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23장 결혼위기에 대한 사례와 분석(5)

결혼의 위기는 대개 일반적인 유형에 해당한다. 위기를 특성상 자연적 위기와 돌발적 위기로 구분할 때, 결혼생활의 위기는 흔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 위기는 발달심리학 과정에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일어나는 편이다. 이는 그 대응에 따라 또다른 전환의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잘못 대응하는 경우 심각한 위기로 발전되기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위기를 해소하는 과정을 고찰한다.

1. 상담을 위한 기초작업

결혼 위기에 대한 상담에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문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내담자는 성공이 눈앞에 보이다가도, 정상에 가면 슬며시 용기가 없어진다. 이번에도 내담자는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감이 달아나 버리면서 모든 것이 실패로 곤두박질친다는 것이 문제였다.

내담자는 아내와의 결혼이 13년째로 접어들었고, 슬하에 초등학교 5학년이 된 큰 딸과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는 둘째 딸이 있다.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무릎을 꿇고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그 동안 아내와 많은 갈등이 있었고, 벌써 3번째 이혼하겠다는 통고를 받았다. 아내로부터 이혼하겠다는 압박을 받는 처지이기에, 내담자에게는 이번 상담이 마지막 희망이라고 했다.

1) 내담자의 기본사항

내담자는 42세로서 직장을 가진 남성이다. 그는 삶에서 연속된 실패와 부부 문제까지 겹쳐서 이혼 직전의 상황에 있다. 그는 사업을 하다 법적 문제 때문에 구치소에 40일간 수감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내는 그에게 마음을 닫고 있는 형편이며, 심리적 거리감을 두고 있었다. 그는 실로 삶에서 벼랑 끝에 선 심정이기에, 아내로부터 이번에도 승산이 없으면 이혼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받아 놓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내담자는 이번의 상담에 실패하면 자살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의 절박한 심정은 결혼생활이 무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이런 심정의 저변에는 내담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내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점이 문제이지만, 나아가 그가 삶에서 제대로 성공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2) 내담자의 현재 문제

내담자에게 드러나는 위기의 문제는 단순히 현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그의 어린 시절이나 성장 과정이 오늘의 그를 형성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간단한 상담 과정을 통해 문제점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자신의 암울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해본 적이 없었고, 심지어 아내에게도 하지 않았다.

내담자는 어린 시절 3살 위 누나와 쌍둥이 두 여동생이 있었다. 어머니는 그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출해 집을 나가 버렸고 아버지는 6.25때 단신으로 월남한 사람이었다. 6.25 때 군인으로 복무하여 그때까지 장기(長期) 복무로 군(軍)에 있다가 어머니의 가출로 군에서 제대하면서 그에게는 어려움이 시작되었다.

게다가 내담자는 아버지가 행상, 엿장수, 아이스케키 장수, 고물 장수 등 안 해본 장사가 없을 정도로 쪼들리게 자랐고, 먹을 것이 없어 항상 아버지가 얻어온 누룽지를 삶은 죽을 먹고 자랐다고 했다. 그때는 반찬이라고는 양념도 없는 뿌연 싱거운 배추김치와 깻잎이 고작이었다. 하루는 집에서 식사를 하려고 반찬을 뒤적이다가 깻잎 속에 구더기가 기어다니는 것을 걷어내면서도 그 깻잎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며 눈물 흘렸다. 아버지는 어디서 얻어온 것인지 몰랐지만, 반쯤 상한 고등어를 가져와 무잎과 함께 끓인 국을 거의 매일 같이 먹었고, 여러 번 식중독으로 고생했기에 지금도 깻잎과 고등어를 쳐다보지 않고 먹지 않을 정도였다.

2. 내담자의 성장 과정

위에서 언급한 어린 시절 등은 상담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서 더 구체적으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의 문제는 상당히 어린 시절에 해결되지 못한 문제와 상관이 있기 때문이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성장과정에 대해서 크게 아동기와 중고교 시절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1) 어려운 아동기 생활

내담자는 아동기부터 심리적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어머니가 옆에서 보살펴 주었으나, 어머니의 가출로 학교생활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학교에는 학습 도구가 없어 언제나 빈손이었고 아버지에게 사 달라고 이야기 할 수가 없었다. 생활고 때문에 허름한 빈 집에서 잠잘 곳이 없어, 아버지와 누나와 여동생은 한 방에서 자고 그는 마구간에서 아버지가 마구간 가운데에 매달아 놓은 널빤지 위에 올라가서 누워 잤다. 그러다 떨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심지어 내담자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추운 겨울에 난방이 없어 아버지가 뜨거운 물을 탄약 상자에 넣어서 안고 자다가 뜨거운 물이 새는 바람에 허벅지가 데여 병균에 감염되어 2년 동안 고통 속에 지냈다. 그 때 외할머니가 그의 허벅지가 고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엄마에게 연락을 해서 어머니가 처음으로 그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수술을 받고 완치되었다.

그는 이 상처에 대해 아버지에게 약을 사 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내담자는 할 수 없이 자신이 돈을 벌어서 약을 사야겠다고 생각해, 신문배달을 약 2년 동안 하면서 약간의 돈으로 소독약과 고약을 사서 발랐으나 회복되지 않았다. 그는 2년 동안 계속 고통 속에 살았으며, 심하게 고름이 나오고 살이 썩어가고 있었다. 여름이 되면 물집에서 고름이 나오고, 겨울에는 상처에서 나오는 진물이 옷에 붙여서 늘 아파했다.

그런 어려움 속에 내담자는 신문을 배달하면서 다리를 절뚝거리고 다니던 시절을 회고하면서, 그 때 받은 돈으로 처음으로 과학 백과사전을 사서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엄마의 정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차갑고, 옆에 있어도 따뜻한 정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엄마에 대한 분노와 적대감정이 엄청나 자신은 절대로 자신의 가족들을 버리고 혼자서 잘 살겠다고 떠난 엄마를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2) 순탄하지 않는 중, 고의 시절

내담자의 중, 고교 시절은 문제가 극대화되는 시기로 나타난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공부가 잘 되어 성적이 향상되었고, 고등학교는 명문 공업고등학교에 들어가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공업학교 실습 때문에 실습 도구를 돈으로 사야하는 부담 때문에 학교를 2학년 때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자격증을 땄다. 고등학교 때부터 다니기 시작한 교회의 도움으로 그는 교회 활동을 하면서 기독교 신앙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는 고등학교 자퇴 후 여름방학에 삶의 밑바닥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다른 지방 대도시의 교회 근처에서 노숙하면서 생활한다. 이렇게 한 달을 지내다 이러한 생활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버지는 항상 술만 잡수시면 혼자서 다락방으로 가서 “엄마! 엄마!”하고 통곡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버지는 북한에서 철도 고등학교까지 마쳤으나 6.25 전쟁으로 단신으로 월남해서 항상 추석이나 설 명절이 되면 북한에 두고 온 부모님을 생각하면 눈물을 흘리는 분이시다.

아버지는 장기군복무자로 생활하다 어머니를 만났다. 외할머니가 강요해서 어머니와 결혼을 했으나, 어머니는 아버지의 의처증과 생활의 무능력 때문에 같이 살 수 없다고 가출했다. 누나는 엄마의 가출 후 어머니 역할과 동생들을 키우다가 중학교 2학년 때 가출해 술집에서 생활하면서 성적으로 난잡한 생활로 세 번이나 결혼했으나 실패하고 지금은 혼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3. 결혼생활의 문제

내담자는 교회에서 청년부를 맡아서 활동하면서 인정받게 되었고, 전국 청년부 연합 대회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다. 아내는 명문대학의 약학대학을 나온 재원으로 지금은 병원에서 약사로 일하고 있으며, 가족의 생계를 도맡아 왔다. 그는 결혼 후 교회에서 탈퇴해서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으나, 생활 능력의 결여로 지금까지 사회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었다.

1) 내담자의 결혼생활의 어려움

내담자는 결혼 13년 동안 제대로 돈을 벌어서 봉급을 타 아내에게 월급봉투를 건넨 적이 없다. 물론 지금은 계좌로 들어오지만 말이다. 자녀들의 양육도 아내가 맡게 되면서, 아내는 경제적 부담과 양육 부담, 남편의 뒷바라지 등에 지쳐 이혼하고 싶어진 상황에 이르렀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지금 상담자에게 한 것처럼 아내에게도 집에 가서 하도록 권장했다. 아내는 그의 어린 시절을 소상하게 알지 못하고 있기에, 서로 의사소통이 없고 감정의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상담자에게 한 이야기의 내용을 아내와 규칙적인 대화 시간을 마련해 그대로 이야기한 결과, 아내로부터 그의 행동에 대한 이해와 감정 지원을 얻게 되었고 관계도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이제야 비로소 그들에게는 의사소통에 통로가 생긴 것이다.

내담자는 결혼 후 아내와 친밀관계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아내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은 좋지 않는 일로써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가급적이면 숨겨왔기 때문이다. 상대의 내면을 잘 알지 못하게 돼 거리감이 생긴 것이다. 자신이 어린 시절 어떻게 자라났고 어떻게 생활을 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그의 감정에 쌓인 원한들이 많이 해소되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엄마에 대해 쌓인 적대 감정이 아내에게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성에 대한 복수심은 엄마로부터 야기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분노와 적개심은 엄마의 가출 이후에 누나와 늘 싸움으로 일관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2) 문제에 대한 인식

내담자는 누나의 불행이 엄마의 가출로 인해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정이 기울어지면서 누나가 엄마 역할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누나는 어린 쌍둥이 여동생들을 키우고, 밥하고 빨래하면서 살림을 도맡아서 하고, 학교에서 공부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살아남기 위해 가출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는 누나의 불행이 엄마의 가출과 아버지의 무능으로 인한 것임을 가슴아파 했다. 자신의 불행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알게 되면서, 그는 자신의 내면을 보게 되었다.

상담자는 어린 시절에 상처를 한 가지씩 재연하면서 그 때의 감정을 표현하는 훈련을 병행하였다. 친구의 어머니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하도록 했다. “친구 어머니 고맙습니다. 저는 엄마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출해 지금은 엄마 없이 아빠가 행상으로 겨우 살아가고 있습니다. 친구가 저를 친구로 초대해준 것에 감사합니다. 저는 목욕할 돈도 없어서 목욕하지 못하고 있고 손발을 씻을 따뜻한 물로 없어서 손발을 깨끗하게 씻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에게 너무 부끄럽습니다. 나는 친구가 너무 부럽습니다. 이렇게 좋은 집과 공부방에서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을 보니 정말로 친구가 행복해 보입니다. 저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 엄마가 우리를 버리고 떠난 것 때문에 엄마가 밉습니다. 친구 어머니께서 저의 손발을 씻어줄 때 저는 엄마의 따뜻한 정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표현을 직접 표현하게 하였다.

내담자는 당시 친구에게 자신의 집 이야기를 소상하게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했다면, 친구 어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학급 동료들이나 담임 선생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면, 그렇게 학교생활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정직하게 인간관계를 했다면, 그는 친구들로부터 거지나 이상한 아이로 취급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머리가 나쁜 사람이 아니었지만, 주변의 환경이 그렇게 자신을 바보로 만든 것이다.

그는 자신이 바보가 아닌 것을 알게 된 것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였다고 한다. 그는 친구 관계를 단절하면서 감정도 단절시켜 버리고 현실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항상 상상 속에서 살았던 것이다. 비현실적인 것을 마음에 그리면서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집에 오면 늘 뒷산에 가서 혼자서 각종 상상을 해서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를 나이 어린 동네 꼬마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정말인 것처럼 좋아했다. 동료들과의 관계를 끊어 버리고 늘 지냈다고 했다.

상담자는 그가 상담자에게 이야기를 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상담자와 대화를 하는 기술을 배우도록 했다. 자신의 감정을 직접 상대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추었다. 내담자의 대인관계는 감정을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상대에게 소상하게 이야기하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가 많았다. 이런 과정에서 상담자가 그의 여자관계를 분석해 본 결과 그는 엄마의 정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에 받지 못한 따뜻한 엄마의 정을 여성들로부터 받으려고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내담자는 지금까지 여성들과 사업 파트너로 생긴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처음에는 여성들이 사업 파트너로 인정하고 자금을 제공해주었지만, 나중에는 배신자로 변해서 그를 고발하거나 그와 적대 관계가 되어 서로 원수처럼 원한 관계로 변하는 것이다. 상담자는 그가 자신의 대인관계 패턴을 잘 보도록 했고, 그 후에 그는 이러한 관계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자신을 잘 비추어 보도록 하는 것을 강조했다.

4. 상담 진행의 과정과 변화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상담의 진행과 절차가 요구되었다. 이런 경우에 대개는 내담자에게 맞는 적절한 상담의 전략이 필요하고, 그 전략에 따라 원만한 상담의 진행이 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기는 어렵기에 대체적인 점으로 제한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1) 상담의 진행적 절차

내담자의 문제는 어린 시절 엄마의 가출로 어머니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로 인해 그는 마음의 문은 닫아 버려서 친구관계도 학교생활에도 부적응하면서 성인기에도 연장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엄마와 친밀관계의 실패는 대인관계 회피로 이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내담자는 스스로 깨달아야 했다. 치료는 잘못된 결함이 현재에도 반복되고 있는 것을 알고 과거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그는 어린 시절에 사랑에 고착이 생겨서 여성들로부터 받으려고 하고 있기에 여성들에게 의존하게 되고 어린이처럼 행동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그는 처음에는 좋은 관계로 출발하였으나 나중에는 파트너에게 의존하고 자신의 행동이 미성숙하게 된다. 파트너에게 자신이 싫어하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상대의 눈치를 살피며 비위만 맞추려고 하였고 상대를 조작하려고 하기에 상대 여성들이 질식하게 되고 그의 매달리는 행동에 환멸을 느껴서 도망가려고 한다. 이런 것을 그가 알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상대에게 정확하게 표현하는 훈련에서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상담자의 분석에 그는 동의했다. 자신은 항상 마음이 따뜻한 여성들을 어머니처럼 느낀다고 했다.

그가 이러한 어머니처럼 느껴지는 감정에 의존하게 되면 족쇄가 되어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어린 시절에 엄마의 정을 여성들로부터 받으려는 것이 바로 함정이다. 여성들에게 의존하려고 하지 말고 의존적인 마음이 생기면 함정임을 자신이 깨달아야 한다. 스스로 자신감을 기르고 당당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상대의 눈치를 보지 말고 상대에게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초등, 중등, 고등학교 시절에 항상 문제를 피하고 고통을 피하려고 상상 속에서 안주했기에 현실 감각이 부족하고 문제를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돌파해서 뚫고나가는 능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는 고통스러운 일이나 복잡한 문제에 부딪치면 정면 돌파를 시도하지 않고 뒤로 후퇴했다. 그는 어린 시절에 고통을 받아들이고 직면하지 않고 상상 속에서 동료들과의 관계를 끊어 버리는 것이다.

그는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아버지로부터 무능력을 배운 것인지 모른다. 아버지는 북한에 있을 때 부유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서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다가 철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6.25 전쟁 때에 독신으로 월남하면서 삶에서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살아온 것이다. 자녀들 때문에 군에서 전역하게 되면서 봉급생활에서 행상이나 각종 장사를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로써 부친은 삶에서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된 일이 없었다. 차라리 군에서 머물면서 봉급으로 자녀들을 제대로 뒷바라지를 했다면 그의 삶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는 부친으로부터 삶이란 고통스러운 것임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면서 방향 감각을 놓쳐버린 것이다. 자신의 꿈을 설계하고 미래의 비전을 설계해야 할 사춘기는 현실 도피 속에서 삶의 밑바닥을 헤매고 있었던 시절이다. 그는 늘 어린 시절부터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난 적이 없다. 그가 결혼 후에 몇 번의 사업에서 성공의 문턱에서 무너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사업에서 일이 잘 되고 성공의 문턱에 가면 자신감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자신은 늘 무능력한 바보라고 생각하여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한다. 실제로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가까운 다른 사람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적이 없다. 자신의 마음의 심층에 심어져있는 무능력하다는 것이 결정적 순간에 꿈틀거리고 모습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이 때 자신감을 잃고 겁이 나기에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내담자에게는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에 중점을 두어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다. 물론 내담자가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그의 성장과정에서 부모, 특히 어머니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한 부분이 결정적이라고 해야 한다. 부모의 인정과 사랑은 성장하는 아동에게는 가장 중요한 정신의 자양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다. 그런가 하면 그에게는 주변의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였다. 적절한 대응은 내담자의 심리적인 상태를 전환시킬 수 있는 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 외에도 자신의 생각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않은 것을 가장 큰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자신이 생각을 정상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주변의 상황에 대해서 긍정적인 관점으로 발전을 시켜야 인격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담자는 이런 상담의 진행에 잘 응해주는 편이었다. 이로 인해 그를 위한 상담은 스스로 변화되어가는 긍정적인 결과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것은 부부간의 관계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2) 상담 진행 이후 변화

내담자에게 상담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부부관계가 놀랍게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개선은 내담자가 상담에 잘 따라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런 과정을 상세하게 기술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부부에게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점에 초점을 둔 것이 중요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그의 아내는 남편에 대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마음을 갖게 됨과 동시에 자신에게도 적절하게 대등하지 못하는 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문제를 갖고 있지만, 서로에 대응하는 정도에 따라서는 각기 생각하지 못한 단점이 되는가 하면, 장점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것은 서로의 문제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그리고 개선해 나가는데서 놀라운 인격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내담자는 상담의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깨닫고 기뻐했다.

특별히 내담자의 과거에 대한 아내의 이해는 오히려 동정심을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현재에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런 것은 아내의 이해의 측면을 더 넓게 작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부부에게 일어난 문제는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서는 문제의 성격이 많이 달라지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던 남편에 대한 성장의 문제가 이제는 모두 이해되기에 이른 것이다.

실제로 남편의 학창시절은 정상적이지 않은 측면이 많았다. 그는 학교에서 선생님의 가르침이 이해되지 않았으나 참고서를 보면, 한층 이해가 빨라서 책을 읽는 것이 더 좋았기에 공부시간에는 늘 잠을 잤다. 이것을 분석하면서 내담자는 학교수업 시간에 적응이 부족해서 항상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혼자서 각종 상상을 한다.

그 때문에 선생님의 이야기 내용을 놓치고 연결하지 못해서 선생님의 설명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선생님의 설명이 이해가 안 되고 수업에 흥미를 놓치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더욱 더 상상 속에 빠지게 되어 수업에 흥미를 잃고 수업 시간에 잠만 자는 아이로 동료들에게 낙인을 찍힌 것이었다. 그가 학교 공부에 적응해 나갔다면 아마 선생님과 동료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을 받고 학급 동료들과 친한 친구관계를 만들어 나갔을 것이다. 그러면 엄마 없는 설움이나 가난한 어려움 등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고 부끄러움으로 남지 않고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는 현재 열심히 자신을 알아가고 자아를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분석은 끝나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에 가족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제 아내와 자녀들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오손도손 일요일에 야외로 나들이를 가기도 해서 자녀들이 좋아하고 아내도 그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고 말한다고 한다. 지난 여름에는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서 대단한 성과를 올렸고 이것이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서 승진했으며, 빚도 모두 갚았다.

그는 치료에서 대인관계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고, 이제는 결정적인 성공의 단계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상담을 통하여 그는 자신의 약점을 알게 되어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