하기 어려운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이런 의심증상 편집증은 의심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의심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상당히 무의식적 심리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의심 경향이 의식적 통제 아래 이뤄지기보다, 자신도 분명히 모른 채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의심 경향이 하나의 증상으로 굳어지면서, 자신의 의식에서 일어나는 흐름에 훼방을 놓고, 자신이 바라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심리적 에너지가 작용한다.

편집증은 만성으로 서서히 진행하는 정신장애의 일종으로, 체계적 망상이 특징이다. 이 편집증(paranoia)은 고대 그리스부터 사용했던 용어이며, 현재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정신이상과 유사한 뜻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19세기 말 이 용어는 망상이 서서히 진행되어 복잡하고 논리적이며 체계적이지만 환각이나 인격의 황폐는 일어나지 않는 망상 정신병을 의미하게 됐다.

현대 정신의학에서 편집증은 만성적으로 고정된 고도의 체계적 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를 일컫게 되었다. 이와 유사한 증상들은 ‘편집장애’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일부 정신의학자들은 과거 편집증으로 분류했던 증상들이 사실상 정신분열증의 한 종류일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편집증에서 가장 흔한 증상은 피해망상이 두드러지고, 지나치게 심한 자기 지시적 경향이다. 이를테면 타인의 행동이나 말이나 몸짓, 그리고 손짓 등을 자기에 대한 고의적인 무시, 비웃음, 그리고 경멸 등으로 오해한다. 자기 지시적 경향이 심해지면,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자신은 공격 또는 비웃음의 대상이며 어떤 무리들이 자신을 공격하려 한다고 지속적으로 믿는다.

더욱이 이들이 가진 죄책망상은 죄책감을 입증하기에 매우 불충분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쉽게 죄를 인정하면서 정당한 반대증거를 주장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 편집반응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자신을 ‘최상의 존재’라고 믿는 과대망상 등이 있다.

편집증은 융통성이 없고 사람 관계의 대처 기술이 부족하다. 경계선적 장애는 일관성이 없고 매우 불안정한데 반해, 편집성은 아주 완고하고 유연성이 결여되어 있다. 또 그들은 전혀 무의미하고 관련 없는 사건들인데도 자신과 관련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으며, 외부 현실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순전히 주관적으로 자기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다. 특이하게도 이 상태는 인격이나 사고 이외의 다른 부분은 장애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편집증은 상대방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핵심 증상이기에 의처증이나 의부증이 대표적인 편집적인 상태이다. 이들은 카메론(N. Cameron)이 말한 대로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의 조직체인 ‘가상공동체’(pseudocom- munity)를 가정한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자신을 괴롭히고 학대하는 사람들이 조직한 거대한 조직체를 상정하면서 그것을 굳게 믿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 부딪혔을 때 그것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자신이 예상했던 것에 따라,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따라 그것을 해석하게 된다.

이런 편집증과 관련하여 다른 사람들을 믿고 따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면서 자신이 힘을 행사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이 힘을 행사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편집증은 자신의 명령에 맞도록 현실을 재구성한다. 이런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그들은 자신이 사건들을 결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힘을 행사할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이유로 편집증은 치료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은 치료자가 진실한 말로 설명해주어도 그 설명 뒤에 뭔가가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또 의심하고 논리나 이성적인 방법으로 고치는 데도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3) 편집증의 발생학적 특징

편집증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의심하는 증상이라고 했다. 이를 생각하면 사람은 마음대로 쉽게 통제할 수 없는 존재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마음 하나를 통제하거나 조절할 수 없는 존재라면, 자신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차원을 넘어 비극적 특성을 내포한다. 이런 특성이 더 심각한 증상을 만들고 자신도 모르게 삶을 저당잡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이 일치되지 않은 채 다른 차원에서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편집증을 이해해야만 한다.

이처럼 자신의 마음을 통제할 없는 원리에 따라 유발되는 의심병, 그러니까 원하지 않는 의심의 증상이 바로 편집증상(paranoid symptom)이다. 이런 편집증은 성인의 모든 연령층에서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증상은 남녀 모두에서 볼 수 있고, 또 여러 사회, 문화적 상황, 즉 정치인, 청소년 폭력배, 국수주의자 집단, 사이비 종교집단 및 폭력 혁명주의자(terrorists)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특히 이 편집증은 일시적일 수도 있고, 간헐적일 수도 있고 또 일생 동안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임상질환에 있어서도 기질성 정신장애, 우울증, 인격장애 및 정신분열증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더욱이 이 증상에 관한 진단범주에 포함되어 있는 질병도 여러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그것은 대체로 경미한 의심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 편집장애(便執障碍, paranoid disorder), 이 증상이 질병으로 상당히 자리잡은 편집증(便執症, paranoia)이다.

이 외에도 의심하는 사람과 함께 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의심의 증상을 가진 공유성 편집장애(共有性便執障碍, shared paranoid disorder), 의심의 특성이 있기는 하여 편집증으로 보아야 하는데도 어떤 유형이라 구분하기 어려운 비정형성 편집장애(非定型性便執障碍, atypical paranoid disorder), 그런 질병을 가진 인격체로 되어버린 편집성 인격(偏執性人格, paranoid personality), 게다가 심한 분열적인 증상을 동반하는 편집형 정신분열증(便執型精神分裂症) 등이 존재해 구분이 명확치 않을 때도 있다.

2. 편집증의 특성적 이해

편집증의 특성적 이해는 편집증만이 갖는 특성을 위주로 이해하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편집증이 임상적으로 다른 정신장애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지속적인 피해망상 또는 질투망상(delusions of jealousy)이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중요하게 된다. 순수한 편집장애의 경우에 망상은 정신분열증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괴이하거나 산만한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잘 짜여 있고 또 체계화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망상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정서반응은 그 망상과 조화를 이루고 있고, 기타 인격기능도 건전하며 또한 아무리 오래가도 인격의 황폐화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편집증은 질서 있고 명료한 사고를 하면서도 확고부동한 망상이 계속되는 것이 본질적인 양상이다. 여기에는 다음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해가 더 쉬워질 것이다.

1) 부정적 자존감

부정적인 자존감은 편집증의 일차적인 양상이다. 이는 다른 정신장애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만, 편집증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들은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해, 타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타인에 대한 지나친 부정성이 의심을 유발하게 만드는 것이다. 부정성의 증가된 수준에서는 타인에 대한 신뢰가 심각하게 결여되기 때문이다.

타인을 의심하는 경향은 곧 자기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데 기반을 두고 있다. 이처럼 자신에 대해 긍정적이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관점은 열등감 내지 무가치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긍정적 정신 에너지가 심각하게 결여된 상태로 볼 수 있는 점에서다. 이런 이유로 설리반(H. S. Sullivan)은 편집증을 부적절감과 열등감에 대한 보상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했다. 편집적 생각은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극심한 열등감과 자신에 대해 가치 있게 생각하지 못하는 무가치감이 기반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편집증은 이 같은 부정적 자존감이 타인에게서 긍정적 태도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무능력을 극복하거나 없애기 위해 의도된 복합적인 과정으로 간주된다.

설리반은 그런 부정적인 자존감을 아동의 초기경험에서 형성된 것으로 설명한다. 인정받지 못한 아동의 초기 경험에서 부정적인 자존감이 우세하게 형성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개인적 열등감, 무가치감, 그리고 외로움 등의 부정적 태도가 형성되어 자신은 온전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부정적 태도는 적응적 노력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불안을 만들어낸다. 이 불안으로 개인의 삶에서 부정적 관점이 발달하게 되고 사회생활에서도 부적응적인 대인관계를 맺는 결과를 초래한다.

부정적 자존감이 오래 지속되면 또 다른 방어기제가 작동된다. 이 경우 그들의 방어기제는 자신의 부정성과 불안함을 보호해내기 위한 자동적인 보호 수단의 하나이다. 대표적인 것이 편집적 투사로, 이 투사 안에서 열등감은 박해받는 피해자로 변신하고, 자신에 대한 가치감은 편집적으로 타인을 비난함으로써 보호된다.

편집증 환자의 심리적 안전은 그가 박해받는 존재라는 인식에 의해 위협받지만, 타인에 대한 비난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자신이 유약하다는 열등감을 덮어 준다. 이런 이유로 편집증 환자는 타인에 대한 비난이라는 자신의 방어체계 안으로 끊임없이 끌어들이는 노력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안전과 위험이라는 개념이 대립적으로 작용한다. 불안에 자신에 대하여 안전을 요구하게 되고 불만족스런 현실에 대하여 만족을 추구하므로 심리적 위험을 해소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존재의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안전과 만족은 편집적 투사에 획득된다. 그 획득의 결과는 물론 박해받은 피해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편집증 환자는 자신 안에 내재해 있는 위험을 자극하지 않는 사람과만 관계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열등감으로 인한 불안이나 만족에 대한 안전을 진정으로 획득하는 것은 아니다. 열등감에 대한 자각은 치명적인 자기 체계의 결핍을 나타내는 심각한 불안을 산출하며, 이 결핍은 근저에 있는 열등감과 그에 따른 거부감과 불안을 위장하거나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피해망상의 문제

편집증의 양상에서 우리는 피해망상을 이차적으로 꼽아야 한다. 편집증은 일종의 피해망상을 어렵지 않게 유발하기 때문이다. 피해망상(delusion of persecution)은 실제와는 다르게 피해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다. 편집증 환자는 숨어 있는 적(敵)에 의하여 학대나 모략중상, 그리고 피해를 받고 있다고 병적으로 확신한다. 전술한 대로 편집증 환자는 자신을 박해받는 피해자로 확신하면서 타인에 대하여 자신을 보호하려는 수단으로 적대감을 갖는다. 이런 박해자의 모습은 가학성이나 피학성이라는 개념이 모두 관련되어 있다.

이 같은 피해망상은 일정한 심리적 과정이 과도하게 진행된 결과일 것이다. 이는 예전의 사랑 대상에 대한 적대감과 가학적 환상의 증가와 함께 정신적 에너지의 철수가 수반되는 퇴행이 관련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적대감을 통제하는 것에 실패할 때, 가학성은 투사되어 박해와 모략중상을 받는 망상으로 재구성되는 원리이다. 이들에게는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므로 쾌감을 느끼는 가학성이나 학대를 받음으로 느끼는 쾌감이라는 피학성이 모두 망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는 편집증과 피해망상이 그렇게도 연결되어 있는 이유이다.

편집증과 관련된 피학적 특성은 나이즈(J. Nydes)에 의하면 편집증에서 일정한 도식을 산출하게 된다. 피학적 특성이 ‘사랑’을 위해 ‘권력’을 포기하는 것이라면, 편집적 특성은 ‘권력’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다. 이런 피해망상은 결국 망상적 편집증에서는 과대망상적인 단계에로 발전하게 되기에 또 다른 변신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 단계에서 환자는 사랑을 포기하고 신(神)이라는 강력한 인물 혹은 신과 동등한 인물의 지위를 선택하는 현상이 가능해진다. 이로써 피해망상은 힘에 대한 자신의 소원을 타인에게 투사하며, 힘 있는 인물에 대한 사랑을 위해 자신의 힘을 포기한다. 이런 점에서 편집증 환자는 가학성보다 피학성을 본질적 양상으로 취하게 된다. 편집성은 가학적 성향과 구분돼야 한다. 내면적 죄책감에 대해 본질적으로 방어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가학적 성향에서의 공격자와의 동일시보다는 피해자, 즉 박해받는 자와의 동일시되는 이유인 것이다.

피해망상은 강력한 힘을 추구하게 만든다. 이런 힘의 추구는 공격성을 유발하는 동인이다. 편집증의 강력한 힘에 대한 가상적인 비난자에 대한 일종의 역공격인 것이다. 이때의 역공격성은 편집증으로 하여금 가상적인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하여 징벌하려는 심리를 유발시킨다. 방어적 역공격에 따른 심리적 현상은 자신이 박해당하고 있다는 확신에 의한 것이다. 이런 박해적인 현상은 상처받지 않음과 동일시하려는 투사이기도 하다.

방어적 역공격은 자신의 보호적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힘의 추구이고, 힘의 추구는 자신이 박해받고 있는데 따른 방어의 결과인 것이다. 실로 그들은 실제와는 다르게 박해나 피해를 받고 있다는 느낌에 지배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이런 피해망상은 어떤 형태에서든 약함을 경멸하고 몹시 괴로운 고통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견디게 만드는 마력을 갖는지 모른다. 그 결과로 피해망상은 사회적 반응에 대하여 부정적이다.

더 엄격하게 말하면 이들의 사회에 대한 부정성은 피해망상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이들에게 사회에 대한 부정성이 높아지면, 자신도 모르게 피해망상이 유발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현상은 사회에 대한 부정성은 물론 피해망상의 징벌적인 측면에서 비롯된다. 그들의 내면에 깔린 심리 내적 갈등을 해결하려는 무의식적인 욕구가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은 긍정성을 원하고 있지만 부정성에 더 익숙해 있다. 그래서 그들은 긍정성을 선택하고 싶으나 그렇게 하면 또 다른 불안을 가져올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불안은 그들로 하여금 사회에 대하여 적응적 측면을 가질 수 있으나 성공에 대한 보상보다는 징벌 받는 것을 선택하게 만든다. 때로 피해망상은 자기주장이나 실제 성공까지 전능한 권위적 인물에 대한 무의식적인 도전이나 위반하는 것으로 간주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로 인해 그들은 피해망상이 동성의 부모와 건강한 동일시를 이루지 못하거나 그 동성의 부모는 무의식적으로 전능한 존재로 간주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3) 적대적 감정의 문제

적대적 감정은 편집증에서 중요한 양상의 하나이다. 편집적 정신분열증의 불안의 근원에 대한 논의에서 써얼즈(H. F. Searles)는 편집증 환자가 자신의 세계를 악의적인 의미와 자신을 향한 악한 의도로 가득하게 차 있는 것으로 본다고 주장한다. 이런 시각에서 그는 편집증 환자에게서 등장하는 박해하는 인물들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보았는데, 무의식적 감정 및 태도의 투사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만약 환자가 박해자들에 대한 관심을 포기한다면, 그들에게는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는 자신이 박해하는 인물들에게 투사한 아주 싫은 특성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그것들과 화해할 수도 없다. 이에 따른 결과는 그들에게 정체성의 상실과 자기의 해체이므로, 또 하나의 선택이 절박하게 요청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생각하면, 편집증 뿐 아니라 정신병적 사람은 자신의 자기(Self)를 모든 경험과 활동 밖에 둠으로써 안전과 보호를 추구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그것은 끊임없이 밖의 악한 현실에 의해 압도되고 위협당하는 진공 상태가 된다. 그러나 그는 두려움과 나란히 현실 세계에 참여하고 싶은 강한 동경을 경험한다. 이런 점에서 가장 깊은 자기의 동경은 몹시 약한 자기 체계와 그것이 지닌 깊은 두려움의 원천이 되는데, 그 이유는 그에게 있어서 현실에 참여하는 것은 말살, 즉 렝(R. D. Laing)이 ‘삼킴’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편집증에서 적대감정은 비쵸스키(G. Bychowski)에 의하면 원초적 대상에의 표상을 형성한다. 편집증에서 대상 표상은 원시적이고 파괴적인 적대감정의 중요한 저장소이다. 원래의 사랑-증오 대상에 대한 왜곡된 표상은 이미 외상에 노출된 정신조직 안에서 분열되어 자아의 나머지로부터 분리된 채 남아 있기에 언젠가 미래의 심각한 정신 병리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원초적 대상 표상의 형성에서 적대감정은 원래의 사랑-증오 대상이나 파생물은 대원수나 박해자가 된다.

이런 적대감정은 원초적 대상과 자기 이미지의 상호 침투라는 측면의 갈등이다. 즉 궁극적으로 취약하고 무력하게 피해자로 된 자기와 강력하고 무자비하게 압도적인 현실과의 상화관계라는 측면에서의 갈등인 것이다. 그러므로 편집증 환자는 이런 적대감정에 지배되는 한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올바로 인식하는데 어렵게 된다.

이런 방식은 마침내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비정상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니까 그 자신의 자기됨의 현실감은 타자에게 달려 있기에 그는 존재론적으로 타인에게 의존되어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실로 그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타인에게 의존되어 있다는 사실이 몹시 위협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타인이 적대감정을 표현하거나 거절하는 것을 자기의 존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여기에 또 하나의 대응방법이 생겨나는데, 그것은 자신을 타인과의 관계에서 전적으로 분리하는 것이고 소외시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그에게는 자신의 생명이 달린 동안에 싸워나가야 하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