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 심는 남자

소강석 | 샘터 | 336쪽 | 14,000원

“요즘 세상을 보면 ‘에덴의 동쪽’처럼 얼마나 서로 물고 뜯으며 상처를 주는지, 미움과 증오의 가시덤불로 가득하다. 절망과 탄식, 분노와 반목의 폐허 위에 사랑과 화목의 꽃씨를 뿌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소강석 목사는 ‘꽃씨 심는 남자’이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대표시이자 사람들이 가장 애송하는 작품도 ‘꽃씨’이고, 칼럼명도 ‘꽃씨’이다. 시대가 삭막해질수록 더 꽃씨를 뿌리고 가꾸며, 정원이나 조그마한 터에라도 꽃씨를 심어 놓으면 메마른 우리 마음에도 향기로운 꽃이 핀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정원에 뿌리는 꽃씨라고 말한다. 좌절하고 슬픔의 늪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항우울제 같은 위로나 현실순응적 힐링을 주기보다, 가슴에서 움틔울 수 있는 희망의 꽃씨를 뿌리자는 것이다.

그의 이번 에세이집은 ‘꿈에도 상처가 있다’, ‘상처에도 향기가 있다’, ‘다시, 첫 새벽길을 기다리며’, ‘황무지일수록 꽃씨를 뿌려라’ 등 4부로 구성돼 있으며, 소 목사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회심 이야기, 목회 단상 등을 길지 않은 호흡으로 풀어내고 있다. 특히 4부에서는 ‘이인임의 만두는 틀렸다’, ‘찜질방에서 잠든 떠돌이별을 보셨나요’를 비롯해, 지난해부터 조선일보와 매일경제에 연재돼 화제를 모았던 칼럼들이 수록돼 있다.

소 목사는 기독교 신앙의 유무와 관계없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어떤 고난도 쓰러뜨릴 수 없는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책을 엮었다고 말한다. “나도 똑같은 인간이며, 상처받고 힘들 때가 많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절망을 딛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 포기 대신 도전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부디 미지근한 가슴이 다시 뜨거워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하나님을 만났으면 더욱 좋겠다.”

책을 통해 자신의 ‘설교 스타일’을 소개하기도 한다. ‘시대의 지성’ 이어령 교수가 말했던, 세속의 언어와 영성의 언어 중간 지점에 다리를 놓는 ‘문지방 언어’를 자신의 설교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앙은 현실 속에서 적용되고 성취되어야 하는데, 우리의 신앙이 관념적이고 피상적이지 않느냐는 진단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과 밀착하지 않은 양반 언어나 교리적 언어로만 설교한다면, 결코 성도들의 영혼을 흔들어 깨우고 변화시킬 수 없다.”

‘야생마 같고 길들여지지 않은 문지방 언어’를 쓰는 이유는, 현대인들의 겉치레와 위선을 영성으로 깨우고 깨달음을 주기 위함이라는 것. “하이데거의 말처럼 언어는 사상의 집이고 존재의 집이다. 언어에는 혼과 영성이 담겨 있다. 저질 언어는 쓰지 않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고급 언어를 쓴다 해서 소통과 감동을 주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다.” 그래서 가끔은 의도적으로 ‘문지방 언어’를 구사하고, 때로는 아주 아슬아슬한 ‘시장 언어’를 쓴다. 그러나 경계를 넘지 않고 바로 돌아온다고 한다.

▲소강석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설교 중간 중간에 ‘찬양’을 자주 하는 이유도 털어놓는다. 그는 청중과 소통하고 감동시키는 힘을 기르기 위해 가끔 유튜브 사이트에서 조용필이나 이선희, 조영남과 장사익 씨의 콘서트를 찾아 보기도 한다. 가끔은 최희준의 ‘하숙생’이나 조영남의 ‘사랑 없이 못 살아’ 등 건전한 대중가요를 개사해 부르기도 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의 ‘사랑하기 딱…’을 ‘봉사하기 딱…’으로 바꾸는 식이다. 최근엔 가수 남진 씨와 함께 집회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퓨전 방식’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소 목사는 말한다. “극단적 본질주의자나 전통주의자가 되어,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한 채 고루한 말만 해서 뭐하겠는가. 허공에 때리는 백 마디 말보다 사람의 심령을 바꾸고 감동시키는 한 마디 말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나 또한 진리 사수와 신앙의 본질에 있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어떤 의미에서 극단적 본질주의자다. 사실 자유주의 신학과 종교다원주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포스트모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든지 예수님의 복음을 쉽게 전하고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를 가슴에 와 닿게 들려주고 싶다.”

오늘도 세속의 세계를 향해, 영성의 세계를 소개하기 위하여 언어의 문지방을 넘고 있고, 그것이 바로 세속과 영성의 경계에 놓인 퓨전적 소통과 공감의 수단인 ‘문지방 언어’라는 소강석 목사에 대해, 그 원조인 이어령 교수는 다음과 같이 촌평했다. “그는 구약의 하박국 선지자가 피투성이가 된 조국을 가슴에 부여안고 성루에 홀로 앉아 울부짖었던 것처럼 민족을 향한 뜨거운 애국심을 품고 역사의 한복판에서 거친 폭풍에 맞서 달려가고 있다.”

그의 글과 책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검투사의 검놀림 같은 화려함과 현학적 위장, 표피적 어루만짐보다는 선이 굵은 정공법을 통하여 상처를 치유하는 특유의 돌파력과 저력이 있다. 거친 황야를 달려가는 들소처럼 가슴을 뜨겁게 뛰게 하는 야성과 소망이 있다. 이번 에세이집이 허공에서 맴돌다 사라져 버리는 외침이 아닌,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는 꽃씨의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수많은 꽃씨가 날고 날아 여기저기 꽃밭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소강석 목사는 같은 출판사에서 106편을 모은 시선집 <꽃씨>, 각종 행사에서 낭송한 자신의 시들을 모은 <평화의 꽃길을 열어 주소서(쿰란출판사)>를 최근 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