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역사학회(회장 신광철 교수) 제335회 학술발표회가 서울 성산동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최태육 목사(강동예수교회, 목원대 박사)가 ‘6·25 전쟁 개전 초기 민간인 집단 희생과 한국 기독교의 관계’를, 탈북민 출신 안란희 전도사(성은감리교회, 감신대 석사)가 ‘탈북민들의 기독교 신앙과 목회사역에 관한 연구: 1992-2014년을 중심으로’를 각각 발표했다. 논찬은 윤정란 연구원(서강대 종교연구소)과 유관지 원장(감리교북한교회연구원)이 각각 맡았다.

▲안란희 전도사(오른쪽)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탈북 그리스도인들의 복음 이해는 어떠한가

안란희 전도사는 북한 기독교의 실제와 탈북민들의 복음화 과정, 탈북 목회자들의 현황과 비전, 한국교회와의 관계 등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이 내용은 탈북민 평신도 170명과 탈북민 목회자 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인터뷰을 토대로 한다.

안 전도사는 “북한에 과연 지하교회에 존재하고 있는지 정확히 확인할 길은 없지만, 존재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며 오늘날 북한에는 6·25 전쟁 이후 숙청 당한 북한 기독교인들이 정치범수용소나 국경 지방으로 쫓겨나 그곳에서 세운 ‘그루터기교회’와, 거제도 포로들이 세운 ‘지하교회’, ‘고난의 행군’ 이후 탈북했던 이들이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설립한 ‘신세대 지하교회’ 등이 있다고 밝혔다.

탈북 성도는 대부분 중국에서 갈 곳 없는 자신들을 품어준 교회에 의해 신앙을 접했고, 실제로 절반 정도는 ‘인간적 관계’에 의해 처음 교회를 출석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인간적인 사랑에서 차츰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믿음도 생겼다는 것. 그러나 출석 횟수만큼 지급되는 ‘생활비’ 때문에 교회에 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도 했다.

안 전도사는 “한국교회가 많은 탈북민들을 물질로 현혹할 뿐 이들에게 신앙적 가치나 교리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어, 이것이 탈북민들이 올바른 교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근본 원인”이라며 “남한 교회들의 이러한 ‘물량 공세’는 오히려 이들의 신앙에 저해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경제적 부분만을 채워주는 공급기지가 아니라 진정으로 신앙에 의지할 수 있도록 말씀과 기도를 가르쳐 믿음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탈북 성도만으로 구성된 교회’, ‘남한 교회에 다니는 탈북 성도’보다 ‘남북한 교인이 함께하는 교회’에서 탈북민들의 신앙 성장이 빠르다고도 했다. 그는 “이 형태는 교인들 간의 교제와 소통으로 남과 북이 하나로 융합됨을 보여줬고, 서로의 문화를 인정하고 받아주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통일을 지향하는 모습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를 토대로 여러 안을 내놓기도 했다. 먼저 탈북 목회자들에 대해서는 “단순히 탈북민들을 교회에 다니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복음으로 하나되는 공동체를 세우는 일을 중요시하고 있다”며 “현재 탈북민들의 남한 정착이 오래될수록 교회를 떠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복음으로 온전히 하나로 세워지는 탈북 공동체’라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탈북 성도들에게는 “북한 구원은 오직 하나님께 달려 있음을 깨닫고, 동정을 받을 대상이 아닌 통일의 중재자로서, 미래지향적이고 원대한 하나님나라의 거장이 될 것을 준비해야 한다”며 “이러한 차원에서 자신의 모습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탈북 교인들이 남한 교회들에 대해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문화가 다를 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믿음의 사도’로서 전심을 다해야 한다”며 “후원금 등 대가와 조건을 바라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전도 사역에서도 적극적인 모습과 십일조를 어김없이 드리는 믿음을 보이는 등 ‘진정한 성도의 신앙’으로 자신을 세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전에 대해서는 “탈북 성도와 목회자들은 통일 후 북한에 교회를 세울 사명자들이기에, 목회사역과 훈련을 남한 교회에서 충분히 배우고 그 꿈과 비전을 실현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남한 교회는 탈북 목회사역을 전담할 자원을 준비하고, 전임사역자를 세우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남한 교회가 아무리 탈북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잘 마련하더라도, 같은 탈북민들보다 그들을 더 잘 이해할 수는 없다”며 “그러므로 탈북 사역자, 교회 내 탈북민들을 위한 지도자를 세우는 일에 남한 교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란희 전도사는 “탈북민 사역을 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는 생길 수밖에 없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탈북민’에 대한 정의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며 “기존의 시각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 즉 통일 후 남과 북을 이을 통일의 역군이자 하나님의 사명자로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고 발표를 정리했다.

◈자신을 선으로, 타자를 적과 악으로 ‘경직된 이원론’

▲발표중인 최태육 목사. ⓒ이대웅 기자

앞서 최태육 목사는 6·25 초기 국민보도연맹원 사건, 낙동강전선 형성기 대구·경북 지역 집단 희생 사건과 한국 기독교와의 관계를 살폈다. 전쟁 시기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을 지휘·명령한 핵심 인사 중 기독교인들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

최 목사는 “개전 직후 한국의 군경에 의한 민간인 학살과 북한의 적대세력에 의한 기독교인 학살은 모두 냉전의 진영논리를 기조로 하는 정책지침에 의해 발생했다고 본다”며 “이 진영논리는 자신의 편에 서지 않는 집단을 부정적 타자로 규정해 배제·제거하는 형태로 나타났는데, 한국 기독교 일부 세력이 이 냉전의 진영논리에 동조·연동하면서 이를 종교적 범주에서 신념화했고,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자신을 선으로, 타자를 적(敵)과 악(惡)으로 규정하는 ‘경직된 이원론’에 익숙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좌익 전향자를 계몽·지도하기 위해 조직됐으나 전쟁이 터지자 전국의 조직원들이 당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보도연맹원 사건에서는 당시 검사였던 오제도와 내무부 치안국장 장석윤이, 기결수와 좌익관련 미결수, 예비검속된 민간인 등이 살해된 대구·경북 지역 집단희생 사건에서는 내무부 장관 조병옥과 육군 정보국장 장도영 등이 연루돼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태육 목사는 “이들은 ‘우리 편 아니면 반대 편’이라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이들을 처리했지만, 냉전의 진영논리를 기독교적 범주에서 신념화하면서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며 “해방 직후부터 일부 기독교인들은 공산주의를 적으로 규정하고 그들과 사상전을 전개할 것을 주장했으며, 이 사상전을 진리와 거짓 간의 싸움, 하나님의 백성과 마르크시즘 즉 사탄 간의 전쟁으로 판단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