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범 대표가 그 동안 출간한 도서들 앞에 섰다. 책장 위 상패는 기독교출판협회에서 수상한 것들이다. 이 대표는 “출판사 설립 후 두 번을 빼고 매년 수상했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저도 경험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어야 평생 습관이 됩니다. 신앙도 어릴 때 접해야 몸에 배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린이 도서가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책을 만들고 있고, 좀 더 정확하게 만들고자 성경에 근거한 내용들만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겨자씨출판사는 몇 안 되는 ‘어린이 전문’ 기독 출판사이다. 2002년 11월 2일 창립예배를 드린 겨자씨는 13년간 200여종의 도서를 발간했고, 이 중 초등학교 입학 전 영·유아를 위한 책들이 120-130여 종이다. 지금은 영·유아용 도서들만 발간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다.

주요 도서들로는 올해 초 제31회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우수작인 ‘처음 배우는 하나님·예수님·성령님’ 시리즈를 비롯해 천지창조부터 노아·아브라함·요셉·모세·다니엘·요나·바울 등 성경 인물들과 예수님의 여러 이야기 등이 담긴 전 20권의 ‘우리 아기 첫 성경’ 등이 있다.

또 ‘잠들기 전 엄마와 함께 하는 기도’·‘아침에 일어나 엄마와 함께 하는 기도’, ‘엄마와 함께 하는 우리 아기 첫 기도’ 등 기도 시리즈, ‘엄마와 함께 하나님 성품을 배워요(전 4권)’, ‘책으로 보고 소리(CD)로 듣는 구연 성경’ 등 다양하다. 특히 스티커와 퍼즐, 색칠 놀이와 병풍 접지 등 성경 이야기들을 토대로 어린이들을 위해 참신한 시도들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책 본문에 영어 문장들을 첨부하면서 부모들의 마음을 잡아끌고 있다.

▲스티커와 퍼즐, 색칠 놀이와 병풍 접지 등, 성경 이야기들을 토대로 어린이들에게 흥미를 끌 수 있는 장치들을 넣은 겨자씨의 책들. ⓒ겨자씨 제공

겨자씨를 이끌고 있는 이정범 대표(63)는 1978년 어린이 잡지 <새소년>과 <새벗>, 성서원 등을 거치며 어린이들을 위한 출판물을 만들어 왔다. 대학에서 그림을 전공한 이 대표는 제대 후 공채로 <새소년> 에 들어갔는데, 미술 편집 대신 취재 업무를 부여받았다고 한다. 그 덕분에 글도 쓰고 취재도 하고 제작까지 도맡았으며, 직급이 올라가면서 원가 계산을 직접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영세했던 시절이어서 모든 일을 했지만, 덕분에 도서 제작의 A부터 Z까지 다 알게 됐고 지금도 출판사를 이끌어 나가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원고와 그림 모두에 대한 수준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유아용 도서들은 특히 그림이 8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데, 나름의 안목을 갖게 돼 감사하다. 저는 이것이 간증거리이고, 하나님께서 그림을 전공하도록 이끄신 뜻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이렇듯 37년째 ‘어린이 도서’라는 한 우물을 파다 보니 어느덧 손주들이 생겼고, 그들이 볼 책이니 아무래도 더 정성스럽게 만들게 된다고 한다. 그에게 이러한 ‘가족들’은 가장 먼저 반응을 살필 수 있는 ‘리트머스지’이자, 가장 열렬한 응원군이다.

▲(왼쪽부터) ‘우리 아기 첫 성경’, ‘꿈을 주는 아기 성경’, ‘잠자기 전 기도해요’, ‘엄마와 함께 하나님 성품을 배워요’, ‘잠들기 전 엄마와 함께 하는 기도’, ‘엄마와 함께 하는 우리 아기 첫 기도’, ‘구연 성경’ 등 다양한 책들. ⓒ겨자씨 제공

‘겨자씨’는 예수님께서 비유하신 말씀에 나오는 그 겨자씨를 말한다. 겨자씨가 잘 심기면 큰 나무가 되듯, 작은 책을 만들지만 그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성장해 훌륭한 크리스천으로서 이 나라의 리더가 되고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며 하나님 자녀로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이 대표는 “제가 추구하는 출판과 ‘겨자씨’라는 이름이 딱 맞아 등록하려 했는데, 누군가 이미 상표 등록을 해 놨더라”며 “무작정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당시 신학을 공부하시던 그분은 이제 목회를 할 테니 무상으로 사용하라고 하셨다. 그것이 제 첫 번째 간증이고, 그래서 이 좋은 이름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은 목회자가 된 ‘그분(윤인규 어부교회 목사)’과는 지금도 교류한다고.

대부분의 책이 국내 저자들의 작품이라는 점도 겨자씨만의 특색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외국 도서들은 아무래도 국내의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자연스럽게 그리 됐다”며 “그렇다고 외서를 배제하진 않고, 좋은 책이 있으면 번역해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좋은 저자들을 찾아내는 일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을 쓰는 이들은 그나마 좀 되지만, ‘그림 그릴 분들’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는 “내용도 그렇지만 영성이 아무래도 다르기 때문에, 크리스천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제약도 있다”며 “작업을 함께하던 분들과만 계속 할 수는 없어서 틈틈이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겨자씨의 이 책은 폴란드어로 번역돼 현지에서 출판되기도 했다. ⓒ이대웅 기자

오랜 기간 어린이 출판에 헌신해 온 입장에서, 최근 생명의말씀사와 주니어아가페, 토기장이주니어와 주니어지평 등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좋은 도서들이 나오고 있는 점에 대해선 “선의의 경쟁이 있어야 함께 더욱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현상”이라며 “저변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고, 지금은 더 많은 부모들에게 ‘이런 책이 있다’고 알리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매년 어린이주일이면 각 교회에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데, 금방 먹고 없어질 간식거리나 닳아 없어질 학용품보다는 당장 읽지 못하더라도 오래 두고 계속 볼 수 있는 책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라고도 했다.

이정범 대표는 “누구나 살면서 어차피 일을 해야 하는데, 저는 많은 직업 중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기독 출판업을 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뜻깊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부모들이 블로그 등을 통해 자녀들의 일상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출판사 도서들을 읽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뱃속 아기가 8개월 째인 한 임산부가 쓴 ‘남편이 태교를 위해 <우리 아기 첫 성경>을 매일 읽어주고 있다’는 글이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 나이가 되도록 어린이 책을 만들 수 있어 감사하다”며 “겨자씨는 국내 저자들을 중심으로 한 어린이 도서들에 계속 주력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쪽으로 이끄시는 것 같다”고 비전을 전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 깨닫게 되는 일들이 늘어나게 돼, 감사할 일도 그만큼 많아지더라”며 “그래서 이 일이 재미있고, 깨어 있는 내내 이 생각만 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