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자들이 질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장우건 변호사, 서헌제 교수, 권헌서 변호사, 송인규 변호사. ⓒ이대웅 기자

교회 재판과 분쟁 해결을 위한 제2회 화해중재원 포럼이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원장 양인평 변호사)과 한국교회법학회(회장 서헌제 교수) 주최로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변호사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오준수 변호사(화해중재원 운영위원) 사회로 서헌제 교수(중앙대)가 ‘교회 재판의 현황과 문제점’, 권헌서 변호사(예장 통합 총회재판국장)가 ‘권징 재판의 구조와 문제점’, 감리회 총회특별재판위원인 송인규 변호사(법무법인 정원 대표)가 ‘행정 재판의 구조와 문제점’, 장우건 변호사(화해중재원 부원장 겸 운영위원장)가 ‘교회 재판과 국가 재판의 관계’를 각각 발표했다.

네 명의 발제자들은 공통적으로 판결을 내리는 재판국(위)원들의 법률적 지식 또는 소양 미비 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판결, 다수결 또는 전원합의 결정 등을 문제로 제기하면서, 심리·재판의 공개나 재판국(위)원 선출방식 개선, 교회법 체계 및 재판절차 정비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서헌제 교수는 “교회 재판은 국가법원의 형사 재판 또는 행정 재판과 유사하나, 그 목적이 범죄자의 처벌이나 징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신성과 질서를 유지하고 범죄자의 회개를 촉구하여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이 차이가 있다”며 “또 해벌 절차를 두어 회개의 정이 뚜렷하면 치리회 결의로 치리회 석상에서 자복케 한 후 해벌할 수 있도록 하고, 위탁 재판이나 재심, 총회특별재심 등의 절차를 두어 피고인이 구제받을 여러 가지 길을 열어 놓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회 재판의 문제점으로는 △교회법 체계의 혼란과 미비 △재판기관의 비전문성 △재판기관의 독립성과 공공성 △재판의 비공개성 등을 제기했다. 특히 교회법 체계에 대해선 “재판의 기준이 될 규범(교회법)이 체계나 내용상 일관돼 있지 않고 혼란스럽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특히 교회 분쟁의 중요 원인이 되는 교회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규정이 미비하고, 동일 사건에 대해 항소·상고는 물론이고 재심·총회특별재심 등 8회나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는 재판심급 남용 문제가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했다.

예장 통합 총회재판국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한 서 교수는 “이러한 문제들에 여러 치유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은 바로 교회 재판을 공개하는 것”이라며 “예장 통합을 제외하면 대부분 교단이 판결문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지 않는데, 판결은 교단 헌법규정 못지 않게 교회법의 법원(法源)으로서 중요하기 때문에 판결문 공개야말로 교회 재판에 대한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밝혔다.

예장 통합 교단 헌법을 중심으로 발표한 권헌서 변호사는 “재판국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판국이 법리적으로 충분한 소양을 갖추지 못한 재판국원들로 구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재심청구를 하면 그 사건을 상설재판국 대신 재심재판국에 맡기다 보니 판결이 서로 달라지는 경우가 생겨 불신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개선 방안의 핵심은 결국 재판국원들의 자질 향상에 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총회재판국과 총회 헌법위원회에 반드시 일정 수 이상의 법률전문가를 포함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현재 총회재판국이 전원합의체로만 운영되는 것도 문제가 있고, 각 부를 두어 독자적으로 재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헌법해석기관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헌법위원회의 헌법 해석과 총회재판국 판결이 상충되지 않도록, 해석의 통일과 일관성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헌법위원회가 법리적 소양을 충분히 갖춘 사람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점이고, 만약 이 같은 필요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헌법해석 통일에 관한 어떠한 방안도 무의미해질 수 있고 때로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감리회 행정재판제도를 중심으로 발제한 송인규 변호사는 그 문제점으로 “총회(행정)재판위원회나 특별재판위원회의 경우 연회별로 1명씩 대표자를 선출해 재판부가 7-14명으로 구성돼 다수결에 따라 판결하는 선출방식으로 인해, 재판위원 대부분이 법에 대한 전문지식이 결여돼 있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판결하는 사례가 많다”며 “결국 법조인의 법리에 대한 설명에 그대로 따르거나, 경우에 따라 재판위원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법리나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판결을 위한 표결에 참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그리하여 당사자가 이러한 판결에 불복하여 국가 법정에 대상 판결에 대해 무효를 확인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같은 취지의 별도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생겨난다”며 “결국 교회 재판이 재판위원회 구성상 문제점과 판결이 다수결 원리로 이뤄진다는 내재적 한계로 인해, 재판의 결론인 판결이 교리와장정에 따른 법리적 판단보다는 단순한 숫자 논리인 다수결로 결정될 가능성을 항상 내포한다”고 전했다. 재판위원의 전문성과 독립성 결여 문제도 제기했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교리와장정(교회법) 규정의 체계화와 규정의 명확화 추진 △재판위원회 구성 방식과 단순 다수결 결의방식 지양 △재판위원의 전문성 강화 △재판위원회의 독립성 보장 △조정제도 활성화 등을 언급했다. 그는 “교회 재판이 하나님의 정의와 교회법과 원칙에 따라 합리적·합법적으로 이뤄진다면, 교회 관련 분쟁이 국가법정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게 감소하리라는 사실은 명확하다”고 했다.

장우건 변호사는 ‘그리스도인의 소송 자제’를 요청했다. 그는 “당시 민사소송을 담당하던 판사나 배심원은 돈을 받고 특정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것이 보편적이었기에, 고린도전서 6장 1-8절에서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이미 남을 속이는 것이라고 질책하고 있다”며 “소송을 좋아하던 헬라 사람들과 달리, 유대인들은 문제와 분쟁을 자기들의 회당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는 “목사들이 법정을 전세 내 야단법석을 부리는 것은 참된 그리스도인이 아니므로, 우리는 바울의 이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법원 판결이 교회 분쟁의 해결 수단으로서 유일한 것도 아니고, 더구나 교회 분쟁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법원 판결이 해결책으로써 여러 단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교회 재판이 본질과 목적을 이탈하여 교인들의 일상적인 민사-형사 분쟁에 개입하는 일은 교회 재판의 남용”이라며 “분쟁 중의 반대측 교인들을 권징 재판에 의해 제명·출교하는 것 역시 교회 재판의 남용이자 교회 분쟁(분열)을 장기화할 뿐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회 정관 또는 교회 재판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