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마틴 루터 킹의 연설 장면.

1965년 3월, 미국에서 흑인 참정권을 요구하는 600여 명의 시위대가 셀마를 출발, 앨라배마 주도인 몽고메리까지 86km 평화행진에 나섰다. 흑인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주도한 셀마-몽고메리 행진은 전국적인 흑인 시위로 번졌고, 이를 통해 흑인들의 참정권 보장이 이루어졌다.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그와 함께한 평범한 사람들이 걸어간 ‘자유를 위한 여정’을 담은 영화 <셀마>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시간순으로 담담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초반, 한 흑인여성이 참정권을 취득하려는 장면을 보여 준다. 백인인 담당 직원은 그녀에게 누구라도 대답하기 거의 불가능한 질문(가령 헌법 서문을 암송하게 한다든지, 앨라배마카운티 판사들 67명의 이름을 다 대게 한다든지)을 던지며 등록을 거부한다. 

1870년, 수정헌법 제15조 통과와 함께 미국 흑인은 역사상 처음으로 투표권을 보장받았지만, 그 후 거의 100년간 앨라배마주 전반에 걸쳐 흑인들은 지역 담당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유권자 등록을 거부당해 온 상황이었다. 겨우 유권자로 등록한 이들에게는 과중한 인두세를 내게 해, 빈곤 계층에게 커다란 부담을 안겼다.

15,000명의 흑인 중 단 130명만이 유권자로 등록된 셀마에서, 차별당한 시민들은 저항하기 시작했다. 마틴 루터 킹은 인종차별에 대항해 비폭력 운동을 전개하며, 남부기독교연합회의(SCLC 남부의 인종차별에 저항하기 위해 비폭력 보이콧 운동을 주도하던 목사들로 이루어진 단체)와 함께 1965년 1월 셀마에 도착한다.

영화는 마틴 루터 킹을 완벽하고 위대한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실수도 하고 투쟁에서 지치기도 한다. 가스펠 가수에게 전화를 걸어 지친 마음을 위로받기도 하고, 가족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며 고뇌하고 좌절한다. 또 셀마 행진으로 수감된 그는, 동료에게 자신의 앞날을 비관하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가족이 위험해도, 자신의 목숨에 위협을 느껴도, 두려움과 절망에 지지 않았다. 그는 폭력에 맞서 비폭력으로, 그리고 강렬한 연설로 ‘부드러운 강인함’을 드러낸다. 

“우린 자유라는 진실을 향해 나아갑니다. 우린 멈추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물을 것입니다. 언제 이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고. 오늘 형제 자매들에게 단언합니다. 그 수많은 고통과 눈물을 지나 우리의 자유는 곧 찾아올 겁니다. 이제 멀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뿌린 씨앗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영원한 거짓말은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오시는 바로 그 영광이 내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셀마 행진이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인종 차별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작년 8월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백인 경관의 총격에 흑인 청년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 6월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21세의 백인 남성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흑인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965년, 마틴 루터 킹과 셀마의 사람들은 함께 꿈을 꿨고 승리를 이뤄냈다. 하지만 50주년 셀마 행진의 기념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여전히 고통과 차별 속에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는 한, ‘세상을 바꿀 꿈을 품은’ 행진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