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상임대표 김영한 박사)이 2일 오전 서울 신반포중앙교회(담임 김성봉 목사)에서 ‘자살과 기독교 신앙’을 주제로 제49회 시민강좌를 개최했다. 이상원 교수(총신대)가 강사로 나섰다.

이상원 교수는 “성경은 자살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거나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태도는 성경이 자살을 정당화한다는 뜻이 아니라, 자살이든 타살이든 사람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죽인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행위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성경은 자살과 타살을 구분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자살은 분명히 살인행위”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인간 생명의 종결권은 오직 하나님께만 있다. 따라서 자살은 하나님의 권리를 침범하거나 탈취하는 행위”라며 “자살은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행동이다. 왜냐하면 삶에의 충동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본원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행동인 반면에, 죽음에의 충동은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행동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구원 문제와 관련해선, “자살한 자는 비록 신앙을 고백한 신자라 할지라도 받은 구원이 취소되고 지옥에 떨어진다는 생각은 성경에 근거한 사상이 아니라, 신플라톤주의자들과 이교도들에게서 기원한 사상이 중세시대에 가톨릭교회 안에 스며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자살은 고의적 살인의 경우와는 달리 정신적으로 허약해진 상태에서 결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은 경우에 윤리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에 앞서서 정신질환치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는 문제”라며 “한순간의 실수로 사람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하나님의 관점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컨대 다윗이 밧세바를 탈취하기 위해 우리아를 전쟁터에 내보내 죽게 만든 것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는 결코 행해서는 안 되는 아주 비열한 사건이었다”며 “이 행위는 자살보다 훨씬 악한 행위로, 만일 이 사건에만 초점을 맞춰 다윗을 평가한다면 다윗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다윗의 일생을 종합적으로 보시고, 이런 실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윗의 중심을 보시고 자신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었다는 평가를 내리셨다. 더욱이 하나님은 다윗을 견인의 은혜로 시종일관 붙드셨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구원의 근거는 실존적으로 범한 특정한 죄의 회개 여부에 따라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이룩하신 의로움만이 유일한 근거가 된다. 뿐만 아니라 자살하는 사람이 회개를 하지 못한다는 판단도 근거가 희박하다”고 했다.

그는 “회개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다. 예컨대 예수님과 십자가 위에 매달렸던 강도들 가운데 하나는, 십자가 위에서 한 마디의 말만을 했음에도 예수님은 그것을 진정한 회개의 신앙고백으로 인정해 주셨고, 그 강도는 은혜로 천국으로 직행할 수 있었다”며 “구원은, 인간 편에서는 상한 갈대와 꺼져가는 심지 정도의 믿음만 있어도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자살한 사람은 지옥에 간다는 선언은 특히 청소년들과 일부 성도에게 교육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구원의 진리를 훼손시켜 가면서까지 교육 효과를 도모해서는 안 된다”며 “교육효과는 구원의 진리의 터전 위에서 모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로마 가톨릭교회나 현대 자유주의 신학 전통에 속한 교회들에서 하는 것처럼 행위구원론이나 윤리주의로 나아가면, 성도의 생활교육 효과는 확실하게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이런 방법론이 구원의 진리에 심각한 손상을 가하고 교회의 터전을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개혁주의는, 바울이 그랬듯이, 반율법주의 혹은 무율법주의라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믿음을 통해 오직 은혜로만 구원을 받는다는 구원론을 강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터전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살아내야 할 성화된 삶을 철저하게 강조해야 한다”며 “많은 사람들의 눈에 이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강조하는 것이 모순처럼 보이기 때문에, 아예 행위구원론이나 윤리주의로 치중하든지 아니면 성화의 불필요함을 주장하는 극단적인 이신칭의 주장으로 나아가서 안착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길은 개혁주의가 나아갈 길은 아니”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