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제98회 총회 부총회장 선거에서 나란히 후보로 나섰던 백남선(앞줄 오른쪽)·김영우(앞줄 왼쪽)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예장 합동 백남선 총회장과 총신대학교 김영우 재단이사장 사이의 합의가 제100회 총회를 앞두고 교단 내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화합의 단초를 마련했다”, 혹은 “혼란만 가중시킨 정치 논리”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백 총회장과 김 이사장은 최근 광주에서 만나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은 △총회는 김영우 재단이사장을 길자연 전 총장 잔여 임기 동안 총장으로 운영이사회에서 선출해, 재단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사항을 추진한다 △김영우 재단이사장은 총장으로 선출될 경우, 재단이사장직과 이사직을 사퇴하고 재단이사회에 관여하지 않는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운영이사회를 소집해 관련 사항을 처리한다 등이다.

지난해 제99회 총회에서 가장 큰 논란을 낳았던 것은 단연 총신대 관련 결의였다. 당시 총대들은 총신대 재단이사의 임기를 4년으로 하고, 한 번만 연임·중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한 정관 개정에 대해서도 못 박았고, 정한 시간까지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재단이사들의 총회 내 공직을 박탈하겠다는 강경한 단서까지 달았다.

이후 총신대 재단이사회와 총회는, 두 사람의 합의서가 나오기 전까지 계속 충돌해 왔다. 총회 측은 ‘결의’를 근거로 이행을 촉구했고, 재단이사회 측은 사학법을 내세워 “총회가 학교 인사에까지 관여할 수 없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소송전이 벌어졌고, 총신대 일부 재단이사들의 사퇴로 학교 운영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그러던 중 양측의 핵심 인물들이 만나 전격 합의에 이른 것이다.

“총회 전 화합 위한 차선책”

일단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역사적인 제100회 총회를 앞두고 화합의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점 때문이다. 만약 합의 없이 갈등이 계속됐다면 오는 가을 정기총회는 또 이 문제로 시끄러울 게 뻔하고, 이는 ‘제100회 총회’의 역사성에 흡집을 낼 것이라는 판단이 이런 긍정적 평가의 배경이다.

교단 내 소식을 주로 다루는 한 언론은 “이번 타협안은 총회와 총신대 간의 갈등을 풀고 화합하기 위한 차선책”이라며 “(이번 합의와 같은) 정치적 타협 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남은 과제들은 상호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가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보다 현실적인 면에서 이번 합의가 나왔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백남선 총회장 입장에선 회기 내 가시적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고, 김영우 이사장 역시 총회와의 불편한 관계가 학교 운영에 걸림돌이라는 생각에 이런 합의를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 백 총회장은 ‘성과’를, 김 이사장은 ‘실리’를 각각 얻었기에, 이번 합의가 양측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총회 결의는 무덤에 묻혔다”

하지만 이것이 백 총회장 개인에겐 ‘성과’일지 몰라도, 총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이번 합의를 ‘밀실 야합’으로까지 평가절하하고 있다.

사실상 이번 합의의 핵심은 김영우 이사장이 총장직을 맡는다는 시나리오다. 단순하게 보면 백 총회장이 ‘총장’이라는 자리를 주고, 김 이사장은 재단이사장, 곧 학교 운영의 실질적 권한을 내려 놓는, 그야말로 정치적 ‘기브 앤 테이크’의 전형이다. 하지만 총장과 재단이사장이라는 자리가 과연 이런 합의로 오갈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 일각에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총장만 하더라도 100명 이상으로 구성된 운영이사회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를 해야 오를 수 있는 자리다. 이를 모를 리 없으면서도 이런 합의를 했다는 것은, 당사자인 두 사람 외에도 많은 이들이 여기에 관여했음을 보여 준다. 이는 그만큼 운영이사회가 정치적으로 변질됐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또 한편에선 이번 합의를 ‘윈윈’이 아닌 김 이사장의 ‘완승’으로 보기도 한다. 교단 한 관계자는 “길자연 총장의 사임 후 속으로 걱정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합의)이었다”며 “총회는 최악의 카드를 (김 이사장에게) 바쳤다. 어떻게 상대방이 원하는 카드를 그렇게 쉽게 주었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으로 총회 결의는 무덤에 묻혔다. 힘이 있는 자는 총회 결의도 이긴다는, 바르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이라며 “그나마 총회가 파행으로 가지 않았다는 데서 위안을 삼는 이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번 합의는 (총신대) 학생들을 담보로 정치적 협상을 한 것에 불과하다. 총회는 이제 잘잘못이 희석되는 혼합주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이번 합의 중 ‘김영우 재단이사장은 총장으로 선출될 경우, 재단이사장직과 이사직을 사퇴하고 재단이사회에 관한 것을 관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김 이사장이 총장에 선출되지 못할 경우 재단이사장직과 이사직을 사퇴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 결국 김 이사장 입장에선 전혀 손해 볼 것 없는 합의라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총회와의 갈등으로 총신대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니 이에 대한 책임을 백 총회장에게 돌리는 이들이 생겼고, 여기에 백 총회장이 심적 부담을 느낀게 아닌가 짐작한다”며 “백 총회장이 이런 부담을 털고자, 임기 말미에 끝내 정치적 양보를 한 것일 수 있다”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보다 구체적인 것은, 합의서에 나온 대로 조만간 열릴 운영이사회를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이날 김영우 목사를 단독 후보로 하는 총장 선거를 바로 치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