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된 세월호 관련 도서들. ⓒ이대웅 기자

<금요일엔 돌아오렴>, <눈먼 자들의 국가>, <세월호를 기록하다>,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등, 일반 출판계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40여 종의 관련 도서들이 쏟아졌다.

기독 출판계에서도 <세월호와 역사의 고통에 신학이 답하다>, <사회적 영성>, <곁에 머물다>, <묻는다, 이것이 공동체인가> 등이 꾸준히 출간됐으며, 1주기를 맞아 최근 본지에 소개된 <그날, 하나님은 어디 계셨는가>를 비롯해 몇몇 도서들이 새롭게 나왔다.

먼저 포이에마의 <헤아려 본 세월>은 목회자와 신학자 등 11인이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특히 기독교 신앙인에게 남긴 질문과 과제를 새기고자 엮은 책이다. 수익금은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의 치유를 돕는 일에 기부된다고 한다. 책 제목에서는 C. S. 루이스가 아내를 잃고 쓴 <헤아려 본 슬픔(A Grief Observed)>이 떠오른다.

첫머리를 장식한 이만열 박사(전 국사편찬위원장)는 ‘세월호 참사 단상’을 통해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한국교회가 보여준 자세에는 고난받는 자와 함께한 많은 그리스도인들과 몇몇 인사들의 무책임한 발언 등으로 명암이 교차한다”며 “이렇게 보면 세월호 참사는 다시 대결적 진영으로 끌어들여지는 듯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진영논리를 극복하고 이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진실을 밝혀 다시는 이 땅에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한다.

‘세월의 영성’을 쓴 김영봉 목사(와싱톤한인교회)는 “고난당한 이에게는 같이 아파하고, 같이 분노하고, 같이 울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사람과 그 상황을 위해 하나님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도록 기도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자신을 에워싼 작은 세상이 붕괴된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눈물과 고통과 회의와 불신의 방황 끝에서 진정한 ‘세월(世越·세상을 초월함)의 영성’에 이르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악의 문제에 대한 하나님의 부담과 인간의 책임’을 논한 차정식 교수(한일장신대)는 “우리는, 특히 그 희생자들의 유가족은 그 불행한 참사로 세상을 떠난 무고한 생명들의 피에 대하여 정의로운 신원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하나님께 간청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며 “이제부터라도 ‘염소의 자폐적 배역’을 그만두고, 양이 되어 지극히 작은 자를 주님으로 섬기는 우리 삶의 이타적 진정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희생자들 대부분이 고등학생이라 눈길이 가는 정병오 교사(전 좋은교사운동 대표, 아현산업정보학교)는 “세월호 참사가 학교와 교사들에게 주는 의미를 묵상하면서 가장 많은 (기독) 교사들이 했던 고백은, 그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너무 많은 아이들을 ‘침몰하는 배’ 속에 버려두고 자신만 빠져나오는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었다”며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극화의 현실 가운데서 가정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진액을 다 앗아갈 정도로 교사를 힘들게 할 때, 그 아이들을 비난하고 분노하기만 했지 그 원인을 찾고 더 깊은 돌봄과 사랑을 쏟아주지 못한 것에 대한 회개도 많이 했다”고 털어놓는다.

이외에도 김회권 교수(숭실대)와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천정근 목사(자유인교회)와 최규창 대표(포리토리아) 등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성도들이 안산에서 열린 추모기도회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동연의 <남겨진 자들의 신학>은 사건 이후 조직된 ‘NCCK 세월호참사대책위원회’가 세월호에 대한 한국교회의 신학을 정립하기 위해 한국의 신학자들에게 ‘세월호를 바라보는 한국교회 신학’ 정립을 요청했고, 이에 2014년 11월 1박 2일로 ‘세월호 이후의 신학’을 구상한 결과물이다.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하는 이 땅의 신학자들’은 이미 지난해 12월 에세이집 <곁에 머물다>를 펴냈고, 좀 더 신학적인 주장들을 모아 ‘세월호의 기억과 분노 그리고 그 이후’를 부제로 이 책을 출간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가 던진 신학적 키워드로 고통(하나님을 만나는 장소)·분노(예수의 저항)·기억(성령의 울음)·동행(함께 아파하는 교회) 등 네 단어를 선정했다. 그리고 이 단어들이 지닌 문제의식을 신학적 체계에 담기 위해 신론과 기독론, 성령론과 교회론의 구도를 빌렸다.

이를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 조장되는 망각에 맞서 생명의 영이 주는 ‘기억’의 내용, 죽음의 세력에 대항하는 거룩한 ‘분노’의 원점으로서의 예수 사건, 시대를 함께 아파하며 ‘동행’해야 할 교회의 과제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총 24명의 학자들이 각자의 제목으로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