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 3:12-14)

신앙 경주에서 승리하기 위한 두 번째 기본 수칙은 목표점을 분명하게 정하는 것이다. 뒤의 것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잊어버리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그것은 앞으로 힘차게 달려 나아가기 위한 전제일 뿐이다. 어쩌면 앞에 있는 것의 소중함 때문에 뒤의 것에 대한 미련을 아낌없이 버릴 수 있다. 이전 것을 배설물로 여긴다는 바울의 고백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빌 3:8)

뒤의 것을 잊어버리고 앞으로 달려 나가기 위하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푯대’의 설정이다. ‘푯대’로 번역된 헬라어는 ‘스코포스’인데, ‘지키는 사람’ ‘망꾼’이라는 뜻과 함께 ‘눈을 고정시킨 멀리 떨어진 표적’ ‘목표’ 등을 의미한다. 곧 망을 보는 사람이 눈을 고정시키고 바라보는 것과 같은 목표점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히브리어는 ‘마타라’인데, ‘지키다’(keep, guard) ‘유지하다’(maintain)를 의미하는 히브리어 동사 ‘나타르’에서 파생한 명사이다. 곧 ‘푯대’는 지속적으로 지키며 유지해야 하는 목표점을 의미한다.

‘푯대’의 설정은 우리가 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먼저 붙잡아 주신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잡힌 바 된 그것’이라고 하였다. 푯대 설정에 관한 한 우리는 능동태가 아니라 수동태이다. 그러나 푯대 설정 이후 주어진 목표 달성은 우리들에게 맡겨져 있다. 그래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고 하였다. ‘달려가다’로 번역된 헬라어 ‘디오코’는 ‘재빠른 동작을 취하다’ ‘뒤쫓다’를 의미한다. 이에 대한 히브리어 동사 ‘라다프’ 역시 ‘뒤쫓다’ ‘추격’을 의미한다. 그만큼 전력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순서상 예수께서 먼저 우리를 붙잡아 주셨다. 예수께서 우리를 붙잡아 주셨다는 것은, 십자가 위에서 대속의 죽음을 죽으심으로 우리를 구원하여 주셨다는 뜻이다. 그러나 예수께 붙잡힌 그것을 붙잡으려고 달려가는 것은, 구원받은 우리들이 해야 할 몫이다. 예수께서 우리를 구원하신 것은 우리들에게 할 일을 맡기시기 위함이다. 구원받은 자로서 마땅히 할 일을 찾아 그것을 향하여 전력질주하는 것이 곧 푯대를 지향하는 삶이다.

그 푯대는 또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이기도 하다. 하나님께서 부르신 부름이기에 우리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위다. 위를 향하는 것은 살아 있는 신앙의 당연한 표시이다. 그것은 우리의 시민권이 하늘에 있을 뿐 아니라(빌 3:17), 우리를 살리신 그리스도께서 하나님과 함께 위에 계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희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리심을 받았으면 위의 것을 찾으라 거기는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느니라”(골 3:1)

신앙 경주에서 승리하려면, 우리들 앞에 놓여 있는 푯대가 분명해야 한다. 그것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우리를 붙잡아 주신 구원의 지향점으로서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예수 자신이시기도 하다(히 12:2). 그것은 또한 하나님께서 위에서 부르신 부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의 경주는 위를 향한 상승의 방향성을 지닌다. 곧 믿음의 경주는 땅에서의 수평적 확장과 함께 위를 향한 수직적 상승이 조화를 이루는 영적 성장과 성숙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것은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가 얻게 되는 새 힘이기도 하다(사 40:31).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