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88세를 일기로 소천한 로버트 슐러(Robert H. Schuller·사진) 목사가, 자신이 세운 수정교회에 안치됐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는 20일 슐러 목사의 유해가 캘리포니아 가든그로브에 소재한 수정교회에 마련된 기념관에 안장됐다고 전했다.

수정교회 건물은 비록 지금은 가톨릭 교구의 성당으로 쓰이고 있지만, 이로써 슐러 목사는 자신이 창립하고 성장시켜 한때 미국 최대 개신교회였던 장소에서 안식하게 됐다.

1955년 설립된 수정교회는 1만 명 이상의 성도 규모로 성장했고, 미국의 대표적 교회 중 하나였다. 로버트 슐러 목사는 수정교회 설립과 TV 프로그램 ‘능력의 시간’ 진행으로 널리 알려졌다. 저서 <적극적 사고방식>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캘리포니아 남부 랜드마크였던 수정교회는 건축가 필립 존슨이 디자인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유리 건물 및 파이프오르간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러나 부실 경영 및 재정 문제로 지난 2010년 파산을 선언한 후, 로마가톨릭 오렌지카운티교구에 건물이 넘어가는 아픔도 겪었다. 오렌지카운티교구는 이 건물을 현재 ‘그리스도성당’으로 개명해 사용 중이다.

가장 눈부신 교회 성장을 이뤄낸 미국 목회자 가운데 한 명으로 기억되어 온 슐러 목사는, 2013년부터 식도암을 앓았다. 그는 화학적 치료를 거부하던 중 2014년 아내인 아벨라 슐러 목사의 사망 이후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어, 지난 2일 로스앤젤레스의 요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었다.

현재 수정교회는 그의 손자인 바비 슐러 목사의 목회 아래 셰퍼즈그로브(Shepherd's Grove)로 이름을 바꾸고, 가든그로브의 새로운 예배당에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파산 당시 폐지 위기에 처했던 ‘능력의 시간’ 방송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슐러 목사의 소천 당시 바비 슐러 목사는 성명을 통해 “할아버지의 유산을 이어가게 된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 복음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