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5장 청소년 우울증의 치료(3)

청소년기의 우울증은 발달심리학적 차원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했다. 청소년기는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과제의 부담과 그에 따른 심리적인 압박감, 스스로 견디기 어려운 심리적 에너지가 함께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청소년 우울증의 치료가 그들이 정신적 힘을 얻지 못하거나 마음의 출구가 없는 것, 앞날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청소년기의 특징을 중심으로 청소년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 우울증과 인지치료

인지치료는 인지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인지이론은 감각이나 지각에 이어서 오는 단계로, 개인의 느낌이나 행동의 중요한 결정인자라는 것이다. 특히 인지치료에서 왜곡된 사고는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인지형태와 사고의 왜곡이 중심적 역할을 한다.

인지치료의 창안자인 아론 벡(A. T. Beck)에 의하면 인지치료는 가장 넓은 의미로 패배 개념과 자기 신호를 수정하므로 심리적인 고난을 경감시키는 모든 접근들로 구성되어 있다. 역기능적 정서와 행동을 변화시키는 직접적 방법은 부정확하고 역기능적 사고를 수정하는 것이다. 우울증 유발을 인지으로 보면, 인지의 3요소는 중요하다. 인지의 3요소란 청소년 우울증 환자들이 독특한 방식으로 자기 자신과 현재 경험,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 세 가지는 자기의 존재, 현재 경험하는 자기의 세계, 앞으로 돌아올 자기의 미래를 보는 인지의 패턴을 형성한다.

1) 왜곡된 인지의 결과로서 우울증

부정적 인지형태는 청소년 우울증의 왜곡된 인지사고의 결과로, 우울증은 환자들이 부정적으로 인지하는 행동이다. 그러면 청소년 우울증은 이런 것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아론 벡에 의하면 우울증은 부정인지도식(negative cognitive schema)에 원인이 있다. 실제로 청소년 우울증 환자는 많은 자극 중에서 특정한 자극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자신이 원하는 패턴으로 상황을 조합한다.

이에 따라 청소년 우울증 환자는 어떤 상황에 직면하면 그 상황과 연관된 도식을 활성화한다. 이 도식은 대개 부정적인 인지를 기초로 하여 경험을 구조화시키는데 작용한다. 물론 사고하는 도식은 우울 증상의 정도에 따라 부정적으로 인지하여 달라지게 마련인데, 경미한 정도의 청소년 우울증은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부정적 사고를 어느 정도 객관성을 가지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논리성이 결여됨에 따라 청소년의 실제 상황과 부정적인 해석 사이에서 부정적인 사고에 의해 지배를 받게 된다.

반면 심한 청소년 우울증 환자의 사고는 전적으로 왜곡된 인지도식에 의해 지배된다. 그는 부정적 사고에 완전히 사로잡혀 모든 활동에 정상적으로 임하기 어려우며 부정적 인지를 반복하여 행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경향은 말할 것도 없이 부정적 왜곡을 산출하는 부정인지도식 때문이다.

여기서 청소년 우울증 환자는 선택적으로 압축한 것과 임의적으로 추론한 것이 부정적으로 역할을 한다. 때문에 선택적인 압축에서 우울증상을 보이는 청소년 우울증 환자는 보다 큰 긍정적 정보를 배제하고 비중이 적은 부정적 측면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임의적 추론에서 우울증상을 보이는 청소년 우울증 환자는 생활에서의 부정적 사건 때문이라고 임의적으로 생각한다. 이런 선택적 압축이나 임의적 추론은 청소년 우울증 환자의 의식적 노력 없이도 작용하는 특성이므로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s)이기도 하다.

2) 왜곡된 정보처리로서 우울증

왜곡된 정보처리는 인지치료에서 또 하나의 핵심적 요소이다. 청소년 우울증 환자의 왜곡된 정보처리는 자신의 잘못된 사고체계에서 비롯된다. 체계적 사고의 오류라는 정보처리 과정은 반대증거가 있음에도 부정적 사고의 타당성에 대한 신념이 유지되는 현상을 보인다. 청소년 우울증 환자들이 정보를 처리하는 데 있어 패배 가정과 잘못된 개념화를 이끄는 것으로 확인된 일반적 왜곡에는 임의적 추론, 선택적 추론, 과잉 일반화, 확대와 과장, 개인화, 양분법적 사고 등이 있다.

첫째로 임의적 추론(arbitray inference)은 어떤 결론을 지지할 만한 증거도 없고, 심지어 그에 상반되는 증거를 갖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치료에서 청소년 우울증 환자는 그 결론에 상응하는 충분하고 적절한 증거가 없는데도 자기식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왜곡은 청소년 우울증 환자의 상황에 대한 비극적 결말이나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상담자와 관련하여 하나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처음 상담자로서 직업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부정적으로 갖게 될 경우이다. 즉 동료나 청소년 우울증 환자들이 상대방을 좋아하거나 가치 있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상담가로서의 첫 직업을 시작하는 경우이다. 상담자의 이런 부정적인 태도는 마치 학생이 선생님을 바보로 취급했고, 그러면서도 성적은 받아야 할 입장에 있는 상황과도 같다.

둘째로 선택적 추론(selective abstraction)은 사상의 일부 또는 세부 사항만을 기초로 하여 결론내리고, 전체 맥락 중의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생각은 관심을 두는 부분이 실패와 부족한 점에 관한 것 뿐이다. 이는 선택적 추론에 의하면 다른 가능성이 있는 생각 중 자신의 부정적 사고와 관련되는 것을 선택한 결과이다.

청소년 우울증 환자는 이미 자신이 경험한 부정적인 것을 바탕으로 생각하려는 태도를 견지하려 한다. 이에 따라 청소년 우울증 환자는 이미 익숙해 있는 부정적인 결론만을 도출하고 만다. 앞에서 기술한 상담가로서 그런 생각을 하였다면, 자신의 능력부분은 제쳐두고도 자신의 잘못과 약점만을 가지고 자신의 가치를 평가한 결과일 것이다.

셋째로 과잉일반화(overgeneralization)는 부적절한 대응의 반응이다. 그것은 단일 사건에 기초하여 극단적인 신념을 가지고 유사하지 않은 생각이나 상황에 부적절하게 적용하는 과정이다.

청소년 우울증 환자는 도저히 일반화시킬 수 없는 특수한 생각을 일반화시킨다. 이런 과잉일반화에는 청소년 우울증 환자들이 대개 한두 번 겪은 부정적인 경험을 다른 상황에 적용하여 해석하는 경향이다.

이런 과잉일반화는 상담자에게도 경험되는 수도 있다. 상담자로서 사춘기 아동에 대하여 상담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면 그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모든 사춘기 아동을 상담하는데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내리는 현상이다. 이 사실은 모든 청소년 우울증 환자와 상담하는데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입증한다고 결론내리는 것이다.

넷째로 확대와 과장(magnification and minimization)은 실제 이상으로 생각하는 현상이다. 청소년 우울증 환자들이 부정적 사고의 의미를 실제보다 더 과장되게 생각하는 것이다. 청소년 우울증 환자는 사고의 객관성이 결여돼 있으므로 어떤 문제를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보지 못한다. 이는 그들에게 자기식의 주관성을 활용하여 생각하려는 것으로서 확대와 과장이 필수적인 점이다.

이를 상담자와 관련하여 생각하면 상담할 때의 작은 실수는 위기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거나 심지어 심리적 손상까지 입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확대와 과장이라는 인지적 오류이기 때문이다.

다섯째로 개인화(personalization)는 관련지을 만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외적 사고와 자기 자신을 관련짓는 경향으로, 일종의 관계사고이다. 이웃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일이 자신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데도, 자신의 암담한 미래로 예시되거나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다.

이런 청소년 우울증 환자의 개인화는 사건을 객관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지극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주관적 경향을 보인다. 상담자의 경우 청소년 우울증 환자의 문제와 관련시켜 보면, 청소년 우울증 환자가 두 번째 상담에 오지 않는 경우 첫 상담시에 상담자 자신이 뭔가 큰 잘못을 했기 때문으로 완전히 확신하는 것과 같다.

여섯째로 양분법적 사고(dichotomous)는 흑백논리로 사고하고 해석하거나 경험을 극단적으로 범주화하는 것이다. 그러한 양분법적 사고를 하면, 그에 대한 생각은 ‘좋은 것’이 되든 ‘나쁜 것’이 된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양분법적 사고는 융통성을 결여하게 만든다. 이런 융통성 결여는 타인의 수용과 사고의 폭을 좁히는 현상을 유발한다. 그리고 흑백논리로 사고한 결과는 반드시 부정적인 결론을 도출하거나 그에 도달한다.

그런 사고의 결과를 상담자와 관련시키면 상담자는 원만치 못한 상담을 한 경우이다. 이에 따라 상담자는 스스로 자신이 불완전한 인간 혹은 불완전한 상담자라는 사실을 견디기 어렵게 될 것이다. 반대로는 자신을 모든 청소년 우울증 환자를 항상 성공적으로 상담하는 완벽하고 유능한 상담자로 보거나 이것이 안 되면 완벽한 실패자로 보려는 경향이 일어나는 것이다.

3) 역기능적 사고의 결과로서 우울증

인지치료는 청소년 우울증 환자의 역기능적인 인지를 알아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이에 따라 인지치료는 재(再)가치화의 과정을 통해 청소년 우울증 환자의 왜곡된 인지기능을 알아내 그 방법을 그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 된다.

이런 과정은 물론 치료자와 청소년 우울증 환자의 협동작업을 통해 달성된다. 이런 협동작업을 통해 청소년 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사고와 현실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인지는 감정, 행동, 심지어 환경적 사상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이에 따라 치료자는 청소년 우울증 환자의 사고와 신념, 특히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를 인식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훈련하게 되어 생활에 실제적으로 적용하는 효과이다.

청소년 우울증 환자의 부정적 사고는 대체로 비현실적 특징을 갖는다. 치료는 이런 비현실적 부정적 사고는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통찰한 후 그에 따른 대응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다. 그들은 비현실적이고 부정적 사고를 하는 자신의 인지적 결과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증거를 검토하여 자동적 사고에 대한 현실검증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는 숙제, 그들이 만들어낸 생각에 대한 자료-모으기, 활동, 기록, 대안적 해석 등이 포함된다. 치료 과정에서 그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문제해결에 대한 구체적 기술을 배우게 된다. 이런 기술은 합리정서적 치료처럼 인지치료는 행동치료로부터 많은 것을 차용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행동치료는 행동의 변화나 수정을 위해 습관화된 행동이나 학습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지치료는 특히 청소년 우울증 환자의 인지적 습관에 주목하는 것이다. 청소년 우울증 환자가 부정적으로 인지하는 습관이 부정적 행동을 산출하는 것으로 보기에 긍정적으로 인지하여 긍정적 행동을 산출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지치료는 그들의 편향된 인지를 현실적이고 정확한 해석으로 대치하게 된다. 이런 치료적 변화는 그들의 경험을 왜곡시키는 역기능적 신념과 생각을 수정함으로 가능하게 된다.

2. 청소년 우울증의 사례와 분석

우울증 치료는 환자의 상황을 참조하여 실행되어야 한다. 동일한 우울증 환자라 해도 처한 상황이나 배경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우선 처리해야 더 잘 풀리는 경우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서 우리는 다음 사례를 다루어보면서 이에 대한 이해를 하기로 한다.

1) 내담자의 기본사항

내담자는 여고 2학년이다. 그녀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는 학교 공부에 실패했고, 심리적으로 상처받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사람들에게 배신당했다고 느꼈다. 그녀의 증상은 우울증이 주된 증상이지만, 다른 증상, 특히 대인공포증을 부차적으로 갖고 있다.

처음 치료자를 찾은 내담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고 안절부절하는 모습이다. 치료자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눈을 아래에만 집중하고 말로 답하지 못한 채 눈물로만 답한다. 그녀의 정신상태는 열등감이 심했지만, 때로 나름의 우월감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위치에 있으며 매우 권위적인 반면, 어머니는 남아선호의 경향을 가지고 있어 아들에 신경을 쓰는 편이고 딸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내담자는 이런 어머니의 태도에 은근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청소년 우울증 사례는 특징적 측면이 있다. 청소년이 갖는 환경적 측면이 그것인데, 이때 이들의 환경은 대개 자연적 환경과 심리적 환경을 기초로 그 증상의 이해를 시도해야 한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자신의 계속적 실망감은 그들로 하여금 점점 더 현실적 자기를 포기하고 무력한 삶의 양태로 후퇴하게 만든다. 그녀의 사례에서 후술하게 될 3가지 관점이기도 하다.

2) 존재의 가치감과 자신감의 문제

내담자의 가족관계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고 정신적인 경험도 부정적인 편이다. 생각이 존재를 만들고 존재는 삶을 결정한다고 할 때, 그녀의 존재는 저하된 가치감이다. 저하된 가치감은 자신감의 부정적 측면으로 이어진다. 자신감의 부정적 측면이란 다른 말로 열등감이다. 열등감은 세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지각하는 부정인지도식의 틀을 만든다. 이제 그녀는 세상에 대해 그가 하는 모든 일들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되었다. 이로 인해 세상을 어둡게 보는 시각은 그대로 그녀에게 어두운 결과를 산출하게 된다.

그녀의 삶이 잘 되어 나갈 것 같지 않고 별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런 부정적 시각은 매우 주관적이므로, 객관적으로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주관적 측면은 부정성을, 객관적 측면은 긍정성을 산출하기 쉽다는 원리이다. 주관성이 부정성이라면 열등감을, 객관성이 긍정성이라면 자신감을 갖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그의 삶에 모든 것을 신뢰할 수 없었는지를 점검하고, 부정적인 것에 대하여 얼마큼, 몇 퍼센트로 신뢰할 수 없는지를 매우 세밀하게 판단하게 하는 것만이 치료의 일환이 될 것이다.

3) 성장 배경과 정신적 경험의 문제

내담자의 성장배경과 정신의 경험은 오늘날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란 그녀의 정신경험은 긍정적이기 어렵다고 유추할 수 있다. 그녀는 부모에 대한 양가감정이 강화되었는데,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자주 술을 마시고 귀가하였고, 그런 일로 어머니와 자주 다투었다.

아버지는 자녀들과 대화를 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아버지가 신체 장애를 가진 측면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면서도 아버지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실로 그녀의 사례는 청소년기 소외의 병리적 특징을 제시해 준다. 청소년기의 소외는 자주 접할 수 있는 현상이다.

청소년기는 발달 과정에서 퇴행적 해체가 일어나는 시기이며, 그리고 나서 성격의 발전적 재조직이 뒤따르는 시기이다. 이러한 발달적 진보는 청소년들이 성인 사회에서 자신의 분명한 역할을 찾고 자신의 위치를 갖기 위해 요청되는 신체적, 심리적 변화가 일어남으로써 이뤄진다. 그러나 청소년은 아직 그 사회의 부분을 책임지는 것은 아니므로 단지 잠재적으로만 사회의 일부분을 이룬다.

이런 가운데 그들은 여전히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상태에 있기에 어느 문화에서든 청소년기 경험에는 소외감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이 소외감이 ‘청소년기 우울증’의 현상으로 발전한다.

4) 정체성과 소외의 문제

청소년 소외는 정체성의 형성과 관련된다. 청소년의 소외는 정체감의 형성과 더불어 일어나는 특이한 현상이다. 카렌 호오나이(K. Horney)는 청소년 소외의 문제를 이상화된 자기와 현실적인 자기 사이의 불일치와 관련시킨다. 이런 소외는 사실상 고독감이다. 소외와 고독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때 청소년은 자신의 존재를 이해해줄 친구가 필요한 시기이지만 진정으로 대화를 나눌 친구가 없어 외로움을 느낀다. 친구가 없어 외로운 경우라면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무가치, 열등의식에 빠지기 쉽다.

특히 친구관계가 원만치 못하면 그들은 자기-확신에 대한 비판, 자기 자신에 대한 무관심, 학교 및 학교생활 등의 문제로 인한 고독감에 빠지기 쉽다. 이런 현상은 때로 신경증 환자와 일치되는 특징을 갖는다. 신경증 환자는 이상에 부응하지 못하는 신경증적 실패 때문에 자신을 증오하는데, 이는 자신이 가진 한계와 부적절함을 증오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자기 증오는 자신에 대한 가혹한 요구, 반복된 자기 비난, 자기 가치절하, 자기 고문의 형태 그리고 자기-파괴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들의 소외는 기억상실증, 현실감 상실, 신체감의 상실 등과 같은 극단적 형태를 띠고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소외는 무감각으로 또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감정의 형태로 더욱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3. 청소년의 우울증과 상담치료

청소년 우울증의 치료는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약물치료는 과격한 행동의 제어를 위해, 상담치료는 인지적 측면에서 시도한다. 이때 과격한 행동이 제어된다면 인지치료적 상담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소년기에는 지능 및 사고에서 본격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아동기적 사고에서 점차로 논리적, 추상적, 비판적 사고에로 전환을 가져오게 된다. 위의 사례는 다음의 몇 가지로 시도하여 치료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 감정 분출 시도

내담자는 치료를 받은지 수개월이 되어 심리적인 안정을 찾았지만 여전히 말로 표현하는 데는 자유롭지 못했다. 이때 치료자는 ‘빈의자 기법’을 활용하여 감정의 발산을 시도했다. 자신이 타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는가 하면, 다시 의자를 바꾸어 타인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마치 싸움이나 다툼을 하는 형태의 감정의 분출이 연출된다.

이러한 감정에는 분노의 감정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언어로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내담자의 마음은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는데, 불안하기도 하고 죽고 싶은 마음도 든다는 것이다.

그런 때에 내담자는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다. “병신 같이 넌 왜 그 모양이냐? 공부도 형편 없고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래?” 하는 식의 아버지의 목소리 같이 들린다.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는 자신을 비난하는 아버지의 목소리와 너무나 닮았다는 것이다.

치료자는 다시 의자를 옮겨 비난받는 자가 되어 보라고 한다. 이때 내담자는 반발심에서 이렇게 저항한다. “난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하지만 고치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해! 난 평범한 사람으로 달리질 수 있을거야!” 내담자는 이렇게 외치고 나니, 힘이 솟아나는 것 같음을 느낀다. 그리고는 이전보다 편안하게 느껴지고 치료자를 대하는 마음도 훨씬 편안해지게 되었다.

2) 분노를 직면하는 시도

청소년의 우울증 치료에서는 강한 감정에 부딪히게 된다. 강한 감정이란 대개 분노에 직면하는 문제이다. 치료 범위가 확대되면서 그녀의 격론에 치료자는 그의 말을 듣고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의 격론은 끝이 없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계속 반복되었다. 그러자 그는 부모에 대한 분노를 더 많이 말하기 시작했다. 치료자가 약간 격려해 주자, 그녀는 현재의 분노와 어린 시절에 부모에 대해 느꼈던 분노 사이를 점차 왕복하기 시작했다.

치료자는 그녀가 사회와 사회 구조를 비난할 때 사용하는 용어와 비난하는 주제는 부모, 특히 그가 아버지에 대해 퍼붓는 불평과 많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녀의 부모들은 차갑고 무관심하며, 그녀의 개인적인 욕구나 소망을 고려하지 않고 그녀의 삶을 통제했고, 그 통제에 직면하여 그녀는 자신을 무력한 피해자로 느낀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런 사실을 발견하자 큰 충격을 받았으며 혼란스러워했다.

이때 그녀는 분노의 강도가 과도하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그 분노는 대개 그가 어떤 실망으로 괴로워할 때 분출되었고, 그녀가 실망하는 횟수와 강도는 그녀의 기대의 수준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과도한 기대로 인해 계속 좌절하고 실망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다시금 그녀로 하여금 분노하게 만들었다.

분노의 분출은 해소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그녀의 경우 분노의 해소는 대화에 있다. 자기의 속마음을 시원하게 털어놓을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이때 대화는 단순히 속마음을 토로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속에 쌓인 어두운 감정의 응어리를 쏟아놓는 작업의 일환이다.

3) 소외증후군의 극복

내담자의 소외감은 자신이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참여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삶과 관심이 주류에 속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이 고독감에는 소원감(疎遠感)과 만성적인 좌절감이 있기에 그녀는 계속적으로 자신의 소원 및 욕구와 주변 사람들의 소원, 욕구, 그리고 야망에 대해 적대적이라는 감정과 함께 만성적인 실망 상태에서 살아간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계속적으로 실망시키며, 자신의 기대와 계획을 좌절시키며, 자신으로 하여금 그녀의 소원과 욕구에 순응하도록 압력을 가한다고 믿는다.

그녀의 실망감과 만성적 좌절감이 싸늘한 분노의 내적 상태를 만들어내기에, 고립되고 더욱 깊은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그녀의 분노는 그녀를 훨씬 더 만족스럽지 못하고 더욱 실망스러운 상태에 빠지게 하는 파괴적인 분출로 폭발할 것이다.

그녀의 소외증후군은 계속적인 좌절감이기에 자신 안에 만성적인 절망을 안고 살아가고, 심지어 미래도 별다른 희망이 없으며 무력감이 무한히 계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희망 없음이 상황을 지배할 때, 소외는 낙오, 포기와 같은 움츠리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4) 열등감의 해소에 주력

열등감은 자신감의 대립되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그녀의 자신감이 없는 상태는 열등감인데, 때로 이 열등감은 흔히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그녀는 아마 성장 과정에서 부모와의 정신 에너지의 교류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아동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부모와의 정서교류가 얼마나 긴밀하게 되었는가의 문제이다.

이때 긴밀하다는 것은 정서의 표현, 감정의 발산이 정상적으로 또는 빈번히 이루어진 경우이다. 부모와의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이른바 부모와의 교류가 얼마나 많았느냐의 결과이다. 거기에 자꾸 못한다 하여 꾸중 듣는 심리적 억압이 가세하면 아동은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것이다. 아동에 대한 부모의 적절한 기대와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격려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녀의 열등감 해소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무리 일깨워주어도 자신감은 쉽게 살아나지 않는다. 이런 열등감은 내담자의 정서를 부정적이게 만든다. 즉 열등감에서 이제 부정성을 주목하게 된다. 부정성은 열등감을 촉발하는 요인이다.

물론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열등감이 부정성을, 부정성이 열등감으로 채색하는 것이다. 열등감은 개인의 긍정적 정서를 모두 삼켜버린다. 그래서 치료시에 부정성에 대하여 긍정성과 대조시켜 자각을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부정성은 인격을 무참하게 파괴하는 불가사리에 비유할 수 있는데, 부정성은 모든 긍정적인 정서를 집어삼키기 때문이다.

이때 내담자의 소질이나 특성을 장점과 단점으로 구분해야 한다. 무엇이 장점이고 무엇이 단점인지를 기록하게 하고 그것을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청소년 우울증은 자신의 정체감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 이들의 우울증은 신체적으로는 성인처럼 생각되므로 “왠만큼 알아서 하겠지!” 하는 식으로 방치되기 쉬운 측면도 있다. 이제 신체적인 성숙과는 달리 심리적으로는 매우 갈등하는 유약한 상태에 있음을 인식하고 저들의 증상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그들을 인정하고 격려하도록 하자! 심리적 환경만이라도 좋게 만들어 주는 노력이라도 기울이도록 하자! 그리하면 그들이 건강하게 자라나 교회와 사회의 귀한 일꾼들이 되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