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목회자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신교회(담임 이윤재 목사)·미래목회포럼(대표회장 이윤재 목사)·호산나선교회(회장 박종구 목사)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별세목회연구원(원장 이윤재 목사) 등이 주관한 故 이중표 목사 별세 10주기 기념 ‘전국 목회자 세미나’가 ‘자기 죽음과 살림의 목회’를 주제로 6~8일 경기도 분당 한신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첫날 약 1천 명의 목회자들이 참석했다.

이 세미나는 故 이중표 목사가 생전 역설했던 ‘별세’(別世)의 신학과 신앙의 의미를 전국 목회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자리로, 첫날 이윤재 목사의 강의로 개회해 주승중(주안장로교회)·정성진(거룩한빛광성교회)·김남준(열린교회) 목사가 차례로 강단에 섰다.

이들은 각각 ‘자기 죽임 -주기철’, ‘자기 죽임 -교회 개혁’, ‘자기 죽임 -자기 깨뜨림’을 제목으로 강연했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첫날은 ‘자기 죽임’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저녁식사 후에는 워십팀의 공연과 故 손양원 목사를 그린 영화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 상영이 이어졌다.

“목회자, 주의 은혜와 능력으로 자신 채워야”

▲이윤재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먼저 이윤재 목사는 개회 강의를 통해 성경 속 ‘변화산 사건’(눅 9:28~36)를 조명하며, 그 속에 나타난 자기 부정과 살아남의 영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 목사는 “오늘 본문 중 누가복음 9장 31절에 ‘별세’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故 이중표 목사님이 바로 이것에 주목하셨다”며 “따라서 별세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변화산 사건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목사에 따르면, 변화산 사건의 구조는 ‘자기 부정-변화산-병든 세상’으로 나타난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변화산에 오르기 전, 먼저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눅 9:23)을 가르치셨고, 변화산 사건(눅 9:28~36) 이후에는 산을 내려가 병든 세상을 치유(눅 9:37~43)하셨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부정은 결국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연결된다. 우리가 주님 앞에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며,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과 함께 우리도 죽었다는 정체성을 확인한 다음에야 우리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이것이 또한 故 이중표 목사님이 생전 강조하신 ‘별세의 영성’과 일맥상통한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목회자 안에 자아가 살아 있을 때 담대할 수 없다. 그러나 ‘주님과 함께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담대해질 수 있다”면서 “우리가 자아를 지키려 할 때 우리도 모르는 사이 약해질 수 있다. 왜 담대하지 못한가. 그것은 우리에게 자기 죽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또 “하나님을 믿는 것과 영성적 삶을 사는 것은 다르다. 변화산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신비한 체험이 아니라 그 사건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가 있다는 사실”이라며 “우리 신앙의 중심에도 예수 그리스도가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분과 함께 머물며, 그에게서 나오는 은혜와 능력으로 자신을 채우는 목회자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 목사는 “능력은 바로 그렇게 흘러야 한다. 목회자들은 간혹 자신의 힘으로 목회를 하려 한다. 하지만 그것엔 한계가 있다. 언젠가는 탈진하게 될 것”이라며 “폴 밀러는 ‘사랑은 주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목회자도 먼저는 받아야 한다. 그렇게 우리 안에 채워진 힘과 능력이 흘러 넘칠 때, 우리의 목회도 풍성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도의 형상 본받게 해주는 것이 자기 깨어짐”

▲김남준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또 이날 마지막 강사로 나선 김남준 목사는 “목회사역이 점점 복음의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다. 기독교 사상을 외치는 설교는 점차 사라지고, 신자들의 일상적인 삶의 행복에 대한 논의가 강단에서 훨씬 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러한 목회의 피상성은 사회와 교회의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목회자의 복음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과 하나님의 거룩하신 성품에 대한 경험 부족의 결과”라고 했다.

김 목사는 “목회는 단지 교회라는 단체를 경영하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며 “목회자는 진리를 깨닫고 그것을 가르치고, 그것에 합치하는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채찍질하는 것을 사역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목회자는 끊임없는 참회의 생활 안에서 자기 깨어짐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신자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받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자기 깨어짐”이라며 “신자는 내재하는 죄성으로 말미암아 자신 안에 있는 중생한 신자의 생명의 원리를 거슬러서 살아가게 되는데, 자기 깨어짐은 그의 부패한 경향성을 파괴하고 거룩한 경향성을 내면의 세계에 구축함으로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받게 한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우리가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목회의 정신은 자기 죽음이다. 목회자의 자기 죽음에서 시작하는 목회의 정신이야말로 우리가 받은 소중한 유산”이라며 “한 사람의 목회는 그가 일생 동안 부른 ‘토혈의 노래’다. 그리스도 예수께서 가신 길이 그러했다. 그분의 생애는 액체의 생애였다. 땀을 흘리고, 눈물 쏟으며, 피 뿌리신 생애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방종한 인간의 사상과 허무한 철학들, 만연한 물질주의와 부도덕한 사조 속에서 땅에 떨어진 복음의 영광으로 인해 슬퍼하고 하나님의 보좌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돼야 한다”며 “목회자는 그 시대의 마지막 희망이며 신학생들의 구도자적 몸부림은 다음 시대의 뱃머리”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미나 둘째 날과 셋째 날은 ‘살림’이 주제다. 주서택 목사(주님의교회), 브레난 브리드(Brennan W. Breed) 박사(컬럼비아신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홍민기 목사(호산나교회), 정갑영 총장(연세대)이 둘째 날, 최석원 목사(대전성결교회)가 셋째 날 강사로 나선다. 이들은 ‘살림의 목회’를 위한 치유와 목회자, 다음 세대, 지역사회 등을 논한다.

특히 이번 세미나가 故 이중표 목사의 10주기를 추모하기 위한 것인 만큼, 둘째 날인 7일 오전 9시 30분에는 전병금 목사(강남교회)의 설교로 추모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또 이날 저녁에는 하덕규 목사의 공연과 박종구·박종화(경동교회)·김명혁(한복협 회장)·김해성(중국동포교회) 목사와 김성영 박사(전 성결대 총장)가 패널로 나서는 좌담회가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