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준 장로.

매뉴얼(manual)의 사전적 의미는 ‘기계나 컴퓨터 따위의 사용 방법이나 기능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입니다. 사용설명서, 매뉴얼, 또는 유저가이드(userguide)는, 특정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 소통 문서입니다.

그러면, 우리 성도의 ‘매뉴얼’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백성들을 끝까지 보호하고 사랑하시기 위해 말씀 즉 ‘매뉴얼’을 주신 것입니다. 그 ‘매뉴얼’을 쉽게 이해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기록한 것이 성경 아닐까요?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이 선물로 주셨던 에덴의 낙원에서 지시하신 ‘매뉴얼’ 대로 살지 못하고, 탐심의 작용으로 낙원에서 추방되어, 인류의 시조로서 후손들에게 영원히 씻을 수 없는, 무겁고 고단한 삶을 물려 주는 뼈아픈 사건의 단초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인류 최초의 살인 사건 주인공인 가인, 노아의 홍수,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여호수아 7장에 기록된 아간, 바벨론 포로, 특히 구세주이신 그리스도를 십자가 형틀에 못 박는 사건 등이 모두가 하나님께서 일러주신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능하신 여호와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탁하고 신뢰하여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누려야 하는데, 오직 자신의 ‘매뉴얼’을 유지·사용함으로써 비참한 음부의 권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사건들을 성경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하나님께 기름부음을 받았던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이 떠오릅니다. 하나님께서는 사울을 왕으로 세운 것을 후회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는 자신의 딸까지 다윗에게 주어 사위로 삼았음에도, 왕위가 위태로움을 깨닫고 다윗을 죽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하였습니다.

심지어 하나님께서 자신을 떠나신 것을 알고 신접한 여인을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블레셋 군대와 마주했을 때도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여, 사무엘이 드려야 할 번제를 자신이 행함으로써 더욱 하나님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이 모두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고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결과이며, 후손들에게 비참한 역사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솔로몬도 그렇습니다. 그는 하나님께 넘치는 은혜와 부귀영화를 받아 누린, 아버지 다윗을 이어 ‘매뉴얼’을 잘 이행하는 왕으로 추앙받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연로자의 말 대신 소년들의 말을 청종했으며, 많은 이방 여인을 취함으로 우상을 섬겨 하나님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왕이 되어, 나라가 둘로 갈라지는 슬픈 역사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왕이 되었을 때의 믿음처럼 ‘매뉴얼’을 이행했더라면, 오래도록 건강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행복한 나라가 되었을 텐데 말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전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며, 사랑해야 합니다. 우리는 주님이 가르쳐 주신 ‘매뉴얼’ 대로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늘 세속에 파묻혀 습관적으로 행하는 기도에는 기쁨과 행복이 없습니다. 특히 하나님과 대화를 통해 자주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깊고 진실한 기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도를 마치 ‘오늘 내가 필요한 것을 해결해 주는 도구’로 여기는 것이 아닐까요. 혹은 세속적인 복을 비는 도구로 착각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때로 불행을 당하거나 기도 응답이 없으면, 하나님의 역사를 의심하면서 ‘기도해 봤자 다 소용 없다’면서 하나님을 배신하고 멀리 무당집을 찾아가는 신자들을 종종 목격할 때 마음이 아픕니다.

믿는 형제들 중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내가 원하는 것을 해결하려는 기도만 드리는 이들이 가끔 있습니다. 집을 사도록, 자녀가 명문대학에 입학하도록, 대기업에 취직하도록, 아이를 갖도록, 좋은 이성과 결혼하도록, 각자 소원들을 주님께 부탁합니다. 물론 주님께서는 우리의 간구를 다 알고 계시지만, 내 뜻이 아닌 주님의 뜻대로 응답해 주시는 분이시지요. 무조건 내가 필요한 것만 요구하는 기도에는 능력이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것은 올바른 신앙적인 자세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을 달라고만 하는 기도를 하지 않아도, 주님께서는 이미 다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제 성도들이 드려야 할 예배나 기도의 품격을 높여야 합니다. 자질구레한 불평과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기도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건강한 육체, 그리고 찬양으로 영광 돌릴 수 있는 시간을 주신 것에 감사하는 기도로 변화해야 합니다. 그 변화에 있어서도, 하나님께서 당부하신 ‘매뉴얼’을 잘 따라야 합니다. 인간들의 편의를 위해 제작된 기계, 선박, 항공기, 자동차, 그리고 가전제품 역시 ‘매뉴얼’을 따르지 않으면 큰 낭패를 당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교회 안에서는 모두가 맡은 자리에서 직분에 따라 각자 소임을 ‘매뉴얼’에 의해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목사로, 전도사로, 장로로, 집사와 권사, 그리고 평신도로서, 창조주 하나님의 ‘매뉴얼’을 벗어나서는 절대로 살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전적으로 그분을 신뢰하며, 사랑하고 늘 감사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매뉴얼’을 지켜야 합니다.

우리 믿음의 동역자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놀라운 선물, ‘매뉴얼’을 가슴판에 새기고, 주시는 명령을 지켜 행하며,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예배드리며, 기쁨으로 찬양하고 전적으로 그분만을 바라봅시다. 이 ‘매뉴얼’을 늘 숙지하여, 날마다 나를 내려놓는 귀한 오늘의 삶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효준 장로 (부산 덕천교회,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