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나눔재단 1층 카페에서 만난 오대식 목사. ⓒ이대웅 기자

“우리는 신앙생활을 한다 하면서도 실제적으로 삶의 문제들을 풀어 나가는 것을 보면 성경이 아닌 일반 사회의 기준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전혀 기독교적인 모습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세상의 방법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문제를 풀어 나갑니다.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이 위험한 일인 줄도 모르는 채 말입니다(들어가는 말 中).”

오대식 목사(높은뜻정의교회)는 이러한 현상을 “결국 우리가 믿고 있는 성경 말씀을 잘못 이해한 데서 오는 결과”라고 진단한다. 성경의 올바른 해석은 우리에게 올바른 믿음과 삶의 기준을 제시할 것이기에, 그저 교회가 가르쳐 주는 대로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가르침 자체에 다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그가 했던 설교들을 토대로 안식년인 올해 초 집중 집필해 완성한 책 <왜 교회는 예수님의 세족식을 왜곡했을까?>는 그러한 진단의 결과물이다. 예수님의 가르침들을 토대로 1부에서는 교인들 개개인이 바르게 생각해야 할 내용들을, 2부에서는 교회가 바르게 생각하고 깨달아야 할 내용들을 각각 펼쳐 놓았다.

오 목사는 책을 통해 ‘탕자의 비유(눅 15:29-32)’ 속 탕자가 아닌 형에게서 신성모독죄를 발견하고, ‘실로암 못에서 눈이 밝아진 맹인의 이야기(요 9:13-25)’ 속에서 ‘누가 진짜 맹인인가?’라고 묻는다. 책의 제목처럼 ‘예수님의 세족식(요 13:4-11)’에서 ‘사랑과 섬김의 본’ 그 이상을 바라보고, ‘무화과나무와 도끼의 비유(눅 13:1-9)’에서는 ‘회개와 멸망의 경고’ 너머 ‘남은 삶’에 대한 간절함을 말하고 있다. 다음은 오 목사와의 일문일답.

-다양한 본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셨지만, 한 가지로 요약 가능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날 교회나 신앙인들에게 있어 십자가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입니다. 주님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기도 하고, 말씀도 하시고 몸소 보여주신 것들인데, 십자가와 죽음에 대해 많이 놓치고 외면하고 있는 부분들을 모았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동에 대한 보편적인 생각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있고 또는 색다른 해석을 해 보았습니다. 이는 제 표현으로 ‘바르게’ 보고 싶은 마음이고, 성경에 그런 것들이 보여 정리해 보았습니다.”

-책 제목의 뉘앙스도 그렇지만, 기존의 성경 해석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신지요.

“책의 제목 때문에 그런 오해를 받곤 합니다(웃음). 책 제목은 14가지 본문 중 하나의 소제목에서 따 왔습니다. 전체 내용을 보면 하나님 말씀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아니라, 기존의 해석과 함께 감춰진 것들까지 깨닫고 실천할 수 있도록 신앙의 영역을 넓혀 나가자는 것입니다. 기존 해석이 있는 가운데, ‘이런 각도에서도 보면 좋겠다’는 의도가 큽니다.”

▲열매나눔재단 간판 앞에 선 오대식 목사. 오 목사는 ‘빈곤을 넘어 자립으로’를 모토로 하는 열매나눔인터내셔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런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게 되신 계기나 동기가 있었을까요.

“평소 느끼고 깨달아 은혜받은 부분들을 성도들과 나눴는데, 굉장히 놀라고 새로워하면서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나 ‘희생’에 대한 이야기라 부담스러워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런 메시지들을 속 시원하게 접하지 못했다’며 잘 받아들이고 흡수하고 실천하려 애를 쓰셨습니다.

이를 보면서 ‘교인들은 말씀에 대한 실천의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잘 인도하고 바르게 가르치는 역할만 목회자들이 잘 수행한다면, 교인들은 얼마든지 은혜를 받고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교회 외에 다른 분들께도 나누면 좋겠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목회자들이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신학교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한국만의 특수한 문제일까요.

“목회자들이 이런 메시지를 회피한다기보다는, 복음에 대한 이해가 양분되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신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쉽게 이야기하면, 하나님의 뜻을 찾아가는 것과 자신 내면의 소망과 기대를 이루는 것의 차이랄까요.

한국교회가 부흥 성장하면서, 성도들의 욕망과 욕구들을 이루는 형태의 신앙을 많이 제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20-30년 오다 보니, 이러한 신앙이 고착화된 것이지요. 한국교회가 부흥하고 숫자가 늘어나고 뜨거워지기 시작한 20-30년 전부터 오늘날 위기와 몰락의 인자는 숨어 있었고, 그것이 이제 나타나는 것 뿐일 것입니다.”

-그러한 메시지는 20-30년 전 당시로서는 필요했던 것 아닐까요.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교회 교인들의 상황에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진 것이지요. 경제적으로 힘들었고, 신분 상승을 소망했고, 먹고 사는 것이 넉넉해지기를 바랐을 때, 교회가 사람들의 그러한 욕망을 채워 주는 중요한 필요를 제공한 것입니다. 그런 부분들과 코드가 맞아 교회가 팽창했습니다.

그럼에도 교회는 복음의 본질이 그것만이 아님을 함께 가르쳤어야 했는데, 그것을 놓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때는 ‘예수 믿으면 잘산다, 복 받는다’고만 해도 사람들이 몰려왔기 때문에, 깊은 신학적 고민 없이 그렇게 해 왔던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아무래도 목회자들의 잘못이 크지 않나 봅니다.

결국 목회자들의 그러한 잘못된 가르침의 결과물을, 오늘날 목회자들이 경험하고 있지 않습니까. 교인들이 줄어 들어 교회가 문을 닫거나 목회자들의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목회자들을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 목자나 안내자, 청지기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을 보여 주고 하나님의 뜻을 정확하게 보여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열매나눔재단이 말라위 지역에서 섬기는 양궁 국가대표들과 함께한 오대식 목사와 박영숙 감독(맨 오른쪽부터), 열매나눔재단 전 대표인 김동호 목사(맨 왼쪽). ⓒ열매나눔재단 제공

-이런 부분들을 위해, 목사님이 섬기는 교회에서 어떠한 실천을 하고 계신지요.

“일단 저희는 교인들이 생활 속에서 말씀을 실천할 것을 가장 강조합니다. 모든 교회가 같은 이야기이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말씀의 가르침대로 십자가를 지고 희생하고 죽는 역할을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감당하자고 권면합니다. 물론 저부터 목회를 하면서 그렇게 살아야 하겠지요.

신앙생활 중에도 교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유혹을 받을 때 세상의 기준대로 넘어가지 않고 말씀의 기준대로 살아가는 게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목회자가 가장 많은 유혹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장사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세상적 가치관에의 유혹은 목회가 최고로 심하다는 것입니다.

말씀대로 목회하고 하나 하나 그대로 실천하려 고민하는 것은 제 몫이고,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을 하면서 말씀대로 생활하는 것은 교인들의 몫입니다. 저도 힘들지만 열심히 하려 하고,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 교인들과 함께 실천하는 것이라 봅니다.”

-목회하시는 교회가 높은뜻숭의교회에서 분립된 지 7년째를 맞습니다. 그동안의 평가를 해 보신다면.

“분립 후 6년 사역하고, 현재 안식년 중입니다. 이를 1기로 놓고 평가해 본다면, 정착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있던 교회가 없어지면서 각자 4곳으로 흩어진 것은 어찌 보면 한국에서 첫 시도인데, 정착하여 하나의 ‘지역교회’가 되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지금도 교인 수가 적지 않지만 분립 전에는 정말 대형교회였고, 지금은 그야말로 ‘지역교회’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것만 해도 성공적이지 않은가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교인들이 많이 오시고, 지역사회에서 구제나 봉사 등의 사역을 맡고 있습니다. 예배 장소를 제공하는 학교(정의여고)와의 관계도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올 초 안식년을 떠나면서 교인들에게 숙제를 드렸습니다. 오는 2019년, 교회 10주년 때 교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연구해 달라는 것입니다. 교인들이 열심히 토론하고 연구하면서 결과를 내면, 돌아와서 2기 사역 가운데 그 고민의 결과를 실천해 보자고 했습니다. 장로와 안수집사, 권사, 서리집사와 평신도 등 교인 대표들로 구성된 교회발전위원회가 지난 6개월간 연구한 결과, 1차 결론으로 10주년에 교회를 분립하자는 안이 나왔습니다.

▲말라위 그물리라 지역 13개 마을을 다스리는 대(大)추장과 함께한 오 목사. 올해 열매나눔인터내셔널은 이 지역과 협력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이 추장의 요청으로 오는 2020년까지 함께하기로 했다. ⓒ열매나눔재단 제공

저는 기뻤습니다. 교회에서 보통 조그마한 봉사는 교인들의 몫이고 큰 방향 설정은 담임목사의 몫이라 여기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교인 대표들이 모여서 결정하는 것이 옳고, 그렇게 해서도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구현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12월까지 세부적 연구가 끝나면, 저는 내년부터 이를 위해 준비하는 목회를 시작하려 합니다.

이 역시 책에 나온대로 교인들이 말씀을 실천하려는 시도라고 봅니다. 교회 크기를 키우거나 큰 예배당을 짓고 싶은 마음이 교인들이나 제게도 있는데, 교인들이 한국교회 상황이나 자신들 신앙의 현주소를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세미나와 토론을 거쳐 얻어낸 결론이라 더 기뻤습니다. 교인들이 교회 건물이 주는 편안함이나 교회가 커지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들 대신, 불편을 계속 갖고 가겠다고 하니 고마운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높은뜻정의교회를 맡기 전 일본에서 사역하신 걸로 아는데요.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본에 대한 관심도 크고, 많은 성도들이 선교지로서의 일본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습니다. 직접 느끼신 일본은 어떠했나요.

“일본에서 목회하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친구 대신 사역을 시작해 10년간 일본에 있었습니다. 일본말도 모르는 상황이었고, 2-3년 사역지를 안정시키고 돌아오려 했는데 사역 기간이 길어졌습니다. 일본 크리스천들을 보면서, 제 목회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다른 분들보다 일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큰 것 같습니다.

일본 기독교인들은 저희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를 봐야 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다가 불이익을 당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를 감수하고 시작합니다. 신앙인으로 살면 힘들다는 것을 이미 알고 시작하는 것이지요. 그런 상태에서 신앙인이 될 것을 결정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복음의 진리와 신앙에 대해 다 알아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기독교인들은 대단한 분들입니다.

상세정보 

한 예로 막부 시대인 17세기 때 기독교를 박해하기 위해 만든 ‘단가제도(檀家制度)’라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가정이 죽음에 관련된 의례를 불교 사원에 일임해야 하는 제도입니다. 사람의 출생부터 죽음까지를 지역 사찰에서 관리하도록 했는데, 그 제도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인들의 무덤은 모두 동네 사찰 뒷마당에 가족 묘 형태로 다 있지요. 17세기 당시 기독교(천주교)가 사람 취급을 하지 않던 천민들에 대한 장례를 정성스럽게 치뤄주면서 하층민들 중심으로 급속 전파됐는데, 이를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일본에서 목회하면서 보니, 기독교인들은 가족 묘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한국 표현으로는 ‘호적을 판다’고 하지요? 그러한 결단으로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세례부터 받고 성경공부를 시작하지만, 일본인들은 성경공부를 6개월에서 1년간 진행한 후 세례를 받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더디고 전도도 힘들지만, 아주 철저한 과정을 거쳐 신자가 되는 것이지요. 그들은 기독교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철저히 삶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이와 비교해 한국교회는 신앙생활에 있어 희생이나 십자가의 삶과는 거리가 있으니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