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토종 브랜드 삼진어묵이 특별한 신선함과 맛으로 부산의 유명 백화점에 속속 입점하더니, 얼마 전엔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에 진출했다. 일본과 중국 수출은 물론 프랑스, 포르투갈 등 유럽에까지 진출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에 반가웠다. 그런데, 부산에서 가장 큰 교회가 서울에 진출할 계획이라는 소식에는 왜 이리 가슴이 무거워지는 것일까?

이 교회는 지난 8월부터 서울 한 중학교 강당을 빌려 예배를 시작했다. 母교회 이름 앞에 서울을 붙여 ‘OOO서울교회’라는 간판을 달 것 같다. 서울 유명 대형교회들이 수도권에 지교회를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더니, 이제 지방 대형교회까지 질 수 없다는 듯 ‘프랜차이징’에 합세하고 있다.

예수님은 흩어지라고 하셨는데, 왜 교회는 서울로 수도권으로 모일까? 직장을 따라 사람도 모두 수도권으로 모이고 있으니 사람이 있는 곳에 교회가 생겨나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서울에 교회가 없어 또 교회란 말인가? 그것도 대형교회?

아쉽게도, 부산의 이 교회는 서울 지역 교회 설립의 취지와 목적에 관한 어떤 공개 선언도 하지 않고 있다. 부산의 대형교회까지 서울에 ‘브랜치(branch) 교회’를 꼭 두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소견으로 세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부산의 모교회를 그리워하는 서울 거주 교인들을 위한 교회가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이주한 교인이 어디 서울로만 갔겠는가? 설령 서울에 많이 모여 있더라도, 그들이 섬길 수 있는 교회들은 이미 많다. 물론 큰 교회 시스템에 익숙한 교인들이야 서울에도 즐비한 큰 교회를 찾겠지만, 그들 중 중소교회를 섬기면서 그 교회에서 든든한 일꾼들로 서 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둘째, 기존 교회들로는 채울 수 없는 영적 필요를 새로운 교회를 통해 채우겠다는 목표일 것이다. 만일 이 이유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것은 서울의 기존 교회들에 대한 ‘불안 내지 불신’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이미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의 후퇴와 타락’을 걱정하는 설교들을 쏟아내고 있다. 부산 대형교회의 서울 진출은 최소한 서울 교회들의 자정 노력들이 말 뿐인 회개로, 실천에는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셋째, 교회의 가장 본질적인 사명인 불신자의 영혼 구원을 위한 목적일 것이다. 이 이유라면, 교회의 설립을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많은 ‘브랜치 교회’에서 보듯, 불신자의 전도보다는 기존 교인들의 수평이동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보다 가까운 곳에서, 소위 ‘검증된’ 교회를 찾아 예배드릴 수 있는 편리함에, 기존 교인들이 발길을 옮기는 것이다.

예배를 드리기 시작한 곳은 강동구에 소재한 모 중학교라고 한다. 근처에는 명성교회와 오륜교회가 있으며, 사랑의교회·소망교회가 가까운 강남 3개구 옆이다. 불신자 전도를 목표로 한 교회 개척이라면, 꼭 부산의 모교회가 직접 해야 하는 것일까? 오늘도 서울의 한 모퉁이에서 불신자를 예수께 인도하기 위해 시간을 바치는 수많은 영세 개척교회 목사들이 있다.

대형교회의 프랜차이즈화는 시장 한구석에서 좌판을 펴고 목청껏 외치는 상인들 가운데,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형마트(SSM)가 들어선 것과 다르지 않다. 청년 일자리 창출엔 소극적인 대기업들이 수조 원대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비판받는 요즘, 얼마나 쌓여 있는지도 알 수 없는 헌금을 가진 대형교회들이, 오늘도 가슴을 치며 교회 개척에 안간힘을 쓰고 있을 가난한 젊은 목회자들에게 한숨거리가 되진 않을까 하는 건 괜한 노파심일까. 열거한 이유들이 아니라면, 한국교회들을 향해 속 시원히 그 이유를 말해 주면 좋겠다.

부산의 교회가 새로운 교회를 개척해야 한다면, 그 당위성이 주는 시대적 의미는 각별하다. 그동안 서울의 대형교회는 무엇을 했느냐는 따끔한 질책은 물론이요, 영혼 구원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뼈아픈 각성이다. 또 ‘안정된’ 대형교회 교역자 자리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신학생들에게, ‘개척 정신의 회복’을 촉구하는 것이다. 학교 강당을 빌려 시작했던 나름 ‘참신했던 교회’들이 하나둘씩 으리으리한 건물을 지으면서, 재물과 사이즈에 매몰되지 않는 교회를 기대했던 교인들을 실망케 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부산 모교회의 서울 개척이 주께서 주신 시대적 사명이라면, 기존의 것을 폄하하여 자신의 고결한 차이를 부각하는 세상 기업들처럼 경쟁하지 말길 바란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그런 교회들을 향해, ‘성전을 어지럽히는 장사치들’에게 하셨듯 한바탕 뒤엎으시리라 믿는다. 빛이 없는 곳에 빛으로, 샘이 없는 곳에 생명수로, 가려지고 소외된 불신자들에게 진실한 복음을 전하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

/유재흥 성도(부산 OOO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