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회장 한상화 박사) 제30차 정기논문발표회가 5월 30일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특히 조봉근 박사(광신대)가 ‘칼빈과 한국장로교회의 학파별 구원론에 관한 비교연구’를 제목으로 발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칼빈의 구원론을 먼저 제시하고, 이후 박형룡과 박윤선, 이종성과 김재준, 한철하와 김영한 등 한국 장로교회 주요 학자들의 구원론과 비교했다.

구원론: 보수는 칼빈과 개혁주의, 진보는 바르트와 자유주의

▲조봉근 박사.

조봉근 박사는 “오늘날 한국장로교회는 구원론에 있어 ‘칭의(稱義) 교리’가 일방적이고 지나치게 고조돼, 그야말로 터무니없이 ‘값싼 은혜’가 초기 부흥사들에 의해 일반 성도들에게 더 깊은 논의와 여과 없이 단순하게 전달되는 등, 소위 ‘성화(聖化) 없는 칭의’가 당연시돼 왔다”며 “그러나 칭의와 성화에 대한 이원론적 해석은 ‘복음과 율법’ 또는 ‘믿음과 행위’라는 분열 현상을 유발시켰고, 오늘날 신앙생활에서 발생하는 여러 병리적 현상들에는 구원 교리를 잘못 가르친 이유도 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장로교회의 뿌리인 칼빈 구원론의 핵심에 대해 그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이요, 이로 말미암아 동시적으로 주어지는 이중 은혜(duplex gratia)가 바로 ‘칭의와 성화’”라며 “우리는 칭의와 성화의 불가분리적 유기성과 성령사역의 동시발생현상을 함께 이해하고, 이는 칼케돈 신조의 ‘반드시 서로 구별돼야 하지만 서로 혼동되거나 분리돼선 안 된다(distinctio sed non confusio et separatio)는 원칙에 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박사는 “존 칼빈은 <기독교 강요> 제3권에서 ‘칭의와 성화’의 관계에 대해 당시 둘을 동일시한 오시안더(Osiander)를 비판하면서 ‘둘은 분리되지 않지만, 구별돼야 한다’고 말했다”며 “죄의 흔적들이 의인들 속에도 항상 남아 있다는 것이 경험에 의해 아주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의인들의 칭의는 삶의 새로움을 향한 개혁과는 전적으로 구별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칼빈은 ‘이중적 은총’은 인정하지만 ‘이중적 의’는 허용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후에는 한국장로교회 학파별 구원론을 짚어 나갔다. 조봉근 박사는 “보수 교단의 박형룡과 박윤선, 김영한 학파는 주로 칼빈과 개혁주의 구원론을 따르고 있지만, 진보 교단의 이종성·김재준 학파는 주로 바르트와 자유주의자들의 구원론을 옹호하고, 한철하 학파의 경우 칼빈과 웨슬리의 구원론을 모두 수용하고 있다”고 요약했다.

박형룡·박윤선: 칭의와 성화는 분리되지 않지만 구별돼야

▲(왼쪽부터 순서대로) 좌장 이승구 박사, 발제 조봉근 박사, 논평 김윤태 박사.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제공

구체적으로는 먼저 죽산 박형룡에 대해 “교의신학과 성경주석의 상호비교를 통해, 구원서정으로서 ‘소명-중생-회심-신앙-칭의-수양-성화-견인-영화’의 9가지 순서로 논하는 것이 합당하고, 칭의는 ‘예수 그리스도의 의를 기초로 죄인에 관한 율법의 주장이 만족된 것을 선언하시는 하나님의 재판적 행위’라 정의했다”고 소개했다. 성화에 대해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A. A. 핫지, 루이스 벌코프의 정의를 인용해 ‘성령님께서 의롭다 함으로 죄인을 죄의 더러움에서 구출하시고, 그의 온 성질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갱신하시며, 그로 하여금 선한 일을 행할 만하게 하시는 은혜롭고 계속적인 공작’이라고 했다.

조 박사는 “죽산은 ‘성화를 칭의와 나눌 수 없이 연결되고 둘이 결코 분리되지 않지만 반드시 구별돼야 하며, 성화를 칭의와 혼동하는 것은 성경을 생각 없이 읽는 사람들이 자주 범하는 과오’라는 칼빈의 입장을 취했다”며 “저 자신을 비롯해 김길성·권호덕·강웅산·유태화·유창형 등 죽산학파들은 모두 칼빈과 개혁신학자들의 구원론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암 박윤선의 구원론은 ‘칭의는 법정 용어로, 범죄자가 법적 선언에 의해 옳게 여김 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하면서, 이 경우 ‘그 죄인이 옳게 여김을 받는 것은 자신에게 의가 전혀 없어도 성립되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 하나님이 그를 가리켜 그리스도의 의에 참여한 자라고 법적으로 선언하신다’고 주장했다. 성화에 대해선 ‘성령께서 신자로 하여금 점차 거룩해지도록 하는 역사이고, 단번에 이뤄진 사건이 아니라 계속 성취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칭의와 성화의 관계에 대해선 ‘칭의는 성화보다 논리적으로 우선하며, 칭의는 객관적으로 죄인 밖에서 실현되지만 성화는 주관적으로 그의 실생활에 성취된다. 칭의는 그리스도의 보혈을 믿는 믿음과 함께 느껴지는 사죄받은 평안함이고, 성화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거룩해지려는 소원과 행동의 계속’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칼 바르트가 ‘칭의와 성화는 서로 독립된 행위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이뤄지는 한 화해운동의 두 가지 방면’이라고 한 것을 ‘잘못된 성화론’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 박사는 “신복윤·안명준·김재성·이승구·김병훈·변종길·유해무·박영돈·이신열 등 정암학파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칼빈과 개혁주의 구원론을 주장한다”고 했다.

이종성의 통전적 신학, 김재준의 보편구원론, 그리고 김균진

춘계 이종성의 구원론에 대해선 ‘보다 포괄적인 통전적 신학(Holistic Theology)이라고 했다. 조 박사는 “춘계는 칭의를 의인(義認·의롭다고 인정함)이라 번역했고, ‘의인 교리가 인간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한 루터의 말을 인용했다”며 “의인 교리는 루터로 시작해 모든 개혁자들에 의해 강조됐으며 종교개혁의 불변의 유산으로 보수되고 있다”고 했다. 성화는 “믿음을 가진 신자들 생활의 종합적 과정이고, 신(神) 자신이 성령을 통해 죄인인 사람과 하나가 되어 그 죄인이 그 자리에서 신처럼 거룩하게 되고, 그 거룩함을 통해 그가 있는 현실 자체를 거룩하게 하는 사건을 뜻한다”고 했다.

조봉근 박사는 “춘계는 신앙의 성립이 ‘의인과 성화’를 동시에 체험할 때 가능하다고 했고, ‘양자를 유리(遊離·따로 떨어져 있는 것)해서는 신앙이 성립할 수 없다’고 하면서 바르트가 ‘직설법과 명령법이 하나를 이루고 있다’고 한 말에 대해 ‘바로 이 점을 지적해서 하는 말인 것 같다’고 증언했다”며 “다시 말해 춘계는 칼빈보다 바르트의 논법을 따르고, 그의 구원론은 바르트의 선택론이 핵심을 이루며, 개혁신학자들이 논하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라는 중심 교리가 크게 부각되지 않고 다원주의적 양상을 띠면서 뚜렷한 자기 신학의 색깔이 없는 ‘백과사전적 종합신학’, ‘백화점식 나열신학’, ‘집대성신학’이라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김명용·윤철호·현요한 등 춘계학파는 대부분 이 통전적 신학의 경향을 따르고 있으나, 최윤배의 구원론은 분명 칼빈과 마르틴 부처의 구원론을 설명하고, 황승룡은 찰스 핫지와 안토니 후크마, 존 머리 등 여러 개혁신학자들의 구원론을 인용해 그의 구원론을 전개하고 있다”고 했다.

장공 김재준의 구원론과 관련해선 “초기에는 기독교의 구원론을 일단 수용했으나 후기에 가서 완전히 보편구원론에 빠졌고, 제자들 역시 칼빈의 구원론에 관한 논문이나 책을 별로 쓰지 않았다”며 “오늘날에도 김재준 학파의 후예들은 대부분 비교종교학의 상대주의 입장에 서 있고, 특히 종교보편주의 이론을 전개 중인 김경재 뿐 아니라 오영석·김균진의 경우도 한국적 민중신학의 범주 안에 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박사는 “특이하게도 연세대에서 오랫동안 조직신학을 가르쳤던 김균진은 <기독교 조직신학> 제3권에서 놀랍게도 약 230면이나 할애하여 ‘신앙·칭의·성화·하나님의 은혜’를 비교적 세밀하게 논술했고, 전통적 개혁신학자들처럼 ‘칭의와 성화의 관계’를 깊이 다루고 있다”며 “그는 칭의와 성화의 관계에 대해 ‘하나님의 구원 사건이 가진 두 가지 다른 차원으로, 하나님의 낮추심이 칭의라면 이로 말미암은 인간의 높임은 성화’이고, ‘둘은 결코 나뉠 수 없으며 칭의의 진실성 여부는 성화의 열매에서 증명되고, 성화의 열매는 궁극적으로 사랑의 행위에 있다’며 전통적 바르트주의 입장을 뛰어넘어 오히려 칼빈에게 접근하고 있는데, 이는 보수적 한국장로교회의 토양에 크게 영향을 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균진의 뿌리가 되는 바르트 신학에 대해 그는 “외형적으로 칼빈의 성화론과 유사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바르트는 칭의와 성화를 하나로 본 것이며, 칭의 속에서 성화를 보고 성화 속에서 칭의를 보고 있어 사실상 둘을 구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 한철하는 구원론에 있어 죄 사함과 회개를 강조하고 칼빈처럼 신앙을 조리 있게 설명하면서 도표를 통해 ‘죄사함→칭의→화목’과 ‘회개→중생→성화’를 균형 있게 해설했으며, 그의 학파인 한상화는 칼빈과 웨슬리의 성화를 비교하면서 웨슬리가 말한 완전성화의 의미를 변증하고 있다. 또 김영한은 루터의 의인(칭의)론은 칼빈보다 부각됐고 칼빈의 성화론은 루터보다 더 개진됐음을 말하면서 ‘바르트의 구원론은 보편구원론의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분명히 규명하고 있다고 논증했다.

루터의 이신칭의와 칼빈의 성화 교리 재발견, 바르트의 포괄적 기독론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제공

마지막으로 조봉근 박사는 “루터의 이신칭의 교리는 로마가톨릭의 공로주의 구원관을 비판하면서 주창된 기초교리로서, 이 대원칙에 벗어나는 듯 보이는 야고보서를 복음적 서신이 못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칼빈은 ‘그리스도와의 연합 교리’에서 칭의와 더불어 성화 교리의 근간을 재발견, 루터보다 더 철저한 성경관을 토대로 칭의와 성화를 동시에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후대의 칼 바르트도 루터의 입장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해 영감론과 성령론을 깊이 인식하지 못했고, 오직 포괄적인 기독론적 해석으로 일관할 뿐 아니라 양태론적 유니테리안 입장으로 나갔다”며 “더욱이 그의 기독론(화해론)은 일반 역사에서의 기독론과 전혀 다른 실존적 역사 이해와 해석으로 말미암아 결국 WCC의 발기자가 됐으며, 칭의와 성화를 바르게 구별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발표에 앞선 예배에서는 한상화 회장 사회로 김영욱 아신대 총장이 설교했으며,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가 본지에 게재했던 ‘케직운동의 영성’을 주제로 기조강연했다. 이후 최윤배 박사(장신대)가 ‘칼빈주의자 이수영 박사의 성령론에 관한 연구’, 양찬호 박사(웨신대)가 ‘신학적 고찰: 베르너 엘러트 사상을 중심으로’, 조영호 박사(안양대)가 ‘포스트 휴먼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 한병수 박사(아신대)가 ‘폴라누스 교의학의 신학적 구조’를 각각 발표했다.

▲한상화 회장(좌)이 김성원 교수(우)에게 공로패를 증정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