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열 목사(맨 오른쪽)가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한화룡 교수, 조은식 교수, 하광민 목사. ⓒ이대웅 기자

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황수원 목사, 이하 한장총) 2015 선교포럼이 ‘탈북민 선교와 목회’를 주제로 6월 30일 오후 서울 방배동 백석아트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화룡 교수(백석대)의 사회로 조은식 교수(숭실대)가 ‘탈북민 선교와 통일 준비’, 하광민 목사(생명나래교회)가 ‘통일선교 목회와 한국교회’, 탈북민 목회자인 유대열 목사(하나로교회)가 ‘탈북민 목회 도전’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조은식 교수는 “탈북민들이 남한에 살고 있지만, 이들이 남한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고 소외되거나 배척당한다면 남과 북 사이의 진정한 통일을 이루기 어렵다”며 “통일이 되더라도 정치적 통일일 뿐, ‘사람과 사람의 진정한 통일’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북민들에게도 스스로 남한 사회에 적응하려는 의지와 자립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우리는 이들을 우리의 이웃과 동포, 형제자매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분단으로 인한 차이점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차이점을 부인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지만, 그렇다고 차이점만 부각시키면 차이점이 더 커 보일 것”이라며 “우리는 차이점을 인정하되 공통점을 찾고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관점으로 탈북민들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들의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자세가 요청된다.

조은식 교수는 “탈북민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은 부담이 아니라 복”이라며 “남한 주민들은 넓은 마음으로 탈북민들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부족한 현실에서, 탈북민들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실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며 “그들이 체제가 다른 북한에서 살다가 남한에서 잘 적응한다면, 통일 후 남북 주민들이 함께 살게 됐을 때 서로 얼마나 잘 적응할지 예측하게 해 주는 귀한 자료”라고도 했다.

그는 “탈북민들이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해 안정적으로 정착한다면, 북한 내부에 있는 주민들에게 남한에 대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이처럼 탈북민들의 남한 사회 적응은 통일 후 사회 통합과 민족 화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광민 목사는 ‘통일선교 목회’에 대해 “통일에 있어 그리스도인들은 이념의 늪에 빠지거나 설익은 중도가 아니라, 복음적 시각에서 시대를 해석하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며 “‘하나님께서 피로 사신 교회’를 중심으로 통일과 통일성도가 목양의 대상으로 자리잡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 목사는 한국교회가 통일선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로 △기도모임 시작하기 △통일선교 부서 만들기 △탈북민 교우 만들기 △탈북민 신앙교육 △탈북민 사역자 세우기 등을 꼽았다. 특히 탈북민 교우 만들기에 대해 “신앙이 없는 탈북민들이 신앙을 얻기 위해 제 발로 교회에 찾아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그들의 필요를 제공함으로써 교회에 찾아오기 쉽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들의 ‘필요’로는 △하나원을 나온 후 각자 집을 배정받는 시기 정착을 돕는 ‘초기 정착 도움’ △공부방이나 일대일 과외 등으로 탈북 청소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탈북 청소년 대안교육’ △탈북 대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영어교육’ △재정을 지원할 뿐 아니라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따뜻하게 지원하는 ‘장학제도’ 등을 제시했다.

▲백석아트홀에서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신앙교육으로는 성격상 공개적으로 타인 앞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점을 감안한 ‘일대일 양육’과 일대일 양육 후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제자훈련’ 등을 소개했다. 하 목사는 “대다수 교회가 탈북민들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하는데, 이때 대부분 거부감을 갖거나 상처를 갖고 교회를 떠나게 된다”며 “탈북민들은 적어도 6개월은 지나야 마음을 열고, 그 이후 자연스럽게 교회에 정착할 수 있는 신앙교육이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무엇보다 좋은 양육과 훈련은 스스로 리더의 자리를 맡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광민 목사는 “한국교회는 통일이 구호나 공허한 환상이 아님을 기억하고, 일방통행식 통일선교를 지양해야 한다”며 “남한 성도와 사회적·문화적·이념적·계층적으로 다른 북한 주민들에게 복음을 보여주고 살아갈 때, 통일한반도 교회가 우리에게 열릴 것”이라고 역설했다.

유대열 목사는 “하나로교회의 사명은 남한에 온 탈북민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그들의 삶을 돕는 피난처 역할을 하고, 탈북 청년들을 믿음으로 세워 고향인 북한에 복음을 전하는 그리스도의 일꾼들로 양육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으로는 탈북 청년들 중 고향으로 돌아갈 2백 명의 복음 선교사들을 양육하고, 2천 명의 통일시대 각 분야 전문가들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하나로교회는 80%가 탈북 청년들이고, 20%는 남한 성도”라며 “남한 성도가 개척 후 몇 가정 찾아왔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잠시 탈북 청년들을 돕고 양육하려 했을 뿐, 교회에 등록하고 오래 있기를 원하진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들의 마음은 당연히 이해해야 했지만, 한 성도가 교회에 나오는 것은 교회에서 영적 양식과 도움을 받으려 나오는 것 아닌가”라며 “그러나 교회 구성원들 대다수가 탈북 청년들이고 목회자도 탈북민이어서, 남한 성도는 저희 교회에서 영적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남한 출신 성도에게 ‘이제 원래 있던 교회로 돌아가실 때가 된 것 아니냐’고 물어도, 그들은 ‘아니다’고 답한다”며 “말씀도 좋고, 남과 북이 하나님 사랑 안에서 식구들처럼 있어서 좋고, 탈북 청년들이 믿음으로 성장하는 모습에서 자신들의 기도와 사역의 열매를 맛보니 매우 보람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유 목사는 “지금 교회의 중요한 기도제목은 탈북민과 남한 성도들의 비율을 50대 50으로 하는 일”이라며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먼저 알고 믿은 남한 성도들의 신앙의 본이, 탈북 청년들이 북한에 복음을 전할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성장하는 데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포럼에 앞서 드린 예배는 신예찬 목사(한장총 전문인선교훈련원장)의 인도, 손귀영 목사(전문인선교훈련원 부원장)의 기도, 석사현 장로(한국기독교탈북민정착협의회 사무총장)의 성경봉독, 장원기 목사(예장 백석 증경총회장)의 설교, 우종휴 목사(예장 합신 총회장)의 격려사, 이성민 목사(예장호헌 총회장)의 축사, 유만석 목사(한국교회언론회 대표)의 축도 등으로 진행됐다. 포럼은 장원기 목사의 인사와 강세창 목사(선교위원회 서기)의 기도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