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대의 절반 이상을 선교지에서 보내며 하나님께 젊음을 헌신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한국으로 돌아 왔는데, 저희 가정에 갑작스레 큰 어려움이 닥쳤습니다. 아버지의 실수로 억대의 빚을 지게 되면서 화목했던 가정이 깨어진 것입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이 깨어지니 집에 들어가는 것이 고통이었고,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습니다.

그 당시 예배드릴 때마다 저의 마음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던 감정은, 하나님을 향한 ‘미움’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습니다. 내가 헌신한 결과로 주께서 보답하신 것이 고통과 아픔이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속이 상하고 아팠습니다. 게다가 그런 감정을 가진 채 하나님의 선하심에 대하여 설교를 할 때면, 제 마음은 칼로 도려내는 것처럼 고통스러웠습니다.

“구원자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여, 진실로 주는 스스로 숨어 계시는 하나님이시니이다”(사 45:15)

이사야의 고백처럼 마치 하나님은 숨어 계시는 분과 같이, 성도의 간절한 외침에 침묵하시고 우리를 고난 가운데 머물게 하실 때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맞으면 우리는 도저히 하나님을 예배할 수 없고, 찬양할 수 없는 마음의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고통 가운데 있을 때에 더욱 하나님을 찬양해야 하며, 온 마음을 다해 주님을 예배해야 합니다.

기쁨과 평안 속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통 중에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난 중에도 하나님을 송축하는 성도의 믿음을, 주님께서는 더욱 귀하게 보십니다. 다윗이 광야에서 11년간 사울에게 쫒기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 때에, 그는 상한 심령으로 주님께 예배드렸습니다. 눈물이 나는 아픔과 외로움 속에서도 “여호와는 나의 목자”라고 고백하며 주님을 찬양하고 경배드렸습니다. 광야에서 드린 다윗의 예배를, 주님께서는 기뻐 받으셨습니다.

아픈 마음을 붙들고 가정을 위해 기도하던 어느 날, 주님께서는 세미한 음성으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이 가정을 사랑한다. 내 목숨보다 더 너희 가정을 사랑한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사랑하신다는 그 사실에, 제 마음에 있던 모든 원망과 분노는 한순간에 녹아내렸습니다.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경험한 것이지요. ‘하나님이 우리 가정을 사랑하신다는데 무엇이 더 필요할까?’ 하나님의 측량할 수 없는 그 사랑과 마주하게 되면, 어떤 고통도 감당할 만한 것이 되고 하나님의 은총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 십자가 사랑의 능력이지요.

그로부터 몇 년 후, 하나님께서는 우리 가정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해 주셨습니다. 또 그 기간 동안 부모님께서 아침마다 함께 말씀을 나누고 기도하는 귀한 은혜도 누리게 되었습니다.

바둑 선수들은 경기 후 자신들이 놓았던 수를 다시 맞추어 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200수가 넘는 돌들을 순서도 틀리지 않고 복기한다고 합니다. 그 비결에 대해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단 한 수도 의미 없이 놓은 것이 없기에 모두 기억하는 것입니다.”

의미 있는 것은 잊히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성도 인생에 의미 없이 행하시는 일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성도가 겪는 아픔과 고통도 모두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다고 고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삶을 주관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모든 상황도 하나님의 완전한 계획 속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고난 중에도 더욱 하나님을 예배하고 찬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김영광(성현교회 전도사, <하나님을 찾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