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에서 유석성 총장이 기조강연을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2015 제2회 서울신학대학교-장로회신학대학교-튀빙겐대학교(Tubingen) 국제학술대회가 4일 부천 서울신학대학교(총장 유석성 박사)에서 ‘평화와 기독교의 과제(Frieden und Christliche Aufgabe)’를 주제로 개최됐다. 서울신대와 튀빙겐대는 지난해 7월 독일 튀빙겐대에서 학술교류 협정을 체결하고 첫 심포지엄을 현지에서 진행했다.

성결의전당 존토마스홀에서 열린 1부 강연에서는 김명용 장신대 총장이 개회사, 유석성 총장이 기조강연 ‘기독교와 평화’, 위르겐 몰트만(Jurgen Moltmann) 튀빙겐대 명예교수 겸 서울신대 석좌교수가 ‘오늘 우리 세계에 있어 본회퍼의 의미: 테러 시대 속의 평화와 저항’, 위르겐 캄프만(Jurgen Kampmann) 튀빙겐대 신학부 학장이 ‘제1차 세계대전 기간 독일 개신교 예배에서의 (사라진) 주제: 평화’를 각각 강연했다.

몰트만 교수는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한 1934년 덴마크 파뇌의 교회회의에서 했던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의 연설에서 나타난 네 가지 명제를 분석하면서, 평화를 위해 저항해야 했던 그의 고민을 나눴다.

첫째 명제는 ‘안보를 향한 길 위에 평화는 없다’이다. 몰트만 교수는 “국가 안보보다 평화를 추구해야 하고, 평화를 추구하면 안보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는 점에서 오늘 우리의 세계에서도 타당하다”며 “십자가에 이르는 길에서도 평화가 이뤄질 수 있고, 본회퍼는 이 길을 걸었다. 그는 한계가 없는 하나님의 인내는 모든 폭력보다 더 강하고, 이는 폭력을 행하는 자들이 갖지 못한 시간을 갖기 때문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그리스도께서 세계 속에 계시기 때문에, 평화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리스도의 오심과 함께 하나님의 평화가 이 세상에 왔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속에서 하나님의 평화는 적에 대한 승리를 통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화해를 통해 이뤄진다”며 “하나님의 평화는 땅 위에 있는 인간 세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땅과 땅의 모든 피조물들, 하나님이 사랑하는 모든 땅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평화는 복을 뜻하고, 하나님의 평화 속에 이뤄지는 삶은 가장 큰 복을 받은 삶이요 폭력적 행위, 불법과 살인보다 강하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있기 때문에, 평화가 있어야 한다’이다. 몰트만 교수는 “그리스도의 교회는 하나이기 때문에, 자신의 민족과 조국과 인종의 한계를 넘어 다른 나라에 속한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하나님의 평화의 말씀을 선포하고 전쟁을 반대해야 한다”며 “본회퍼는 이를 위해 나치 독재에 대한 교회의 저항 속에서 오직 그리스도만을 고백하는 교회를 세우는 일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명제는 ‘그리스도의 거룩한 교회들이 모인, 위대한 에큐메니칼 공의회’이다. 그는 “본회퍼는 교회의 이 보편적 평화공의회에 대해 첫째로 평화에 대한 말씀을 민족들에게 전권을 갖고 선포하여 이 말씀을 그들이 듣고 인지하게 하는 것, 둘째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손에서 무기를 빼앗고 전쟁을 금지시키는 것을 제의했다”며 “본회퍼가 말한 평화는 행복한 ‘상태’가 아니라 폭력이 철폐되고 정의로운 구조들이 건설되는 하나의 길이요 ‘과정’이다. 또 적대관계와 적들의 상들(Feindbilder)이 철폐되고, 국가간 조약들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올해 아흔인 몰트만 교수는 “30분간 서 있는 건 문제 없다”며 서서 강연했다. 왼쪽은 통역을 맡은 김균진 교수. ⓒ이대웅 기자

1934년 평화주의자였던 본회퍼가 1940년 적극적 저항의 투쟁자가 된 것에 대해 몰트만 교수는 “그는 평화와 저항의 모순을 의식했고, 적극적 저항에의 참여가 평화의 선포를 위한 자신의 봉사를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릴까 자주 자문했다”며 “본회퍼는 교회적 저항과 정치적 저항의 구별을 반대했고, ‘나를 따르라’는 그리스도의 온전한 부르심이 교회와 국가의 구별보다 더 중요했기에, 목사 직분의 한계를 핑계로 이 부르심을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적극적 저항에 대한 그의 결단은 민주적 법치국가의 회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치의 인종주의 독재의 희생자들로 말미암아 유발됐다”며 “본회퍼는 스코틀랜드 개혁교회 신앙고백 제14조인 ‘죄 없는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독재에 저항하며, 억압당하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는 이웃 사랑의 계명을 행했고, 이를 통해 정의와 자유 안에 있는 평화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질의응답에서도 관련 질문에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예수님 말씀은, 가이사는 왕이 아니고 가이사로 위장된 우상에 속지 말라고 이해해야지,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라는 말로 이해해선 곤란하다”며 “본회퍼는 하나님을 믿는 확신대로 행동했을 뿐인데, 그 결과가 정치적으로 나타났다. 나치 시대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체가 정치적 결과를 낳았던 것”이라고 했다.

이후 위르겐 캄프만 교수는 독일 등이 일으킨 제1차 세계대전 기간인 1914-1918년 독일 개신교 예배에서 ‘전쟁과 평화’가 어떻게 이야기됐는지 살폈다. 그는 “군사들을 위한 파송예배들이 있었고, 친족들이 싸움터에 있는 이들은 ‘전쟁기도’를 실시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평화’는 기도문이나 설교 본문에서 완벽하게 사라졌고, ‘전쟁에 대한 출구’만이 화제가 돼 있었다”고 분석했다.

캄프만 교수는 “사람들은 전쟁 경험과 승리에 대한 희망을 예배 속에 끌어들였고, 애국적인 민족 관심사들을 하나님의 편드심으로 결합시키는 등 대체로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Gott-mit-uns)’ 하신다는 아주 단순한 신학을 제공했다”며 “이 단순한 선언의 공허함과 신학적 무근거성은 전쟁 후 교회 탈퇴자의 수를 엄청나게 상승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설교와 신학 논쟁에서도 비슷했고, 간혹 있었던 전쟁 반대 같은 ‘양심선언’들은 산발적이었다.

▲1부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캄프만 교수, 몰트만 교수, 김명용 총장, 박종화 목사. ⓒ이대웅 기자

이 시기 대다수는 “전쟁은 순수한 영혼으로 인정하는 누구도 더럽히지 않는다. 전쟁은 단지 평화 안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자 하는 하나님의 다른 언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기간 주제로서의 ‘평화’는 교회생활의 영역에서 폭넓게 사라져 있었다”며 “그리스도가 말하는 평화, 그와 함께 가는 평화, 그가 설명하고 사람들에게 문안했던 평화는 기껏해야 애매하고 현재에 유효하지 않은 희망으로 남았다”고 요약했다.

또 “100년 전의 이 회고는, 그리스도인들이 전해져 내려온 복음이 아닌, 현재의 정치적 관심들에 기초한 관점으로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하나님 편에서 주시는 평화의 열림 같은 복음에 대한 근본적 내용들 역시 전혀 표현되지도 적용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질의응답에서는 “1차대전 때는 교회 안에 ‘평화’라는 주제 자체가 없었고, 2차대전 후에야 생겨났다”며 “독일은 가톨릭과 개신교 모두 체제 자체가 국가 교회에 준하는, 민족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는 ‘국민 교회’였기 때문에, 외부 요인이 전쟁을 말할 때 교회는 평화를 말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유석성 총장이 기조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앞선 기조강연에서 유석성 총장은 “평화는 우리의 소망이자 삶의 조건에 해당하고, 예수님께서 전하신 복음이기도 하다”며 “평화에는 ‘전쟁 없는 상태’를 뜻하는 ‘소극적 평화’와,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정의가 행해져야 한다는 ‘적극적 평화’가 있는데, 기독교의 평화는 둘을 연결시키면서 적극적 평화를 우선하고, 공동체가 침해받지 않고 온전하고 완전하며 안전하게 존재하는 ‘샬롬’의 상태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유 총장은 기독교의 평화에 대해 △정의로운 평화 △주어진 상태가 아니라 실현되어가는 과정으로서 ‘피스메이커들(Peacemakers)’ △소유가 아니라 공동의 길 등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만들고 실천하는 일 중 한민족에 가장 시급한 일이 한반도 통일”이라며 “한반도 통일은 우리가 살 길이자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이고, 하나님의 계명이자 피스메이커가 되라는 명령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평화에 앞장서 침체된 기독교에 활력을 불어넣고 동력을 찾고 시대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며 “북한이 열려야 전도가 가능한 점에서, 통일은 복음화의 문제요 선교의 문제로 시급하고 긴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김명용 총장은 개회사에서 “남북 관계와 일본-중국 등 여러 곳에 긴장이 심각한 가운데, 이번 심포지엄 주제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자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통일을 이룩한 독일에게서 지혜를 얻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세계 신학의 중심지인 튀빙겐과 서울의 여러 교수님들이 함께 만났으니, 평화를 만들어내는 좋은 답을 만들어 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전 질의응답 좌장은 박종화 목사(경동교회)가 맡았다. 오후 2부에서는 크리스토프 슈베벨 교수(조직신학)가 ‘세계의 정의로운 평화를 위하여’, 신옥수 교수(장신대)가 ‘평화통일신학의 형성과 과제: 하나님 나라 신학의 빛에서’, 룻 콘라드 교수(실천신학)가 ‘폭력 없이, 말씀으로: 기독교 설교의 과제로서 평화’, 미하엘 틸리 교수(신약신학)가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제목으로 각각 강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