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신대 개교 10주년 기념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이요한)가 개교 10주년 및 21세기교회연구소 설립을 기념해 ‘한국교회와 실천신학의 과제’를 주제로 28일 오후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실천신대 박종환·김선영·이범성·정재영·조성돈 교수가 각각 예배학·교회론·선교학·종교사회학·목회사회학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후 채수일 박사(한신대 총장)와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원로)가 총평하고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Ad Fontes(‘근원으로 돌아가자’는 뜻의 라틴어), 한국교회 예배의 미래 전망’을 주제로 발표한 박종환 교수는 “예배의 궁극적인 목적은 삶의 문제를 해결받는 것이 아니”라며 “그러므로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해 무리하게 해석하거나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를 절제해야 한다. 하나님의 신비와 거룩함에 대해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유혹과 욕망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예배를 감동 있게 만들겠다는 욕망, 혹은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은 종종 인간의 감정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열광주의나 반지성주의로 흐를 수 있다”면서 “또 청중의 즉각적이고 열광적인 반응을 기대하는 목회자의 조급증은 기독교의 내러티브(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삶, 죽음, 부활)에 담긴 감정의 깊이를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해 버리기도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또 “많은 목회자들이 ‘설교나 예배는 회중들이 직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대답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회중에게 즉흥적이고 설익은 정답을 주는 설교자와 그러한 리더에 대한 의존성은, 결과적으로 그 미성숙으로 인해 교회에 독이 되어 돌아온다. 설교자는 설교 이전에 하나님과의 관계에 몰두해야 하며, 먼저 예배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위기와 교회론 정립의 과제’를 제목으로 발표한 김선영 교수는 “이제는 ‘왜 교회에 가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서는 사람들을 교회로 이끌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교회가 교회이지 않으면 사람들이 교회에 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기관이나 제도 등이 감당할 수 없는, 교회만의 기능을 감당할 때 교회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특히 “사도행전에서 제자들이 합심해 기도하며 성령을 기다렸고, 그들이 약속된 성령을 받았을 때 성령이 제자들을 통해 일하시고, 교회 공동체로 하여금 칭송을 듣게 하시고, 그 공동체에 새로운 성도를 더하셨던 것을 읽으면서, 현재 한국 개신교회의 위기에 대해 어떤 더 좋은 대처 방안이 있는지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박종환·김선영·이범성 교수. ⓒ김진영 기자

이범성 교수는 ‘개교 10주년을 맞이한 실천신대의 선교학과 디아코니아학’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현대교회의 특징은 에큐메니칼운동이다. ‘교회 중심성’을 넘어 ‘하나님나라 중심’으로 향하는 선교적 반성은 세계선교운동을 통해 ‘가장 위대한 세기’라고 불린 19세기를 넘어 에큐메니칼운동으로 발전돼 20세기를 ‘가장 의미 있는 세기’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 “기독교 세계의 확산에 대한 낭만주의적 선교는 양차세계대전을 계기로 심각한 좌절과 반성의 기회를 경험했다”면서 “인간은 교회를 포함한 자신들의 무능함을 절감하며, 하나님이 직접 하시는 일로써의 선교(Missio Dei)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교의 목적이 되는 하나님나라의 성격에 대해 점검하게 됐다. 이제 선교는 겸손히 섬기는 평화로운 진행을 좋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한국교회의 현실과 종교사회학의 과제’를 제목으로 발표한 정재영 교수는 “‘가나안 성도’는 그들이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기성교회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그것은 이들이 기성교회에 대해 뚜렷한 불만을 가지고 떠난 사람들이고, 그들 중 일부는 기성교회와 차별성을 갖는 대안적인 교회를 세우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우리 사회의 ‘가나안 성도’는 한국교회가 지나치게 제도화되는 데 대한 반작용이자 비제도권의 교회 갱신운동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이들을 섣불리 교화하려고 하거나 제도권으로 흡수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들의 영적인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것을 기성교회에서 수용함으로써 교회를 갱신하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아울러 이러한 탈제도화 경향이 개신교에만 국한된 것인지 천주교나 불교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인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조성돈 교수는 ‘한국교회와 목회사회학의 과제’를 제목으로 한 발표에서 “목회사회학은 사회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현대인들의 종교성, 한국교회의 현실,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대응 등을 다루고 있다”며 “한국교회는 과거 급격한 성장 이후에 현재 자신의 자리를 파악하지 못하고, 이 사회와의 소통에도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에 목회사회학은 한국교회와 이 사회와의 가교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무엇보다 작은교회를 도와 그들의 사역과 미래를 제공해 보려고 하고, 이 사회에서 한국교회가 어떤 일을 감당해야 할지를 제공해 보고자 한다”며 “우리 교인들이 교회 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서도 바른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한국교회가 이러한 성도들을 배출할 수 있도록 성숙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요한 총장은 앞서 인사말을 통해 “본교는 실천신학만을 가르치며 그 어느 곳보다 현장성을 중요시하고 있다”며 “수업에서는 전임교수와 임상교수가 함께해 이론과 현장을 연결하고 있다. 임상교수들은 현재 목회현장을 가지며, 그 과목과 연결할 때 모델이 될 수 있는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 역시 다년간의 목회 경험을 가진 이들로서 자신들의 현장을 연결하며, 매 수업마다 열띤 토론과 나눔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