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종 박사(서울신대, 종교사회학). ⓒ크리스천투데이 DB

‘2015 제7회 장로교의 날 비전70 학술포럼’이 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황수원 목사, 이하 한장총) 장로교의날준비위원회 주최로 2일 오전 스탠포드호텔에서 진행됐다. 이날 허문영 박사의 사회로 진행된 포럼에서 최현종 박사(서울신대, 종교사회학)는 ‘한국사회의 발전과 종교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현종 박사는 “종교가 현재 한국의 사회 진보에 있어서 갖는 역할과, 가족 및 섹슈얼리티의 영역에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 보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사회과학기초연구(SSK) ‘종교와 사회 진보’ 연구의 일환으로 조사된 ‘2014 종교와 사회 진보에 관한 설문조사’의 결과 분석을 토대로 했다”고 했다.

최 박사는 먼저 “사회 발전에 미치는 종교의 역할은 그다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물론, 이러한 평가는 종교의 유무, 믿는 종교의 유형, 특히 개인의 삶에 있어서 종교의 중요도 등에 따라 달랐고, 연령 및 선호 신문 유형에 의해 측정된 진보-보수의 차이도 이에 영향을 미쳤지만, 전체 평균값으로 보면 오히려 부정적인 쪽에 가까웠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평가는 전체적으로는 세속화의 영향, 좀 더 구체적으로는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 서사의 결과로 보인다”며 “다만 한국의 종교인구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한국사회의 세속화는 종교인구의 감소보다는 의식의 세속화, 혹은 종교의 주변화로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의 세속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적인 영역에서는 종교의 영향력이 지속된다는 서구의 사례와는 달리, 전통적으로 사적 영역으로 평가돼 온 도덕, 인격 형성, 행복한 삶 등의 요소에 대한 종교의 기여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본 연구의 결과는, 한국사회의 세속화가 서구 사회와는 또 다른 측면을 갖고 있음을 보여 준다”며 “즉, 공적인 영역에서도 종교가 여전히 기여할 수 있다는 서구의 종교사회학의 입장과는 반대로, 한국사회에서는 사적인 영역에서조차도 세속화의 영향이 미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했다.

가족 및 섹슈얼리티와 관련해서는 “종교는 조사항목 중 동성애, 이혼 및 혼외 성관계에 대한 태도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지만, 입양과 미혼모에 대한 태도에는 그렇지 못했다”며 “동성애의 경우 종교적 요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이와 같은 종교의 ‘섹슈얼리티/가족’에 대한 태도가 사회 진보와 관련해서 지니는 의미는, 일단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사회 변동에 대한 ‘속도 조절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즉, 지나치게 급속한 변화에 대해 어느 정도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함으로써, 기존의 제도(섹슈얼리티와 가족)가 기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며, 사회 구성원의 불안을 막아 주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와 같은 속도 조절이 지나칠 경우 변화 자체를 거부할 수 있고, 이는 사회의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며 “최근 한국사회에서 동성애를 둘러싼 논의에 있어, 종교가 갈등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례의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변화-안정’의 대립 축에서 종교가 사회적으로 적절한 조정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문자에 의존하는) 근본주의적 성격을 탈피하고, (인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영의 종교’가 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의 예를 들면, 예수는 산상수훈을 통하여 문자(경전)을 재해석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윤리를 제시했다”며 “이와 같은 ‘옛 전통’과 ‘새 해석’ 사이의 바른 균형을 잡을 때, 종교는 한국사회의 진보에 기여하고 섹슈얼리티와 가족에 대해서도 적절한 새로운 윤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장총은 7월 10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의 제7회 ‘장로교의 날’ 기념대회를 앞두고 이날 포럼을 비롯해 통일 기도회 및 학술 심포지엄 등 다양한 부대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