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제1회 염광장애인복지선교대회가 16일 서울 창동염광교회(담임 황성은 목사)에서 개막했다.

첫날에는 장애인 관련 심포지엄이 마련돼, ‘장애인 복지’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첫 시간에는 ‘장애인 신학’이라는 주제로, 신경희 목사(지체장애인선교연합회)의 진행 하에 이계윤 목사(지체장애인선교연합회 회장)가 ‘성경에 나타난 장애인 차별과 인권’을 발표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수화 통역사가 배치됐다.

이계윤 목사는 “우리 예장 통합측만 해도 신학교가 많지만, 성경 속 많은 장애인들과 장애인 신학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며 “일명 ‘도가니 사건’의 주체가 기독교 재단이었던 것처럼, 2009년 현재 기독교인이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 52%에 육박함에도 교회나 신학계에서 ‘장애인 인권’에 대해 주체적이고 책임 있는 어떠한 자세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선교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겠다는 취지로, 현장에서 받는 질문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아이가 태어난 지 1개월 됐을 때 다운증후군으로 판명됐습니다. 우리 부부에게 무슨 죄가 있길래….”
“우리 아이는 생후 5년째,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구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우리 아이, 구원받을 수 있을까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데리고 교회에 갔습니다. 신기하게도 안부를 묻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어요. 어떤 사람은 ‘교회에 왜 데리고 왔느냐’고 뒤에서 수군거립니다.”
“우리 아이보다 내(부모)가 먼저 죽으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요?”
“장애인은 목사가 될 수 없다는데 사실인가요?”

이 목사는 “이 외에도 많은 질문들을 모두 종합해 보면, 결국은 신(神)에 관한, 동시에 인간에 관한 질문들로 집약된다”며 “간단히 말하면 ‘신학적 인간학(Theological Anthropology)’에 관한 것으로, ‘신학은 인간에 관하여, 장애와 장애인에 대해 뭐라고 대답하는가? 아울러 장애인 인권과 차별 문제를 성경은 어떻게 다루고 있으며, 어떻게 바라 보아야 하는가?’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존 칼빈과 위르겐 몰트만의 ‘신학적 인간학’, 그리고 신학에서의 장애인 인권 문제를 간략히 소개하고, 구약과 복음서, 사도행전 등에 나타난 ‘장애인 인권’에 대해 살폈다.

이 목사는 “구약에서 장애인은 주목받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도구로서, ‘징벌의 대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특히 장애인들은 이스라엘에서 제사장 직무에 제한을 받았는데, 이것이 비장애인이라도 고된 일이기 때문이라는 ‘긍정적 배려’인지 돕는 일조차 할 수 없게 하는 ‘부정적 차별’인지는 깊이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제물은 흠 없이 성결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장애인 역시 성결하지 않다고 보는 관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장애인들이 혈통에 의해 제사장이 되는 길을 막진 않았지만, 휘장 안에 들어가는 일과 제단에 가까이 가는 일에는 배제됐다”고 했다.

▲뒤에서 수화통역을 하는 가운데 이계윤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신약 시대에 와서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변하지 않았지만, 예수님은 달랐다. 그는 “예수님은 당대의 인식과 달리, 일방적인 치유가 아니라 그들의 의사를 물으시는 등 장애인의 욕구와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셨다”며 “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먼저 찾아가셨고 인격을 존중하셨으며, ‘장애’보다는 ‘인간’을 보셨고 그들을 하나님 나라의 구성원으로 대우하셨으며, 장애인들의 치유를 통해 ‘다른 사람을 구원하는 도구’로도 사용하셨다”고 전했다.

이계윤 목사는 “성경에서 장애인들의 인권을 향한 몸부림은 개인 혹은 집단적으로 이뤄졌고, 예수님은 이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단지 ‘개인의 죄’ 관점이 아니라 그렇게 몰아가는 사회구조적 모순에 있음을 아셨다”며 “이에 대해 ‘장애’가 아닌 ‘인간의 권리’ 관점에서 장애인 인권을 존중하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분명한 것은 장애를 차별하고 장애인 인권을 침해하는 현상은 하루아침이 아니라 긴 역사 속에서 구조적이고 치밀하게 형성돼 왔고, 마치 장애인 인권 침해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지는 심각한 모순을 갖고 있었다”며 “이는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고 죽음에서 부활을 성취한 이후 오늘까지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나, 오늘날 장애인 인권 회복에 있어 그 이상과 목표, 실천 방법에 있어 ‘예수 그리스도의 장애인을 존중하는 삶’을 벗어나서 진정한 해결책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정리했다.

이후에는 같은 주제 아래 최대열 목사(발달장애인선교연합회장, 명성교회 사랑부)가 ‘모든 사람을 위한 장애인 신학’을 발표했으며, 저녁식사 후에는 ‘장애인 복지’를 주제로 박금순 목사(총회 농아인선교회) 사회, 김진우 교수(덕성여대, 한국장애인복지학회 회장)가 ‘한국 장애인복지의 현황과 전망’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최대열 목사 사회로 우경창 목사(장애인복지선교회 서기, 영락교회 사랑부)의 기도, 오정일 목사(장애인복지선교회 회장, 시각장애인선교연합회 회장)의 설교, 조동교 목사(장애인복지선교회 초대회장)의 축도 순으로 개회예배를 드렸다.

예장 통합 사회봉사부와 창동염광교회가 공동주최한 이번 행사에서는 16일 장애인 신학 심포지엄에 이어 17일 장애인복지선교 사역 심포지엄 및 (통합)총회 장애인주일 예배가 마련됐다. 주일인 19일에는 ‘염광장애인 복지선교한마당’이 오전 10시부터 진행된다. ‘염광교회, 사랑으로 이어지다(사이다)’를 주제로 사진전시회, 장애인사역 체험-홍보마당, 장애인 생산물품 판매마당, 한솥밥, 사랑의 인간띠 잇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