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아침마다 저는 황홀해집니다. 만물이 어둠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내는 것이, 날마다 하나님께서 천지창조를 다시 연출하시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밤에 좀 늦게 자고 아직 피로가 덜 풀려서 새벽기도를 향해 달려오며, “어떻게든 강단 붙들고 서서 인도만 하고 얼른 내려와야겠다” 각오해도, 아침이 밝아오는 모습을 보고 느끼면 그 피로와 마음은 어디 가고 무척 행복해집니다.

저는 새벽기도회 마치고 자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어둠 속에 다시 태어나는 물상의 모습들과 분위기는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비록 피곤 덜 풀린 날이어도 그 아침의 광경이 매우 가슴을 벅차게 하고 아름다워, 쉬겠다는 생각은 어디 가 버리고 기쁨과 감격이 앞서 아침의 광경을 서성이며 새 힘을 받습니다.

밤이 길어 기도하다 제 오른쪽 눈썰미 쪽에서 밝아오는 아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교회의 모든 창은 커튼이 내려져 있고, 오른쪽 성가대석의 유리문 몇 개에서만 빛이 내립니다. 그 기쁨.

밤이 더 길어 기도하고 내려와 무엇인가 뒤적거리다 펄쩍 느껴져 제 방의 롤 스크린을 올릴 때, 어느 새 와 있는 겨울의 뿌연 아침은 그 역시 기다리던 연인 같은 감격이 있습니다.

요즘 같이 이미 밝음이 길어 어렵잖게 날 밝아 다가오는 아침을 맞이할 때는,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가가 아침의 풍경 속에 늘 새롭게 다가오고는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삶에 몇 가지 기쁘고 감격스러운 요소를 주셨습니다. 그것은 사람에 따라 매우 다를 것입니다. 제게는 아침의 이미지와 감각과 그것이 이루어내는 판타지가 그 중의 하나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는 목사에게는 큰 선물인 것 같습니다.

삶이란 황홀해야 합니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내가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이, 내가 누구에겐가 의미가 있다는 것이, 우리를 황홀하게 하고 감격스럽게 해야 우리는 삶이 자부심 있어지고 살 만해집니다.

오늘 아침도 감사해 기도 드렸습니다. 아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아침에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생각하며 꿈적거리고 싶어지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가슴에 사람들이 떠오르고, 그를 위해 기도하고 생각하고 위로하고 힘을 주고 싶어 감사합니다. 제게 이러한 기회를 주신 하나님과 우리 성도님들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