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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성서적 해석과 윤리적 고찰

윌라드 스와틀리 | 대장간 | 276쪽 | 15,000원

지난 주말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와 서울시청 일대 퀴어 퍼레이드, 그리고 교계의 대대적인 반대집회로 ‘동성애’ 이슈가 최고조에 달했다.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을 논한 도서들로는 길원평 교수 등의 <동성애, 과연 타고나는 것일까?>, 어윈 루처 교수의 <동성애에 대해 교회가 입을 열다(두란노)>, 기윤실의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적 답변(예영)>, <존 스토트의 동성애 논쟁(홍성사)>, 탈동성애자 이요나 목사의 <동성애 사랑인가(지혜문학)>, <동성애, 온전한 변화를 위한 시작(웰스프링)> 등이 있었다. <섹스 앤 더 처치(한울)>, <예수가 사랑한 남자(동연)>, <하느님과 만난 동성애(한울)> 등 동성애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도서들도 여럿 나왔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말 출간된 <동성애: 성서적 해석과 윤리적 고찰>은, 급속하게 친동성애로 기울기 전인 ‘2003년 미국’에서 쓰였기에 우리의 현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다. 저자 윌라드 스와틀리(Willard Swartley)는 메노나이트(재세례파)로, ‘한국 독자들에게’라는 서문에서 2003년 당시와 2015년 현재의 차이에 대해 말한다.

“2003년 당시, 동성애를 옹호하는 태도는 미국 문화와 교회에서 아주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지금, 북미와 서구 유럽 문화에서는 남성과 여성, 즉 이성 간의 결혼과 동성 간의 결혼에 아무런 구분이 없다고 보는 어마어마한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미국 문화에서 일어난 이러한 엄청난 변화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분명한 성서적 가르침을 존중하는 교회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교회 내에서는 온갖 종류의 불일치와 분열의 목소리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열의 상황에서, 교회는 ‘변화를 요청하는 지배문화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주류문화적 관점에 대해 비순응으로 반응해야 하는지’를 놓고 기로에 서게 됐다고 진단한다.

책의 전반부는 부제처럼 ‘성서적 해석’에 초점을 맞춘다. 동성애 논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구약 본문들과 ‘과감히’ 대면한다. “성서 본문에 대한 적절한 설명도 하지 않고 성서를 너무 쉽게 벙어리로 만드는 모습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구약에서 동성애에 관련된 성서 본문으로 이해되는 내용들과 1세기 현실일 뿐이라며 ‘내버려 둔’ 내용들을 모두 포함해, 학자들의 논의를 개관한 후 요점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는 동성애라고 명확히 번역된 단어가 원래 본문에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지만, 성서의 가르침이 동성애라는 구체적 행위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창세기 19장과 사사기 19장의 두 이야기는 동성 강간과 환대하지 않은 행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들려 주기 위한 이야기로서, 사랑하는 동성 간의 관계를 언급한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 본문을 예로 들어 이들을 동성애로 정죄할 순 없지만, 이 두 본문에 동성애 행위의 주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셋째로, 몇몇 구약과 신약 본문(레 18:22, 20:13, 고린도전서 6:9, 딤전 1:10)들은 동성 성교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저자는 “유대주의와 구약이 동성 관계를 부정적인 것으로 여겼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비록 사람이 자녀 출산을 우선으로 두지 않고 독신으로 살더라도, 신약성서 역시 동성 관계를 금지하는 이러한 도덕적 관점을 재차 인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예수께서 동성애를 주제로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그러므로 동성애도 괜찮다)”는 주장에 대해선, 예수님의 ‘욕정’에 대한 가르침(마 5:26-28)과 ‘간음’에 대한 입장(마 5:31-32, 요 8:1-12 등), 이혼 관련 대답(막 10, 마 19), ‘스스로 고자가 된 사람(마 19:10-12)’ 이야기 등과 ‘동정심과 거룩함’이라는 예수님의 윤리 등을 근거로 또 다시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한다.

①해석학적 입장에서, 동성애 논쟁에 대해 예수께서 아무것도 말씀하지 않으셨다는 입장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②예수의 가르침과 모범은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이나, 더 나아가 언약에 기초하여 결혼한 동성애자나, 아주 난잡한 동성애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환영하고 받아들이라는 부르심이다 ③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보이는 반응은 모든 사람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 그리고 성서가 보다 폭넓게 선언하고 있는 하나님의 뜻을 어긴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 등이다. 그러나 동성애는 정치적이 아닌 목회적 주제이므로, 목회자는 교인들을 돌아보고 동성애를 탈정치화하며 하늘의 지혜를 구해야 한다.

이 외에도 바울이 쓴 로마서 1장 24-27절과 고린도전서 6장 9-11절의 해석을 비롯해 최근 몇십 년간 동성애 이슈가 서구 문화에서 떠오른 10가지 요소들, 성서해석학적 분석과 고찰, 교회의 신념과 이에 대한 반응 등을 서술했다.

저자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결론을 통해 “우리는 예전 근본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이 벌인 논쟁을 반복하는 일 없이 성서의 권위에 대한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며 “특히 서구 바깥 세계 교회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귀담아 들음으로써, ‘성적 자유는 개인의 몫’이라는 주제넘은 전제를 보다 철저히 자기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성적 주제들이 어떠하든지, 회중 안의 모든 사람들을 돌아보는 목회를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죄와 은혜의 역설적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구원의 능력과 예수 그리스도 안의 정체성이 사람들의 성품과 도덕적 선택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인정하며, 서로를 향한 사랑과 제자됨으로 각 사람을 부둥켜 안는 ‘제3의 길’로 나아가는 삶이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