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에서 이은선 교수(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기독교문화재연구소(이사장 이태희 목사, 이하 한기문) 제1회 학술심포지엄이 5일 서울 합정동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담임 이재철 목사) 사회봉사관 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역사분과 이은선 교수(안양대)는 ‘기독교문화재 보존의 가치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발표를 통해 “문화재는 조상들이 남긴 삶의 지혜가 담겨 있고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으로, 우리나라 기독교 문화재는 대부분 교회 건축물과 함께 선교사들이 초기에 지었던 선교사들의 개인 저택과 학교·병원 건물 등이 포함될 수 있다”며 “이러한 건축물들은 대부분 개항 이후 지어진 것들이어서 문화재법상 근대건축물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독교가 제작했던 성경과 찬송가를 비롯한 다양한 기독교 문헌들과 발간했던 신문·잡지들, 교회에서 사용했던 악기들과 병원에서 사용했던 의료기기들도 포함될 수 있으며, 각 교회들이 만든 교인교적부와 당회록, 금전출납기록, 교회 행사기록을 비롯한 다양한 사진자료 등 그야말로 초기 한국교회의 ‘모든 것들’이 해당된다.

이 교수는 “그런데 이러한 교회 건축물들과 기록물들 중 중요한 문화적 가치가 있는 것들이 제대로 보존되지 못해 훼손되거나 교회 재건축으로 소멸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근대 문화재로서 기독교 관련 문화재들을 보존하는 일은 시급성을 요하는 중요 문제”라며 “그럼에도 그 동안 기독교계에서는 이 문제에 체계적인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기독교문화재 보존의 가치에 대해선 역사·문화사·한국교회사 등 세 분야를 거론했다. 먼저 역사적 가치에 대해선 “역사는 기록과 유물과 유적을 통해 생명력을 얻게 되므로, 우리나라 초기 교회 건축물들과 교회 유물·유적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결국 기록상으로만 존재하는 교회들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문화재들이 유산으로 남지 않을 경우, 기독교와 교회의 존재는 생명력을 잃고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사적 중요성으로는 “근대화론 측면에서 보면 서양 문물과 정신의 수용과 함께, 우리의 관점에서 필요한 부분은 더 강화시키고 불필요한 부분은 비판·지앙하면서 우리 삶에 맞는 근대 문화와 건축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전제에서 ‘ㄱ’자 한옥에서 시작한 교회 건축 양식의 변화는, 우리나라에 복음이 증거되면서 우리의 의식이 어떻게 근대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라고 전했다.

한국교회사적 관점과 관련해선 “기독교 문화재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일 뿐 아니라 교회사 연구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며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파할 때 각 지역의 중심에 기지를 세우고 주변으로 확산시켰듯, 우리 초기 교회 건축물들을 통해 선교사들이 당시 정치·문화적 상황들을 고려해 선교기지를 설정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곳에 교회들을 세웠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은선 교수는 “우리나라에 복음이 전파된 지 130년이 지났지만, 한국기독교의 문화재 관리 실태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독교 문화재는 한국 사회에서 근대화의 통로 역할을 하고 다방면에서 근대화에 기여했던 주요 산물들로, 문화재 보존에 힘을 기울일 뿐 아니라 종합 목록을 작성·관리하여 후손들의 신앙교육과 함께 일반인들에게 기독교를 알리고 관광자원으로까지 활용하면서 미래 기독교 발전의 토대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기독교 문화재 등록 현황을 소개했다. 사적은 5곳으로, 정동교회(256호)·강화도 성공회 성당(424호) 등 교회 2곳과 연세대학교의 스팀슨관(275호)과 언더우드관(276호)과 아펜젤러관(277호) 등 교육기관 3곳이다. 시도별 유형문화재는 9곳으로, 서울 1곳·인천 2곳·충북 2곳·대구 3곳·광주 1곳 등이다. 이 외에 문화재 자료 강화도 서도중앙교회 등 6곳, 기념물 광주 우일선서교사 사택 등 4곳, 등록문화재 서울 이화여고 심슨기념관 등 38곳 등이다.

임영근 한기문 사무총장은 “한기문은 130년 한국 기독교가 남긴 고귀한 유산의 수집 및 보존, 계승을 통해 △기독교 문화재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고 자료 수집을 통해 문화지로서 가치를 바로 세워나가는 일 △개발과 신문화의 무분별한 수용으로 인한 파괴와 멸실을 막고 소중한 기독교 문화재를 보존하는 일 △다문화와 국제사회 속에서 고전과 현대가 공존하는 근대문화유산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며 이를 대한민국의 신산업으로 육성하는 일 △기독교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다음 세대에 이어가는 일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후 문화재분과 김정신 교수(단국대)는 ‘기독교 건축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방안’ 발표에서 교회 건축문화유산의 활용 방안으로 △살아 있는 교회 박물관 △순례관광 자원 △한옥 교회 건축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모색 등을 제시했다. 그는 “건축문화재는 자연 및 도시환경에 노출돼 있고 일반에게 공개돼 있어, 그 어떤 문화재보다 시간적 경과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쇠락과 변형이 일어나기 쉽다”며 “따라서 수명 연장과 보호를 위해 적절한 수리와 유지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순례관광 자원화에 대해선 “순례는 우리의 앞길을 열어주신 성인들의 혼과 자취를 느끼고 체험함으로써 그분들을 본받고자 하는 염원이 담긴 여행으로, 한국교회의 보물인 성지유산은 한국기독교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기독교 문화에 대한 존중을 증진시키며 공동체의 사회적 결속에 공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옥 교회 건축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관해선 “세계유산 중 교회 관련 문화유산은 약 10.8%에 이른다”며 “아시아만 해도 아르메니아의 교회 유적과 인도의 고아 교회와 수도원, 필리핀 바로크 성당과 마카오 역사 유적, 예비단계인 일본 나가사키 교회 유적 등과 비교할 때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임영근 사무총장이 ‘한기문의 설립 배경과 나아갈 방향’, 책임연구원 김호욱 교수(광신대) 사회로 문화분과 최종호 교수(한국전통문화대 문화재관리학과)가 ‘한국 문화재 보존 관리, 보호활동 정책과 전망’을 각각 발표했다. 총평은 박명수 교수(서울신대)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