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문연구회(회장 유재봉)가 30일 경기도 평택대학교에서 ‘다원주의 사회와 기독교 학문’을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주제발표는 강영안(고신대 이사장)·신국원(총신대 교수) 박사가 맡았고, 경제·교육·세계관·철학 등의 분과별 발표가 진행됐다.

“기독학자, 마땅히 ‘참된 것’ 발견하고 드러내야”

▲강영안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기독교 학문’을 주제발표한 강영안 박사는 “만일 우리의 상황을 다원적이라 부를 수 있다면, 기독교적으로 학문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불리하다기보다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서양의 경우, 논리 실증주의가 한창 유행할 때만 해도 기독교적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학계에서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강 박사는 “지금도 여전히 그와 같은 분위기가 없지는 않으나, 과거보다는 훨씬 나아진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므로 기독교 신앙과 일관되게 신앙을 바탕으로 학문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새롭게 전개된 상황은, 드러내 놓고 자신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다원주의는 세속적인 방식으로, 예컨대 유물론과 자연주의 관점을 가지고 학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전이 될 수 있지만 기독교적으로 학문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도전이 될 수 있다”면서 “이 때 말하는 다원주의는 단순히 서술적 의미의 다원주의라기보다 규범적이고 처방적인 의미의 다원주의를 염두에 두고 있다. 관점주의라고 부르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강 박사는 “우리는 사물을 전체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관점, 어떤 지점에 그것이 놓여 있는 지평을 배경으로 한 부분, 한 측면만을 보고 있다”며 “지각 경험이 지닌 이러한 관점의 불가피성을 확장하면 우리가 참이라고 수용하는 판단이나 가치, 생각이나 이념, 세계관도 이러한 관점의 한계를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관점이나 세계관이 하나가 아니라 다양하고, 다양한 세계관 사이에는 ‘같은 잣대로 잴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한다면 ‘관점주의’ 또는 ‘관점적 다원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다면 결국에 우리가 참이라 믿고 수용하는 것은 내가 서 있는 지점, 내가 속한 문화, 내가 어떤 시점에 우연하게 소유한 세계관에 한정될 것이고, 만일 이것이 옳다면 실제로 참인 것은 없고, 모든 것은 관점에 따라, 상대적으로, 곧 나와 또는 우리와 관련해서 참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 박사는 “어떤 종교에도 참이 있고, 어떤 종교를 통해서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학자들은 ‘종교 다원주의’라 이름 붙였다”며 “이 때 다원주의는 더 이상 서술적 의미의 다원주의가 아니라 규범적·처방적 의미의 다원주의라 보아야 할 것이다. 종교 다원주의의 입장을 취하는 것은 주어진 현실에 대한 서술이 아니라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바람직한 현실로 보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다원적 상황에서 기독학자는 마땅히 ‘참된 것’을 발견하고 드러내고자 애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무엇이 참된가, 어떻게 참된 것을 드러낼 수 있을까, 무엇이 진실이며 사실인가 하는 물음을 가지고 진지하게 자신이 투신한 학문에 임하는 것이 그리스도인 학자가 취할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나님은 진실한 분이기 때문에 믿고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다. 그분에 대한 의지와 신뢰는 우리가 참된 것을 추구하고 드러내려고 하는 활동의 기초가 된다”고 했다.

강 박사는 “엄밀한 의미에서 ‘진리’라는 명사를 붙일 수 있는 분은 삼위 하나님 한 분밖에 없다. 그 외에는 모두 그 진리에서 파생된 것들로, 우리가 부사적으로나 형용사적으로 ‘참되다’거나 ‘참된 것’이라고 부를 수 있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참된 것을 추구하고 드러내고 변호하고 그것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기독학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일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하나의 방법이나 이론, 하나의 세계관이 주도하지 않고 여러 방법, 여러 이론, 여러 세계관이 허용되고 서로 경쟁하는 상황은 그리스도인 학자들에게는 기회이자 도전”이라며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세계관과 이론이나 방법, 그리고 그로 인한 통찰과 이해가 탁월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참된 것의 추구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구하며 언제나 공의로움을 생각하고 공정하게 판단하며 학문 행위에서조차도 선을 실천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 공동체의 선교적 비전 회복해야”

▲신국원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두 번째로 나선 신국원 박사는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선교’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신 박사는 “다원주의 문화의 압박은 흔히 기독교인들을 근본주의와 자유주의로 갈라놓는다”며 “전자는 신앙을 순수하게 지키려는 열정이 있고, 후자는 관용과 문화적응에 강한 나름의 장점이 있다. 문제는 서로 약점만을 부각시켜 다투기 시작할 때”라고 했다.

신 박사는 “이런 적전분열의 우매함은 다원주의에 대처하기는 고사하고 세상의 비난과 조롱을 초래할 뿐”이라며 “다원주의에 대한 바른 대처는 관용이 다원주의 이념에 함몰되거나 정통이 ‘오만과 반계몽주의’로 전락하지 않는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데 있다. 보수적 교만이 정통의 위험이라면 진보의 함정은 무모한 방만함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교회는 지난 이천 년간 다원주의 상황에 주저 없이 들어가 정면돌파를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 소수지만 탁월한 통찰과 자신감을 갖췄던 대안 공동체의 선교적 비전을 오늘의 상황 속에서도 회복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문화적 토양은 샤머니즘에서 진보까지 수천 년간 누적된 종교 다원주의 역사이다. 이제는 글로벌 다민족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나가는 중이다. 다양한 문화와 상황 속에 축적된 역사적 기독교의 자산과 지혜를 배워야 할 필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양한 세계관이 난무하는 상황일수록 기독교 학문의 사명이 중요하다. 기독교 학문은 신학에만 국한되어선 안 된다”며 “구원이 진리가 세상문화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기 위해서는, 복음의 진리에 입각한 ‘적절한 자신감’과 다원주의 사회에 걸맞는 ‘탁월한 예절’과 더불어 ‘지적 세련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늘날 다원주의 분위기로 인해 신앙과 학문의 대립이 크게 완화됐고, 기독교 학문의 위상도 높아졌다. 이런 의미에서 다원주의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