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이 떠난 가족의 얼굴 그림을 펼치며 함께한 모습. ⓒ운동본부 제공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 이하 운동본부)는 지난 21일 오후 7시 서울시청 시민청 워크샵룸에서 뇌사 장기기증인의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 소모임’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유가족 32가족 58명이 참여했다. 지난 2013년부터 뇌사 장기기증인 예우사업의 일환으로 도너패밀리 소모임을 진행해 온 운동본부는, 이날 2015년 첫 소모임을 진행했다.

그동안의 소모임에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쉽사리 이야기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털어 놓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진 바 있다. 특히 이번 소모임에서는 장기기증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장기기증 후 세상을 먼저 떠난 기증인들의 얼굴을 가족들이 직접 그려 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기증인 초상화 그리기 프로그램은 그동안 치유의 그림 그리기를 해 왔던 신주욱 작가가 함께했다. 신 작가는 기증인들의 사진을 바탕으로 스케치를 해 줬으며, 가족들이 이를 채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족들이 완성한 그림은 9월 6일 뚝섬유원지에서 전시, 장기기증의 소중한 가치를 알릴 예정이다.

이번 소모임에는 46세에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져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가수 홍종명 씨의 아내 정경희 씨와 딸 예빈 양이 참석했다. 다양한 드라마의 OST를 불러 90년대 인기를 누렸던 홍종명 씨는, 지난 2012년 12월 28일 세상을 떠나며 신장, 간, 심장, 각막 등을 기증했다.

또 2009년 뇌사 장기기증으로 2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4살 최기영 군의 어머니도 참석했다. 당시 최 군은 음주운전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해 더욱 안타까움을 더했는데, 어머니 장미숙 씨는 그림을 완성해 가면서 아들의 얼굴을 다시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장 씨는 “기영이가 장기기증을 통해 누군가의 삶에서 살아가고 있을 생각에 큰 위로가 된다”며 “기영이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지난 2010년 생애 마지막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을 구한 양진영 군의 어머니 김선희 씨도 참석했다. 김 씨는 “장기기증이라는 공통분모로 가족의 생명나눔을 기억할 수 있는 곳이 있어 감사하다”며 “아들의 얼굴을 그리면서 기억할 수 있었고, 아들의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로와 평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장기기증인들의 유가족들을 예우하고 격려하는 프로그램이 없어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은 그동안 다소 사회적으로 소외돼 왔으나, 2013년부터 진행된 소모임을 통해 조금씩 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가족의 장기기증 이후, 장기기증에 대한 오해를 가진 주변의 인식과 갑작스러운 가족의 부재 앞에 찾아온 정신적 고통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유가족들은, 소모임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이번 소모임은 21일 서울 소모임을 비롯해 20일 광주, 25일 원주, 26일 대전, 27일 대구, 28일 부산 등에서도 진행된다.

문의: 02-363-3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