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이 진행되고 있다. ⓒ하석수 기자

기독교사상과문화연구원 교회와사회연구부가 27일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현대문화에 대응하는 공공신학적 교회교육 모색’을 주제로 해외 석학 초청 특강을 개최했다. 강사로는 이학준 교수(풀러신학대학원)가 나섰다.

이 교수는 “한국교회의 위기 중 하나는 다음 세대가 거의 공동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교회 안에서 중고등부를 잘 거쳐서 교육을 받은 아이들도 대학에 가면 신앙에서 멀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국은 고등학교까지 신앙을 하던 학생 중 3/4이 대학교에 가면 교회를 떠난다”며 “나의 주관적인 견해로 지난 30년간 미국 대형교회들은 아이들의 깊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주지는 않고, 아이들을 재미 위주로 붙잡아 두려다가 실패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크리스천 중고등학생의 신앙은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며 “첫째는 ‘모랄리스틱(moralistic)’으로 ‘착하면 되지, 남에게 해 끼치지 않으면 되지’라는 도덕적 수준이고, 둘째는 ‘떼라피틱(theraphytic)’으로 ‘신앙이 어떻게 내게 평안과 행복을 주는가’ 하는 수준으로 대표적으로 조엘 오스틴 목사의 ‘긍정의 힘’을 들 수 있고, 세 번째는 ‘데이스틱(Deistic)’ 즉 이신론으로 하나님을 위기 상황에서만 필요한 ‘119의 하나님’이라고 여기는 수준”고 설명했다.

▲이학준 교수. ⓒ하석수 기자

이 교수는 “‘나와 매일의 생활에서 함께하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착하게 살게 하시고, 내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시고, 위험할 때 건져 주시는 정도의 하나님’으로만 교육을 받으니, 대학에 들어가면 ‘기독교에 대해서 다 배웠다, 더 이상 교회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대다수가 교회를 떠난다”고 했다.

이 교수는 “풀러대 안에 ‘지저스 자켓’(Jesus Jacket)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고등학생이 교회에는 예수 자켓을 입고 오는데, 집에 가면 다른 자켓으로 갈아 입어 세상 사람이 되는 것을 빗댄 말”이라며 “현재 한국교회 안의 집사·장로들도 대부분 이런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기독 청년들의) 정체성이 예수님을 닮아 형성되지 않고 있다. 신앙이 확신이 되고 인생관이 되는 게 아니라, 소셜 클럽이나 모랄리스틱 정도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신앙이 정체성의 문제와 연관되지 않으면 다 페인트칠한 껍데기밖에 될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정체성은 관계 속에서 나온다. 아버지라는 정체성은 아들과의 관계 속에서, 교수라는 정체성은 학생과의 관계성 속에서 나온다”며 “신앙이 우리의 핵심 정체성이 된다는 것은 예수님과 내가 구세주와 구원받은 자와의 관계라는 것으로, 오늘날 청년들의 문제는 신앙 정체성의 뿌리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21세기에는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게 정체성이다. 도덕교육도 필요하지만, 정체성이 확립될 때 스스로 설 수 있다”며 “모든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갖는 데 있어서 예수님과 성경에 대해서 던지는 질문이 서로 다른데, 자신만의 독특한 질문을 던져서 자신만의 예수님과 성경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교회가 이 부분을 열어야 한다. 한 틀에 넣어 예수를 믿게 한다는 사고방식을 넘어서, 아이들이 마음 안에 가지고 있지만 표현 못하는 질문들을 끄집어 내서 정체성을 확립하게 해야 한다”며 “그래서 교회는 청년들이 스스로 예수님에 대해서 고민하고 찾게끔 옆에서 도와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은 88%가 혼전 성경험을 갖고 있는데, 대학을 들어가면 성적인 자유는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고, 술은 물론 마약도 얼마든지 음성적으로 배울 수 있다”며 “교회가 여기서 승리하지 못하면 루저가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신앙을 지킨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도전에 부딪히고 있다”며 “이제 ‘방법론’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교회가 엣날처럼 강제력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많이 무너졌다”며 “아이들이 고민하는 모든 문제를, 교회에서 하나하나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교회에서 성에 대해 이야기해 주지 않고 아이들을 대학에 보낸다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학생은 파티에서 술 몇 잔 먹은 뒤 모든 게 무너진다”며 “부모와 교회에서 떠나 있고, 자신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통제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대학교에 가면 중고등학교 때까지 억눌려 있었다는 생각에 다 반발해 보려고 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 교수는 “우리는 아이들이 술, 담배, 성에 대해서 인터넷과 친구에게 배우게 할 것인가, 교회에서 다 토론을 해보며 배우게 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