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이 세미나실을 가득 메운 가운데 콘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2015 서울 C. S. 루이스(Lewis) 콘퍼런스’가 22일 오후 서울 합정동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 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그야말로 ‘남녀노소’ 1백여 명이 참석하면서, 평일 낮 시간 행사로는 이례적으로 성황을 이뤘다. 특히 참석자들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등록비(1만 원)를 낸 평신도여서, ‘C. S. 루이스’의 인기를 짐작케 했다. 자녀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두 번째 강의를 통해 ‘C. S. 루이스가 발견한 복음과 한국교회’를 발표한 정성욱 교수(美 덴버신학교 조직신학)는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도서’로 선정된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를 중심으로 루이스의 작품 속에 담긴 기독교적 메시지와 복음의 특성에 대해 신학적으로 살폈다.

정성욱 교수는 “C. S. 루이스는 20세기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복음주의자들에게 가장 심오한 영향을 준 기독교 작가이자, 성경이 말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순전한 복음’을 가장 분명하게 이해하고 해설하고 체험한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였다”며 “그의 전기를 쓰기도 했던 알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McGrath)는 그를 ‘교회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독교 사상가 10인 중 한 명’으로 평가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정성욱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정 교수는 C. S. 루이스가 발견한 복음으로 크게 6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시다’는 것으로, “예수는 위대한 도덕적 스승(no alternative)이나 미치광이 정신병자, 거짓말쟁이 또는 지옥에서 온 악마라고 했던 당대 일부의 평가를 거부하고, 삼위일체를 말하면서 아버지와의 관계에 있어 영원한 아들이자 세 위격이 한 분 하나님으로 연합되어 존재하시는 그 관계를 명확하게 증언했다”며 “또 예수 그리스도께서 본질상 하나님이시자 하나님의 아들로, 죄인을 위해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음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둘째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의 복음’이다. 그는 “루이스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인을 위해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다는 성육신의 사건을 명확하게 전달한다”며 “그 성육신의 목적은 죄인을 위한 고난과 죽음이고, 루이스는 여기에 초점을 두면서도 ‘그리스도가 자원해서 우리 대신 형벌을 받으심으로 우리가 사면을 받았다’는 면보다 좀 더 포괄적으로 그 다음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빚을 대신 갚아주었다’는 개념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셋째와 넷째는 ‘구원과 새 사람의 복음’, ‘새로운 가치관의 복음’이다. 루이스는 인간이 빠져 있는 ‘곤경’으로 ‘스스로 독립적인 위치에 서려고 한 것’과 ‘스스로 자기의 주인인 양 행세하려 한 것’을 꼽았고, 이 곤경에서 빠져나오려면 ‘하나님을 대항하여 창과 무기를 들고 있던 모습을 인정하며 잘못했다고 항복하고’ ‘그 동안 잘못된 길을 걸어왔음을 깨닫고 삶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 교수는 “이를 신학적 용어로 하면 회개·회심”이라고 했다.

그러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 생명을 얻고 새로운 피조물이 된다. 정 교수는 “단순히 그의 가르침을 따르려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종류의 인간이 나타나게 된다”며 “루이스는 이를 일종의 ‘진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했다. ‘새로운 가치관의 복음’이란 세상의 본질과 세상적 가치관에 대한 분명한 해석을 제공하고, 주님의 재림과 다가오는 세상 즉 내세에 대한 분명한 확신을 제공하는 복음을 말한다.

5-6번째는 ‘새로운 성품과 인격을 형성케 하는 복음’, ‘새로운 실천과 삶을 추동시키는 복음’이다. 정성욱 교수는 “루이스는 하나님이 정말 원하시는 것은 특정한 종류의 사람이 되는 것이지, 정의롭거나 절제 있는 특정 행동을 한다는 것이 곧 그 사람 자체가 정의롭거나 절제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지적했다”며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선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에 우리를 선하게 만드시는 것임을 역설했다”고 했다.

정성욱 교수는 C. S. 루이스가 발견한 복음을 한국교회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한국교회는 현재 순전하고 온전한 복음이 상실된 위기 상황으로, 루이스가 말했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정체성과 가치관을 발견케 하고, 새로운 성품과 인격을 형성케 하며, 새로운 실천과 삶을 추동시키는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심현찬 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어 심현찬 원장(美 워싱턴트리니티연구원)은 ‘균형 잡힌 경건의 초상을 찾아서: C. S. 루이스의 삼색 경건(지성·감성·영성)을 중심으로’라는 마지막 강연을 맡았다. 그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루이스는 복음을 설명하는 데 적실한 도구들을 제공한다”며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의 대중신학자이자 ‘복음주의 감성’의 리더, ‘복음주의의 언어 연금술사’ 등, ‘20세기 복음주의의 아이콘 또는 현상’으로 불릴 만하다”고 밝혔다.

심 원장은 “C. S. 루이스는 어떤 기독 작가나 신학자들보다 기독교적인 ‘복음의 순전함’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감수성과 상상력이라는 현대 포스트모던의 시대정신에 맞게 잘 이야기해, 균형과 경건을 상실한 현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에게 귀한 지혜와 통찰을 제시한다”며 “최근 루이스의 전기를 저술한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그에 대해 ‘기독교의 거대담론이자 구원의 담론을 상상력과 이미지를 통해 변증하고 옹호했고, <나니아 연대기>에서 이런 점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또 “루이스는 젊은 시절 무신론자였다가 33세에 예수님을 영접하고 복음주의 최고 변증가가 됐으며, 평생 평신도로 살았지만 영적 거장으로 존경받은 인물”이라며 “무엇보다 루이스는 회심 이후 소명을 발견하고, 전쟁 중 방송 대담이 기초가 된 <순전한 기독교>나 <나니아 연대기> 등을 통해 복음의 순수성을 전하고 영적 상상의 세계를 열어 준 탁월한 감성적 리더였고, 가난 중에도 남에게 베풀기를 힘쓰면서 자신은 근검하게 생활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루이스는 ‘이론적 변증서(rational apologetics)’로 대표작 <순전한 기독교>를 비롯해 <기적>, <인간 폐지> 등을 썼고, 이는 <나니아 연대기>로 상징되는 ‘상상력의 변증법(imaginative apologetics)’과 대조된다”며 “물론 이론적 변증서 안에 이미 상상력의 변증법 요소인 ‘비유적 글쓰기’가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순전한 기독교>는 또 교회 안팎의 사람들에게 정통 기독교의 핵심이자 공통분모를 제시하면서, 각 교파의 특색 대신 ‘기독교 전체의 본질’을 보여주는 ‘현관(hall)’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회심 이후 이성과 감성만 있었던 작품 세계가 영적 통제와 토대 위에 조화와 균형을 유지해 갔다”며 “이성·감성·영성(경건)의 3색 균형과 조화를 통해 앞서 언급된 작품들 외에도 <고통의 문제>,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등을 남겼다”고 밝혔다.

심 원장은 “그의 글쓰기 원리는 한 마디로 ‘낯설게 글쓰기(writing of defamiliarization)’라 할 수 있다”며 “다시 말해 그는 성경의 복음을 진부하지 않게 현대인의 언어로, 그러나 분명하게 증거할 줄 알았던 탁월한 복음 언어의 조탁자요, 대중의 귀와 가슴에 울리고 감동을 주는 탁월한 대중 설교가이자 신학자였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심현찬 원장은 “루이스는 평생 기쁨(joy)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특히 자신의 회심에 대해 ‘가장 놀라운 기쁨’이라 증언했는데 우리가 주목할 것은 그 다음 태도로, 이 회심의 감격과 기쁨도 결국 ‘천국을 가리키는 포인터’ 즉 지시물에 불과함을 이야기했다”고 정리했다.

또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느낀 회심의 기쁨, 이 땅에서 누리는 모든 기쁨도 결국 천국을 가리키는 이정표에 불과하고, 루이스조차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이정표적 인물일 뿐”이라며 “이 루이스의 ‘창문’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보고 나아가 천국을 향한 순례자적 경주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인성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앞서 이인성 교수(숭실대)는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와 우주 3부작(<침묵의 행성 속에서>, <페렐란드라>, <그 가공할 힘>) 등을 쓴 문학가로서의 ‘20세기 최고의 기독 작가 C. S. 루이스’에 대해 강연했다. 영문학자인 이인성 교수는 C. S. 루이스 문학의 주요 특징으로 상상력(Imagination)과 신화(Myth), 문체(Style)과 언어학(Philology)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주요 주제들에 대해선 사랑(<사랑의 알레고리>, <네 가지 사랑>), 고통(<고통의 문제>), 선과 악(<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실낙원 서문>), 교육(<인간 폐지>)과 기독교(<순전한 기독교>) 등으로 분류했다.

주로 루이스의 문학작품을 분석한 이 교수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새로 쓴 신화 소설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Till We Have Faces)>에 대해 “기존의 신화를 사용해 (사랑과 희생에 대한) 새로운 신화를 창조했고, 이를 통해 독자들을 궁극적인 진리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나니아 연대기>에 대해선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단순하고 유기적인 형식으로 치환했고, 부담 없고 편안한 인물들을 내세운 가운데 단순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구성으로 생생한 묘사를 시도했다”며 “각각의 등장인물(동식물)들은 온갖 종류의 상징들로 가득하고, 안정된 논리와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무장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루이스가 전하는 일관된 주제는 ‘진리를 향한 갈망’으로, 그가 말하는 ‘기쁨(Joy)’이란 이 갈망이 가득 채워진 상태”라며 “가능하신 분들은 그의 작품을 영어 원어로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세 학자들의 발표 후에는 참석자들의 질의와 발제자들의 응답이 이어졌다. 콘퍼런스를 후원한 홍성사는 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등 잘 알려진 작품들부터 <피고석의 하나님>과 <기독교적 숙고>, <세상의 마지막 밤>과 최근 나온 <실낙원 서문> 등을 전시·판매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정인영 교사(책 <루이스가 나니아의 아이들에게> 역자)는 “이런 콘퍼런스가 있다는 자체가 참 좋다”면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루이스는 평신도를 위해 글을 쓰고 강연을 했는데, 교수님들만 강연을 하셨다는 것이다. 일상을 살면서 루이스를 읽는 평신도도 참여하는 콘퍼런스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이경용 목사(광교소망교회 담임)는 “루이스의 책을 몇 권 읽고 그의 영성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SNS를 통해 콘퍼런스를 알게 돼 배우러 왔다”며 “문학 세계를 중심으로 한 이인성 교수님의 강연이 새로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