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디제잉 워십’ 논란이 SNS를 달구고 있다. 지난 13-17일 천안 고신대에서 ‘캠퍼스 망명자’라는 주제로 열린 ‘2015 한국기독학생회(IVF) 전국 리더 대회’ 오프닝 무대 도중 ‘클럽’을 연상시키는 무대와 강렬한 전자음을 동반한 찬양(EDM)이 등장했고, 이 영상이 SNS에 확산되면서 찬반 논쟁이 일고 있는 것.

▲‘2015 IVF 전국 리더 대회’를 알리는 포스터. ⓒ홈페이지 캡처

◈“‘디제잉’도 십자가로 구속시킬, 문화변혁적 사명 있다”

먼저 美 리버티대학교 예배학 교수이자 예배사역연구소 대표인 CCM 중견 사역자(좋은씨앗) 이유정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균형 있는 논의’를 주문했다. “일단 디제잉 형식을 사용한 목적이 예배가 아니라 ‘개막식의 축제 분위기를 위한 기획 의도’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20대 피 끓는 일단의 젊은이들이 ‘캠퍼스 망명자(CAMPUS EXILES)’라는 주제로 영적으로 무너져 가는 대학교를 살리기 위한 포부를 갖고 모인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 교수는 “이들이 이 대회의 오프닝 무대에 일시적으로 누린 젊음의 끼와 발산을 용납할 수 없는 기성세대라 한다면, 정말이지 한국교회 미래는 숨 막힌다”며 “우리 기성세대는 교회에서 사용되는 모든 음악을 무조건 ‘이것이 예배에 적합한가 아닌가’라는 기준 하나로 도마 위에 올려 놓고 마구 난도질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아주 좋지 않은 버릇이자 지난 수백 년간 교회가 저질러 온 흑백논리요, 수많은 예술인들의 가슴을 피멍 들게 한 역사적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정 교수.

이유정 교수는 “기독교인이 누릴 수 있는 음악을 단지 예배음악만으로 제한시키는 태도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예술을 너무나 왜소하게 만들고 저 어두운 교회 지하실에 가둬 버리는 중세적 행태”라며 “예배음악 외에도 교회음악, 기독교 대중음악, 기독교적 가치와 세계관을 담은 노래를 넘어 건전 가요에 이르기까지 우리 그리스도인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마음껏 누릴 수 있고, 그것이 종교개혁자 칼빈이 말한 것처럼 ‘하나님이 인간에 주신 가장 큰 선물 가운데 하나가 음악(예배음악이라 하지 않음)’이라고 말한 본래 의미”라고 전했다.

그는 “나아가 교회는 사단에게 빼앗긴 음악을 구속하여 회복시키는 일에 더 적극성을 띄어야 하고, 특히 요즘 20대 대학생들에게 ‘디제잉’이라는 장르는 매우 익숙하고 일반화된 문화로서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러한 장르를 그냥 방치해 둔다면 결국 그 영역은 영원히 사단의 통치 하에 종노릇하게 될 것이고, 이를 예수의 십자가로 구속시키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책임이자 문화변혁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또 “물론 세속화된 장르를 구속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니겠지만, 누군가는 사명을 갖고 이 일에 도전해야 한다”며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이유가 인간을 포함한 만물(모든 음악 장르를 포함한)을 구속시키기 위한 것”임을 선언한 바울의 골로새서 1장 20절 말씀을 성경적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물론 디제잉을 예배음악으로 사용할 것인가는 전혀 다른 이슈”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음악이 갖고 있는 중립적 가치 때문에, 이 음악을 어느 용도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교회는 선명한 신학적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함과 동시에, 아티스트들은 평생을 씨름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도록 더욱 책임성 있게 이를 다뤄야 한다”며 “이때 아티스트들에 대한 교회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슈가 터졌을 때, 교회와 아티스트들이 대립적 입장에서 비난하고 정죄하는 태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는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몸 된 유기적 공동체”라며 “기성세대의 눈에 설익은 모습으로 비치는 아티스트를 시종 비난투로 공격하는 태도는, 어린아이가 실수로 손에 가시가 찔려 피 흘리고 있는데 약을 발라 주고 달래기는커녕 왜 그런 실수를 했느냐며 비난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친 손가락을 아예 잘라 버리는 냉혈 행위”라고도 했다.

이 교수는 “오히려 교회는 타락한 가치들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싸워야 하는 크리스천 아티스트들이, 영적인 분별력을 갖고 자신의 도구인 예술을 어떻게 지혜롭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고 격려받을 수 있는 영적인 요람이 되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사가 주는 메시지와 어울리지 않는 음악은 어색”

본지 서평가이자 통합적 성경공부 시리즈 ‘갈라디아서’ 저자인 이정규 강도사(시광교회)는 개혁신학적 입장에서 ‘찬양을 통해 누리는 최고의 기쁨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디제잉 워십’에 반론을 제기했다.

이정규 강도사는 디제잉 당사자에게 부치는 편지 형식의 글에서 “모든 재능은 하나님께로부터 왔다고 믿기에 간사님의 음악적 재능과 열망이 부디 귀하게 쓰임받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그 동영상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다”며 “그것이 하나님께 올리는 찬양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한 모습의 예배찬양이 옳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특히 장로교인인 제 입장에서는 ‘예배의 규정적 원리’를 어기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무엇보다) 그러한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찬양이 주는 기쁨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더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저는 DJ 장비로 EDM을 사용하여 찬양을 인도하시는 것이 너무 쾌락적이어서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가 누리는, 그리고 누릴 수 있는 궁극적 쾌락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강도사는 “찬송은 단순한 경음악이 아니라 가사가 붙어 있는 노래로, 경음악과는 달리 가사가 주는 메시지가 음률에 실려 감정을 전달한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음악은 가사가 주는 메시지를 극대화시키고 감정에 실리도록 설명하는 역할을 하고, 그렇기 때문에 가사가 주는 메시지와 음악이 어울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이정규 강도사.

‘나 무엇과도 주님을 바꾸지 않으리’ 가사인 ‘주님 사랑해요 온 맘과 정성 다해 하나님의 신실한 친구 되기 원합니다’를 제시하면서 질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고백을 하는데 EDM을 사용하기를 원하는가? EDM과 이 가사(그리고 그 이면의 성경 본문 내용)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며 “안 어울리는 것을 넘어 이 가사가 본래 줄 수 있는 기쁨과 감흥을 비트와 분위기가 방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너무나 연모했지만 함께할 수 없었던 여인을 만나 오랫동안 쌓인 감정과 사랑을 고백하는 데, 간사님께서는 EDM을 사용하시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새로운, 그리고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는 것에 대한 기대감, 사랑했던 대상과 드디어 마음이 합한다는 공감(共感), 너무나도 탁월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자신을 사랑해 준다는 데서 얻는 황홀감, 어떤 이기적 요소도 개입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본다는 만족감과 거룩함…, 이러한 감정들을 쏟아내는 고백에는 진지하고 따뜻하며 조금은 느리고 잔잔한 선율이 이 감정들이 주는 기쁨을 극대화시킨다”며 “이 모든 감정들을 토로하는데 EDM이 등장한다면, 감정이 주는 기쁨을 높이기는커녕 방해하고 감소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규 강도사는 “이러한 의미에서, 찬송은 기쁨의 시작이기보다는 완성”이라며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먼저 하나님을 본다. 그것이 따뜻한 사랑의 표현이든, 압도적이고 영화로운 권위의 표현이든 간에 피조물인 우리 안에는 전능자를 만났다는 기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강도사는 “따라서 찬양은 영원토록 하나님을 즐거워하고 영화롭게 해야 하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기독교적 기쁨의 통로”라며 “그래서 저는 하나님 말씀으로부터 출발해 음악으로 기쁨을 완성하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시편을 통해, 성령으로 오류 없이 영감받은 시인들의 다채로운 감정을 주의 깊게 관찰해 보시기”를 권면했다.

그는 “전해 듣기는 전국 리더 대회에서 간사님이 맡으신 순서는 ‘예배’가 아닌 ‘콘서트’였다고 하던데 여러 모로 다행이라 생각했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그리스도인들도 얼마든지 문화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한 마디씩 하는 이유는 간사님께서 그 시간을 ‘디제잉 워십(Worship)’이라 명명했기 때문인 것 같은데, 이 부분에서 저는 간사님을 지지할 수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하지만 하나님께서 간사님께 베푸신 귀한 음악적 재능과 감성을 부인하고 싶지 않고, 문화를 즐기며 또는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며 살아가는 것은 결코 죄가 아니며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이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일 중 하나이기에, 훌륭한 DJ가 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면서도 “다만 예배에 이 음악을 사용하는 일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숙고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또 “기왕 IVF에 가셨었으니, 예배음악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압도적인 하나님에 대해 아주 많이 말해 주는, IVP에서 출간한 존 파이퍼의 <하나님이 복음이다>를 읽어 보시기를 간청한다”고 권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