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인가, 미신인가

조성노 | 넥서스CROSS | 304쪽 | 13,500원

문화사학자인 피터 게이(Peter Gay, 1923-2015)에 의하면, 계몽운동 시기 미신이란 단어는 도그마적 종교/기독교 그 자체를 가리켰다. 그러나 조성노 목사는 그와 반대로 ‘도그마 없는 종교’야말로 미신이라고 역설한다.

본서 <믿음인가, 미신인가>는 무신론, 종교다원주의, 무속신앙, 기타 신학적 왜곡에 설교가 오염된 시대를 향하여, 기독교 정통 교리를 성의 있게 풀어낸 설교집이다.

총 40편의 설교를 담고 일곱 파트로 나뉘어 있으나, 고전적 일곱 파트[서론, 신론, 인간론, 기독론, 구원론(혹은 성령론), 교회론, 종말론]가 아니라 신론, 창조론, 인간론, 구원론, 신국론, 교회론, 종말론 등으로 구분했다.

각 설교는 길지 않으며, 소리 내어 읽더라도 7-8분 정도의 분량에 불과하다. 그러나 각 주제가 다루는 내용 중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난해하고 이론적 논쟁이 있는 것들이다. 이렇듯 기독교 정통 교리를 쉬운 설교로 짧게 옮기려다 보니, 많은 부분에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이런 서적류의 필연적인 약점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토의해 볼 만한 주제와 묵상할 거리들을 매 설교의 끝에 달아 두었다.

예를 들면,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예수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설교가 있다. 죽음 앞에서 초연했던 소크라테스와, 그와는 상반되게 두려워했던 예수를 비교하는 내용이 나온다. 예수는 죽음의 실체를 알았기 때문에 두려워했다는 간략한 설명 뒤에, 본론인 예수의 죽음의 의미를 풀어 나간다. 그러나 왠지 소크라테스가 더욱 강인한 인간상이 아닌가! 그래서인지 이 설교의 끝에는 이런 질문이 등장한다.

“죽음을 인간의 구원이자 해방으로 본 헬라 철학과 헤브라이즘은 어떻게 다른가?”

이는 시대적·사상적 배경지식이 있을 때 이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방향을 잡아주는 신학적 깊이가 있는 질문이다.

한편 ‘필레오’라는 제목의 설교도 있다. 이는 교회의 형성에 있어 신자의 소명을 다루는 내용으로, 본문은 예수와 베드로의 만남을 다루는 요한복음 21장이다. 이 설교 끝에는, “처음 주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한 순간을 기억해 보자. 그리고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시는 주님께 대답하자”는 묵상이 제시되어 있다.

이와 같이 구성되어 있기에, 본서는 개인 경건을 위한 독서로서의 목적 뿐 아니라, 교리 공부를 위한 소모임을 위한 교재로서의 목적도 갖고 있다[물론 후자의 목적을 위해서는 리더의 선(先)이해와 치밀한 준비가 요구된다].

저자는 독일에서, 특히 판넨베르크 밑에서 조직신학을 수학하였고 장신대에서도 교수 활동을 하였다. 동시에 교회를 개척하여 20년간 목회를 해 온, 지성과 경험을 갖춘 오늘날 목사의 모범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신뢰가 가는 책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본서에 등장하는 신학자와 철학자들은 적지 않은데, 그의 이름과 소개되는 사상 요약은 여타 다른 설교에서와 다르게 정확하다. 비록 저자가 보수적인 입장에서 그 내용을 비판하는 부분이 상당하지만, 전체적으로 기독교 교리가 신앙에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 주며, 그것을 잘 녹여낸 설교집인 것은 분명하다.

깊이 있는 신앙적 설교에 갈급한 모든 그리스도인과, 그와 더불어 오늘날 길지 않은 교리 설교의 정수를 배우고자 하는 주니어 설교자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도서정보
제목: 믿음인가, 미신인가
저자: 조성노 목사는 독일 본대학교와 뮌헨대학교 신학부에서 현대 신학과 역사 해석학을 공부하였다. 그 후 광나루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현대신학과 조직신학을 가르쳤고, 현대신학연구소에서는 민족신학을 주창했으며, 현재 분당에서 1995년에 개척한 푸른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진규선 목사
총신대 신대원(M.Div.)를 졸업하고 서평가·편집자·번역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