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임시총회에서 홍재철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류재광 기자

홍재철 목사 등 9인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이하 한기총)를 상대로 제기한 임원회결의효력정지가처분을 법원이 26일 받아들여, 이들의 한기총 회원 자격이 회복됐다. 단, 법원은 효력 정지 기간을 이에 대한 본안사건 판결 선고 시까지로 했다.

이들 9인(조경대·이승열·김노아·이건호·서금석·강기원·진택중·조갑문·홍재철)은 지난 6월 16일 개최된 임원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가처분을 제기했다. 이날 임원회에서 이들은 대표회장에 대해 비방 기자회견을 열고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자격 정지와 제명 등의 조치를 당했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임원은 당연직 총회대의원으로서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의 구성원이 되므로, 제명 등 징계 결의에 관하여 정관에서 직접 정하거나 운영세칙 등에 위임하는 취지의 규정이 있어야 할 것이고, 운영 세칙에서 바로 임원인 개인에 대한 징계 등에 대해 정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채무자의 정관상 임원 개인에 대한 제명, 자격정지 등의 시행에 관하여 정한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 뒤, 해당 임원회 소집 시 “7일 전까지 안건·일시·장소를 명시해 임원에게 통지해야 한다”는 정관을 위배했다고 보고 이 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채무자(한기총)는 임원회 결의가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임원회 결의가 반드시 종교 교리와 관련되는 것이 아니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홍재철 목사 등이 제기한 총무외위원장단직무정지가처분, 임시총회개최금지가처분, 대표회장직무정지가처분은 모두 기각해, 한기총 임시총회는 예정대로 27일 오전 11시 열렸다. 홍 목사 등 이번에 자격이 회복된 이들도 참석했다.

이날 총회에서 홍재철 목사는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직전 대표회장으로서 저 역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그러나 이영훈 대표회장이 과거 저와 공동으로 발표한 공동선언에서 NCCK와 WCC에 반대하고 한기총의 보수신앙을 계승하기로 했는데, 여전히 NCCK·WCC 및 NCCK와 천주교가 결성한 ‘신앙과직제협’에 이 목사님과 소속 교단인 기하성(여의도순복음)의 이름이 올라 있어 가처분을 제기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영훈 대표회장이 NCCK·WCC·신앙과직제협과의 관계를 단절하면 우리는 그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영훈 대표회장은 “기하성(여의도순복음)은 이미 임원회와 실행위 결의를 거쳐 지난해 8월 내용증명으로 NCCK에 탈퇴 공문을 접수했는데, NCCK 측에서 이를 행정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있다. WCC에도 회원으로 들어간 적 없는데, 어떤 근거로 이름이 올라 있는지는 몰라도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회장은 또 홍재철 목사 등이 가처분을 제기해 불가피하게 임원회에서 자격 정지 등의 조치를 취했었다며, “이로 인해 명예가 훼손된 분들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홍재철 목사도 “이 대표회장의 도덕적·윤리적 문제를 거론했던 부분은 취소하겠다”고 답하면서, 이에 대한 논쟁은 일단락됐다.

이어 총대들은 이날 임시총회 정식 안건인 정관개정안을 다뤄, 총 184명 중 174명의 찬성과 2명의 반대로 통과시켰다. 정관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대표회장의 임기를 기존 “2년에 (횟수 제한 없이) 연임 가능”에서 “1년에 1회 연임 가능”으로 한 것과, 총무를 사무총장으로 한 것이다.

정관개정안을 다루기 전, “법원이 지난 6월 16일 임원회 결의에 대해 효력 정지를 했으므로, 이후 이뤄진 모든 결의는 불법”이라며 “따라서 정관 개정을 하려면 다시 모든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법원이 임시총회개최금지가처분을 기각하면서 “정관 개정 내용이 채권자(홍재철 목사 등 9인)들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고, 홍 목사 등이 이날 사전 통지를 받고 총회에 참석했으므로 절차상 하자는 없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뤄 표결이 그대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