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동시에 서로 외도를 하고, 우연찮게도 각 외도 상대 두 명은 남매로 밝혀진다. 이 때부터 부부의 이혼문제는 논외가 되며, 남매 중 누가 사랑을 포기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되기 시작한다.

한 편, 한 형제를 두고 결혼 싸움을 벌이는 모녀의 이야기도 있다. 이 엄마와 딸은 서로가 모녀관계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딸이 태어나자마자 입양시켰기 때문이다. 독기 품은 모녀의 갈등을 표현하려는 연기자의 노력이 가상하기까지 하다.

이는 한 주 동안 방송되는 수 많은 TV 드라마 중 막장 스토리의 ‘일부’이다. 막장의 주된 내용은 출생의 비밀, 복수, 기억상실, 음모 등이며, 이 중심에는 바로 ‘부부관계’가 있다. 현실에서는 무난한 부부관계를 지향하던 사람들도 어느새 막장 드라마를 찾아 보는 골수 시청자가 되곤 한다.

드라마뿐 만이 아니다. 지난 15일 방영된 MBN 프로그램 ‘기막힌 이야기 – 실제 상황’에서 다뤄진 실제 사례는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혼 후 재산 분할을 놓고 전 남편과 다투던 한 여성이 실종되었는데, 알고 보니 전 남편이 아내를 강제로 정신병원 입원을 조장했다는 내용이었다. 관련 현행법의 미비점까지 조명해 그 현실감은 배가 되었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막장 드라마나 재연 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던 갈등과 이혼 상황이 현실에까지 늘어나고 있는 이유로 ‘막장의 일반화’를 들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매체를 통해 자극적인 스토리를 반복해서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자극에 무감각해져 결국 현실에서도 수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국내 부부들의 관계 개선과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참부부운동본부’ 윤영희 본부장은 “현실적이지 않은 막장 스토리를 통해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한 방송사의 행태가 문제”라며, “막장 드라마의 개연성 없는 자극성에 집중하기 보다는 부부 간 대화가 더욱 건전한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