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오정순·유신혜 부위원장, 김상호 위원장, 공도현 부위원장 겸 대변인, 윤성원 목사(협력위원). ⓒ김진영 기자

코엑스역명추진위원회(위원장 김상호, 이하 위원회)가 6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명 개정을 촉구했다. 이 위원회는 강남구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했다.

이들이 역명 개정을 주장하며 내세우는 근거는 크게 다섯 가지로 △부정확한 여론조사 △봉은사의 ‘친일사찰’ 논란과 낮은 인지도 △서울시의 지하철역명 제정 기준에 부적합 △기존 도로명인 ‘코엑스 사거리’와의 불일치 △서면으로 역명을 제정한 서울시 지명위원회 결의의 부당성이다.

이 중 ‘부정확한 여론조사’는 강남구민들이 종교를 떠나 위원회를 결성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말 삼성1동 주민을 대상으로 한 1차 의견 수렴 결과는 코엑스가 1위, 봉은사가 2위, 아셈이 3위였다. 그러나 약 1달 뒤인 2014년 1월 강남구청이 실시한 2차 인터넷 선호도 조사 결과 1, 2위가 뒤바뀌고 말았다.

그런데 보다 폭넓은 의견 수렴을 명분으로 강남구청이 실시했던 2차 인터넷 조사의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게 위원회 측의 주장이다. 당시 봉은사 홈페이지에도 이 여론조사 링크가 걸렸다는 것이다. 위원회 측은 “강남구청 지명위원회는 이 조사 결과에 따라 역명을 ‘봉은사(코엑스)’와 ‘코엑스(봉은사)’로 해 서울시에 올렸고, 서울시는 병기를 금지한다며 ‘봉은사’로 정했다고 한다”고 했다.

김상호 위원장은 “특정 대상을 정해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한 것이 아닌, 단순히 홈페이지 결과만 가지고 파악한 여론은 객관성이 떨어진다”며 “이것이 주민 전체의 의견이라는 데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위원회 측은 “이 같은 2차 인터넷 조사의 진행 여부조차 알지 못했다”고 했다. 조사 진행을 알리는 홍보 현수막도 걸리지 않았다고.

김 위원장은 “만약 납득할 만한 여론조사에 의해 역명이 ‘봉은사’로 정해진 것이라면 이처럼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조사는 민주주의 기초질서에 어긋난다. 강남구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봉은사’로 역명을 정한 것이 “역사와의 인접성과 이용자의 이해 및 편의성을 고려한다는 (서울시의) 역명 제정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으로도 인지도와 지명도가 높은 ‘코엑스’로 역명을 짓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종교적 배경과는 무관한 문제 제기임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위원장 스스로도 자신을 “불교 신도”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향후 민원 제기와 설문조사 실시, 소송 등을 통해 관계 당국에 역명 개정을 호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