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구호 조성래 이사장이 캄보디아로 보낼 물품들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김진영 기자

나눔을 실천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나눔의 진정한 기쁨을 맛보면, 그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기쁨이 나눔의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로 물질의 많고 적음이 결코 나눔의 전제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재난구호 조성래 이사장은 말한다. “천국이 우리 마음 속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나눔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누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주변에 나눌 것은 얼마든지 있어요.”

조 이사장은 언제나 그런 기적을 체험하고 산다. 그리고 또 한 번의 기적이 조 이사장을 찾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집사가 한국재난구호에 옷과 가방, 스포츠 용품 등 약 2억 원 상당의 물품을 기증한 것이다. 한국재난구호는 이를 캄보디아 주민들에게 나눠 주기로 결정했다. 한국재난구호는 전 세계 재난 지역을 찾아 구호활동을 펼치는 것 뿐만 아니라, 저개발국가 역시 꾸준히 돕고 있다.

이제 조 이사장을 비롯한 한국재난구호의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나서야 할 차례다. 기증받은 물건들을 종류별로 구분하고, 나르기 쉽도록 하나하나 다시 포장하기 위해서다. 그 양만 커다란 박스 약 400개에 달한다. 물론 이것까지 돈을 들여 다른 곳에 맡길 수 있다. 하지만 ‘나눔이란, 전하는 자의 진심이 담길 때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고 조 이사장은 믿는다.

“번거롭고 힘든 일이긴 하지만, 직접 땀 흘려 보낸 물건들은 그만큼 받는 이들에게 기쁨을 전달하게 되죠. 또 이런 과정을 통해, 나누는 이들도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구요. 비록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진심이 담긴 나눔은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큰 힘을 가졌다고 확신합니다.”

▲한국재난구호 자원봉사자들이 캄보디아에 보낼 물품들을 종류별로 분류해 포장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더위의 기세가 한풀 꺾였던 8월의 막바지 어느 날, 작업을 위해 집결한 곳은 기증받은 물품이 있는 경기도 광주의 한 물류창고. 조 이사장과 직원들이 먼저 모였고, 뒤이어 인근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속속 장소에 도착했다. 다소 수그러들긴 했지만 여전히 무더웠던 날씨에도, 작업에 임하는 이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밝았다. 너 나 할 것이 없이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작업에 임했다.

일사불란했다. 이미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조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2인 1조가 되어 각자 맡은 일들을 척척 해냈다. 창고에서 물품들을 꺼내고 종류별로 분류해 각각 박스에 담기까지, 쉬워 보여도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어느 새 물품 박스는 한켠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조 이사장은 “물품들을 컨테이너에 실어 배를 통해 캄보디아까지 보내려면, 분류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밤을 샐 각오로 왔는데,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일찍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모두들 무척 고맙다”고 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바쁜 일상에 정신없이 살다가도 이렇게 시간을 내 나눔에 동참하고 나면, 비록 몸은 힘들지만 정신과 마음이 재충전되는 것을 느낀다”고 했고, 또 다른 자원봉사자는 “가진 물질이 많아야 나눌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내가 가진 시간과 힘, 재능도 나눔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남을 돕는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인 줄 이전엔 마치 알지 못했다. 오늘도 그런 기쁨을 얻고자 동참하게 됐다”고 했다.

▲조성래 이사장도 이날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을 함께했다. ⓒ김진영 기자

이날 작업을 마친 물품들은 캄보디아 정부의 허가 아래, 오는 가을쯤 현지 각 학교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물론 조 이사장을 비롯한 한국재난구호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서 나눔을 실천한다. 조 이사장은 “물품을 기증해 주신 집사님께 한국재난구호를 대표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나눔은 전염성이 강하다. 나눈 이는 그 기쁨에 또 나누게 되고, 받은 이들 역시 감사함에 나눔에 동참하게 된다. 크고 작은 나눔들이 더 많아져 우리 사회를 더욱 밝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995년 설립된 한국재난구호는,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내외에서 구호개발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국가와 민족·종교·이념의 벽을 넘어, 재난이 발생한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긴급구호활동을 펼치는 등 피해를 입은 이들의 생존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