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단 일본 방문 둘째 날, 시마바라시청 축구동호회와의 경기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마바라=이대웅 기자

한국교회 성도를 중심으로 한 ‘민간 문화교류’ 행사가 열렸다.

파주 온땅에밀알교회와 일산 송포교회 교인들, 파주시청과 기독 언론인 등 12인으로 구성된 ‘선교 스포츠 교류단’은 13-15일 2박 3일간 일본 큐슈(九州) 나가사키(長崎)와 구마모토(熊本)현 일대를 방문해 기독교 문화 탐방 및 순교지 순례와 함께 친선 축구 경기를 진행했다.

김홍석 대표(제이원투어)는 행사 취지에 대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일 양국 간 과거를 돌이키고 반성하며, 새로운 미래를 그려보기 위한 계기를 민간 차원에서 마련해 보고자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양국 젊은이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상호 문화를 교류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이러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한일 간 정기 민간교류 행사로 확장하고자 한다”며 “이는 장차 일본 선교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훈훈했던 ‘한일 친선경기’… “서로 알 수 있었던 시간”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둘째 날 낮 한-일 양국 젊은이들이 함께 땀을 흘리며 우의를 다진 축구 경기였다. 한국 스포츠 교류단 12명은 나가사키현 남쪽 시마바라(島原)시 축구경기장에서 시마바라시청 축구동호회 회원들과 ‘한일 친선경기’를 펼쳤다. 시마바라시는 국가대표를 역임한 일본의 유명 축구선수 오쿠보 요시토를 배출한 지역으로, 축구 열기가 대단한 곳이다.

▲축구경기가 끝나고, 양국 국기 앞에서 양국 선수들이 함께 섞여 우의를 다지는 모습. ⓒ시마바라=이대웅 기자

경기는 김홍석 대표와 김범준 학생(일산컨벤션고 3) 부자(父子)가 맹활약한 한국팀이 5대 2로 승리했지만, 승패를 떠나 경기 도중 뛰어난 플레이가 나오면 서로 박수를 보내주거나 거친 태클을 자제하는 등 시종 훈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양팀 선수들은 경기 후 함께 섞여 기념촬영을 했으며, 일본 측 선수들이 한국 교류단에게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시마바라시 측은 이날 선수들의 편의를 위해 경기장 전체를 임대했다.

여성으로서 유일하게 참가해 날카로운 실력을 선보인 일본팀 미드필더 사카지마 아이 씨(26)는 “한국에서 방문해 주신 분들과 경기를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한국과의 스포츠나 문화 교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6세기 십자가 화형 등으로 3만여 명 순교한 나가사키

교류단이 찾은 큐슈 나가사키 지역은 16세기 기독교인 3만여 명이 순교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지역 곳곳에 위치한 관련 유적지와 기념관, 자료실 등을 방문하며 선교와 순교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아마쿠사(天草) 제도를 방문해 관련 유적들을 탐사했다.

교류단은 첫날 오전 나가사키공항에 도착한 후 곧바로 원자폭탄 투하 피해를 기리며 조성된 평화공원과 원폭자료관, 한국인 위령비 등을 찾았다. 이후에는 나가사키역 인근에 위치한 ‘26성인 순교지 기념관’을 방문했다. 이곳은 ‘임진왜란 도중’인 1597년 2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기리시탄 금령’에 따라 교토의 가톨릭 신도 일본인 20명과 외국인 6명을 교토에서 끌고 가 십자가에 매달아 화형에 처한 지역이다.

▲교류단 일정 첫날, 나가사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26성인 순교기념관을 방문한 모습. ⓒ나가사키=이대웅 기자

이후 운젠(雲仙)시 산지에 위치한 지옥온천과 그곳에서 펄펄 끓는 온천물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한 이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십자가를 방문한 후, 숙소로 이동해 운젠온천관광협회 히로시 히데야마 사무국장과 시마바라반도관광연맹 하야시다 마사키 관광부장과 면담했다.

둘째 날 오전에는 시마바라시로 이동해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인 무사마을과 시마바라성(城)에 위치한 순교자료관을 관람하고, 낮 축구경기 후 기독교인 묘지와 기독교인들이 주도한 ‘시마바라의 난’ 마지막 격전지였던 하라성터를 돌아본 후 배편으로 아마쿠사 제도로 이동했다. 이동 도중 ‘세계 3대 돌고래 서식지’인 인근 바다에서 돌고래가 뛰노는 장면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이루카 워칭(돌고래 관람)’ 투어도 즐겼다.

이날 저녁에는 아마쿠사관광협회 류지로 이와미 사무국장 일행과 만나 현지에 산재한 기독교 유적지들에 대한 소개와 함께 순례 활성화 방안을 놓고 환담을 나눴다. 한국 교류단은 이들에게 홈스테이나 봉사활동, 순례 산책길(올레) 조성 등을 통한 스포츠·문화 교류를 제안했다.

“성지순례, 문화·스포츠 교류와 병행하면 선교 새 장”

이와미 사무국장은 “16세기 당시 이곳의 일본인들이 선교사들에게서 신앙을 적극 받아들인 이유는, ‘바다 건너 오는 것은 무조건 좋다’는 인식과 함께 산지 중심으로 빈곤했던 주민들에게 ‘구원의 손길’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수립한 에도 막부 이후 ‘기리시탄 금령’이 내려지면서 신앙을 버리거나 숨긴 채 믿는 형태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한국 교류단 일원인 올재팬(All Japan) 연구소 김경원 소장은 “한국의 성지순례 형태는 대부분 나가사키나 운젠 일대를 돌아보는 것으로 끝나는데, 당시 순교의 중심지였던 이곳 아마쿠사까지 돌아보아야 진정한 성지순례라 할 수 있다”며 “성지순례를 하나의 여행상품처럼 여기기보다, 문화나 스포츠 교류를 병행함으로써 현지인들과 직접 만나 그들을 이해하려 한다면 선교의 새로운 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나미 목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역 선교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마쿠사=이대웅 기자

마지막 날에는 현지에서 선교활동 중인 중앙그리스도교회(순교자기념교회)를 찾아 미나미 타마오(南 圭生) 목사 부부에게서 현지 선교상황에 대해 들었다. 이곳에는 부산신평로교회나 한국대학생선교회(C.C.C.) 등 한국 기독교인들이 많이 찾아 현지인 선교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일본인 20-30명이 매주 예배를 드리고 있다.

“홈스테이 긍정적… 일본인에게는 삶 통해 다가가야”

미나미 목사는 “20년간 이곳에서 복음을 전했지만 현지인들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는데, 한국인들의 방문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이들이 일본인들 집에서 홈스테이 등을 하면서, 한국인들이 ‘뉴스로 접한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신학교에서 배운 대로 하면 복음 전파가 잘 안 된다는 걸 느꼈다”며 “일본인에게는 삶을 통해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교류단은 이후 16-17세기 기독교인들의 유적들을 모아놓은 아마쿠사 기리시탄관 방문을 끝으로 현지 일정을 마무리했으며, 후쿠오카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교류단 일원으로 고교생 아들과 함께 참여한 홍해성 집사(온땅에밀알교회)는 “일본 하면 ‘잡신과 신사의 나라’로만 알고 있었는데, 비록 가톨릭이지만 우리보다 몇백 년 전 앞서 복음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접하게 돼 감회가 새로웠다”며 “일본 선교에 더욱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교회 고등부 교사인 홍 집사는 “당시 선교사들이 총과 칼을 앞세웠다는 점은 아쉬웠다”며 “우리는 그들의 실패를 거울 삼아 말씀을 중심으로 문화나 스포츠 교류 등을 통해 복음을 전하되, 그들의 순교 정신만은 본받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이번 교류 동안 방문했던 나가사키 인근의 ‘순교 유적’들을 연재 형식으로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