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21장 부부상담의 사례와 분석(3)

부부는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 이런 목적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만족스럽지 못한 결혼을 하거나 수많은 갈등 속에 살아간다. 여기에는 부부간에 일어나는 갈등이 문제인데, 이런 갈등은 처음에 가벼운 불만요인이 잘 해소하지 못하면 더 큰 문제로 비화되는 편이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때로 가장 좋은 사람이 가장 나쁜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바로 서로가 갈라지는 극단적 경우인데, 이는 실로 행복하기 위한 결혼을 뒤로 하고 급기야 이혼까지 단행하는 것이다. 이런 불행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담이 필요하다. 상담을 통해 잘못된 관계를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여기서는 앞장에 이어 더 심도 있는 사례를 다뤄본다.

1. 부부폭력에 대한 사례

내담자는 결혼 10년차의 조선족 출신 주부로 결혼 10여년 동안 여러 차례 배우자로부터 폭력을 당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배우자의 눈물어린 사과로 넘어갔는데, 얼마 전 발생한 폭력경험은 앞으로 결혼생활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던 중 배우자에게 최후의 통첩으로 함께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했고, 배우자가 승낙하여 내담자는 실낱 같은 희망을 안고 상담을 하게 되었다. 내담자는 배우자가 상담에 응하지 않으면 이혼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1) 내담자의 주요 문제

내담자와 상담하면서 상담자는 남편도 상담을 받아야 하는 필요성을 말했다. 내담자의 문제는 남편이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남편은 실제 상담소에 올 확률이 희박할 것으로 판단돼, 내담자에게 남편과 함께 상담소에 방문해 상담받을 것만 우선 권유해 본 것이다. 내담자는 남편과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자신부터 먼저 상담을 받게 되었다. 내담자의 주 문제는 남편의 폭력성, 의사소통 어려움, 과도하게 요구하는 남편의 성관계, 결혼생활 스트레스 등이다. 결혼생활의 스트레스는 그녀에게 부담이 되는 것으로 가게의 일, 자녀양육, 남편과의 관계갈등 등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상담은 중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1차로 내담자의 폭력후 경험한 정서적 문제가 해소돼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폭력에 대한 이해와 결혼생활 동안에 몇 차례 있었던 폭력발생 상황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남편의 폭력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계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가계도를 통해 각자의 원래 가족을 이해하고, 어린 시절의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있던 부정적 영향이 부부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통찰하는 것이다. 그것이 현재 이루어지는 배우자와의 교류 패턴을 인식하게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배우자의 성격과 미성숙한 정서를 이해하고, 내담자의 자존감을 높이는 문제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2) 내담자의 성장 과정

내담자의 성장 과정은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남편의 성장과정도 중요하다. 그러기에 여기서는 먼저 내담자의 성장과정을 살펴야 한다. 내담자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아버지는 내담자가 7세가 되던 해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없지만,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재혼(再婚)하게 되었다. 재혼하면서 첫째 딸과 막내딸을 어머니가 키웠지만, 내담자는 고모에게 맡겨져 고모 가정의 자녀들과 함께 성장했다.

내담자가 11세 되던 해 어머니마저 돌아가시면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던 두 딸들도 고모네로 와 세 자매가 고모의 슬하에서 성장하게 되었다. 내담자가 말하는 고모님은 속정이 있고 마음이 따뜻하였으나, 입이 거칠어 좋게 이야기하는 법이 없었다. 고모는 고모부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잔소리가 심하였다. 내담자는 사춘기가 되면서 고모와의 관계가 나빠지자 슬하에서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많았는데, 그 마음은 청년기가 되어 결혼을 도피처로 삼게 되었다. 고모의 양육방식은 매우 보수적이고 엄격하였으며, 여자로서의 몸가짐을 잘해야 한다며 집안에서조차 함부로 행동하는 것을 통제하였다.

배우자에 대한 성장 과정도 알아야 했다. 배우자의 아버지는 처음 여자와의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두고 배우자의 어머니와 결혼했다. 처음 아버지에게 여자와 아들이 있는 것을 모르고 결혼했던 배우자의 어머니는 속았다며 초기부터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아버지는 알코올로 배우자가 9세 때 사망했고, 그 슬하에 1남 2녀를 둔 어머니는 남은 자녀들을 양육하기 위해 많은 고생을 하였다. 어머니는 하나 뿐인 아들을 몹시 편애하였는데, 어머니의 무조건인 사랑을 받고 자란 배우자는 의존적인 성향이 많다.

배우자는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하여 머리에 상처를 입어, 상흔이 아직도 남아 있다. 아버지 또한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태도로 어머니 뿐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명령하고 지배하고 통제하는 성향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이 받은 상처가 많아서인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형제들 누구도 아버지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에 대해 잔소리가 매우 심하였고, 그 잔소리는 아버지의 알코올에 대한 의존도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3) 부부생활 상태

고모의 슬하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가득하였던 내담자이다. 그녀는 한국 남자와 결혼하면 생활의 어려움도 거의 없다는 나름대로의 환상을 갖고 배우자를 소개받아 짧은 만남 후 결혼하게 되었다. 당시 35세였던 배우자는 한국 주택가에서 작은 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수입이 일정치 않았다. 결혼하고 배우자를 따라 한국에 온 내담자는 처음 이야기와 달리 신혼방도 월세 단칸방이고, 가게 또한 형편이 없는 것을 보고 매우 실망하였다. 그러나 배우자가 자신에게 잘해주었기에 이를 위로삼아 초기엔 결혼생활을 그래도 잘 유지했다.

여성 내담자는 자신이 먼저 결혼하여 한국에 온 후, 다른 형제들이 가끔씩 한국에 올 때마다 거처할 처소가 없어 자신의 단칸방에서 한동안 머물고 가게 했다. 그런데 형제들과 친인척들이 한국에 오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내담자 부부가 경제적인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었으므로, 이들의 방문은 많은 스트레스를 줬다. 뿐만 아니라 부부는 서로에게 적응하는 과정에서 친인척의 방문은 부부관계의 예민한 갈등 상황을 만들었다. 배우자는 결혼 전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과 교제하곤 했다. 그러나 한국에 온 후 아는 사람들이 전혀 없었으므로, 배우자가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를 바랐다. 배우자는 내담자의 요구에 따라 주로 내담자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남편은 요구대로 내담자와 많은 시간을 보내었다. 남편은 결혼 전엔 스트레스가 쌓이면 친구들과 술 한 잔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풀곤 했으나, 결혼 후에는 주로 배우자와의 성관계를 통해 풀게 되었다. 내담자는 처음엔 잘 몰랐는데, 아이들이 생기면서 양육에 대한 스트레스와 과중한 가게 일로 몸이 지쳤다. 이때 배우자의 과도한 성관계 요구가 이어지자, 너무 힘들고 지쳐 거절하게 된다. 남편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버럭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늘 짜증과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

남편은 아내가 자신을 대하는데 적절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거의 매일 술을 마심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기분이 매우 나쁜 상황에서 술을 마시면, 남편은 늘 내담자에게 시비를 걸고 말다툼을 하며 싸우다 폭력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면 부부관계는 더욱 나빠지고 갈등과 긴장의 상태가 순환적으로 이어지곤 하였다. 그 때마다 “살다 보면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인내하다, 최근 폭력상황이 재현되면서 이혼을 결심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담에 임하게 된 것이다.

4) 문제 탐색 및 진단

여성 내담자는 며칠 전 남편과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게 됐다. 싸울 때는 남편이 불편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지 않다, 가게 일이 끝난 뒤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시비를 걸면서 일어났다. 남편은 주기적으로 억압했던 화난 감정을 퍼부어 폭력적 상황으로 몰고 가곤 했다. 폭력 후 다음 날 남편은 잘못했다고 사과하기에, 내담자는 남편의 폭력성이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 것이라는 마음과, 어린 자녀를 두고 이혼하는 것이 내키지 않아 지금에 이르렀다.

내담자는 늘 긴장 상태에 있는 남편과 대화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남편의 감정을 건드리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하여 싸움이 또 일어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을 되도록 건네지 않게 됐고, 그럴수록 서로가 느끼는 긴장감이 지속돼 너무 괴로웠다.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아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남편은 내담자의 태도에 위기를 감지했다. 내담자에게 이혼 말고 다른 방안이 있으면 응하겠노라고 해 상담을 권유한 것이다. 이후 상담소에 전화로 남편을 위한 상담이나 교육프로그램이 있는지 문의하게 되면서 내담자와 첫 상담이 이루어졌다.

초기 면담에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호소하는 주된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남편의 폭력성, 남편과의 의사소통의 어려움, 과도하게 요구하는 남편의 성관계, 내담자가 결혼생활에서 받고 있는 스트레스 관리 등이었다. 내담자의 주된 호소를 경청한 후 상담자는 내담자와 함께 상담 목표를 설정했다. 그것들은 가정폭력에 대한 개념 이해 및 배우자 폭력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요령 인식, 결혼 후 처음 폭력이 있었던 상황과 이후 크게 있었던 폭력적 상황을 분석하면서 내담자와 배우자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는 교류 패턴의 이해, 내담자와 배우자의 가계도를 통한 원가족의 정서적인 교류패턴과 가족 구성원간의 역기능적 요소를 발견했다.

또 이러한 요소들이 현재 부부관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에 대한 통찰, 내담자가 결혼생활에서 받고 있는 스트레스의 원인들을 생각해 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내담자 나름의 방법을 모색하며 배우자의 폭력적 경험으로 형성된 정서적 후유증의 심리 치료와 낮아진 자존감 높이기 등을 다룰 필요가 있었다.

내담자는 결혼 초기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자상한 남편의 배려로 한국에서의 신혼생활은 좋았던 기억이 많았다고 생각했다. 결혼 생활 동안 처음으로 남편의 폭력을 당하게 된 시기와 상황을 피력한 것이다. 내담자와 남편 원가족의 관계 및 성장 배경을 대략 이야기했다. 그러자니 막다른 인생의 길목에 서 있는 내담자의 답답한 마음과 불안한 마음을 강화시키지 않도록 내담자의 마음을 위로해 주면서, 첫 면접상담에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상담자와의 관계 형성에 주력했다.

내담자가 현재 느끼고 있는 호소문제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도록 하여 내담자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를 스스로 정리하게 함으로 앞으로 전개될 상담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혼 10여년 동안 받아 온 스트레스가 가중된 상태이기에, 내담자로 하여금 많은 내용을 쏟아낼 수 있도록 주의 깊게 경청하고, 내담자가 상담을 통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도 스스로 알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특이한 사항은 내담자가 남편을 만나 결혼하기까지 기간이 너무나 짧았던 점이다. 남편에 대한 정보와 탐색하는 기간이 짧아서 주어졌던 문제와, 고모님의 슬하에서 벗어나고픈 내면적인 욕구가 결혼 동기의 취약한 부분이 있었다. 신혼 초기 남편의 폭력이 처음 발생했던 상황을 말하면서, 당시에는 남편이 무엇 때문에 폭력을 행사하게 되었는지 몰랐다가 상담을 통해 친인척들이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주거환경도 좋지 않은 자신의 집에 머무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말로 표현하지 못하다 스트레스가 가중되자 사소한 말다툼 끝에 폭력이 발생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담자가 받고 있는 스트레스 중 하나인 성관계도 짚어야 했다. 실제로 남편은 내담자에게 과도하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편이었다. 내담자는 이를 이야기하면서 남편의 폭력이 있은 후 자신의 의사가 무시된 채 당하는 성관계와, 그럴 때마다 느꼈던 감정에 대해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어린 시절 고모 슬하에서 어린 시절과 사춘기를 보낼 때 늘 여자는 정숙해야 되며 어디서든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내담자는 결혼했지만 여전히 성생활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게다가 남편이 그녀의 몸 상태를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성행위를 할 때는 고통의 경험이 많았기에 더욱 싫었다. 특히 내담자는 남편이 술을 마시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술 냄새가 역겨울 땐 마음이 내키지 않는 데도 관계를 감행해야 해 너무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5) 성장 배경과 성격의 이해

상담자는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될 수 있는 배우자의 원 가족 및 성장배경에 대해 분석해야 했다. 분석 결과 남편은 아버지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자란 편으로, 배우자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존재였다. 남편은 7세 때 아버지로부터 깡통으로 머리를 맞아 두피가 찢겨 수술을 했고, 수술한 자리에서 지금도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을 정도였다. 알코올과 폭력으로 가족들을 괴롭히던 아버지는 9세 때 돌아가셨다.

특히 아버지는 어머니와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았고,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아버지를 싫어했지만 큰딸만은 예뻐했다. 이런 가정현편에서 내담자의 남편은 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어머니의 일방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성장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원하는 것은 웬만하면 다 해 주었는데, 아들이 처음으로 급여를 받아 하룻밤에 다 쓰고 들어와도 야단치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은 29세 때 돌아가신 어머니가 중풍으로 병환 중 대소변을 받아가며 끝까지 돌보았다.

두 번째로 내담자가 남편과 크게 싸워 폭력으로 이어진 사건은 엄마의 제사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내담자는 남편이 돌아가시고 없는 엄마 제사를 왜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러한 의견 대립은 또 다른 폭력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내담자는 2년 동안 제사를 드리지 않다, 남편과 관계회복을 위해 다시 제사를 준비하게 되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남편은 내담자와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폭언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한 번은 내담자의 조카들이 성탄절을 맞아 집에 놀러 왔는데, 그들에게도 성탄 선물을 사 주었을 뿐 아니라 내담자에게도 10만원 상당의 선물을 사 주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남편은 거의 매일 술을 마시던 것을 하루 건너 마시는 편이다. 남편은 전에 늘 화가 나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기분 좋게 술을 마시게 되었다. 내담자는 남편에게 늘 술을 마시는 것이 못마땅하여 “마시지 말라”고 잔소리는 많이 했지만, 한 번도 남편에게 술을 준비하여 대작하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으로 술과 안주를 준비하여 가게 일이 끝난 토요일 저녁 조촐하게 부부만의 데이트를 했을 때 남편과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부부가 가게를 운영하면서 힘들었지만 경기가 좋을 때 많은 돈을 벌어봤고, 최근에는 경기가 좋지 않아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 이에 내담자는 상황을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나름 감사하고 있지만, 남편은 몹시 불안해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서로 다른 성격이 주어진 상황에 다르게 반응하는 것 같다면서, 성격유형검사 결과를 내담자 스스로 분석 및 적용하여 이해하려 한다. 내담자 성격유형은 내향적 감각형에 대한 결과 해석 및 생활 속에서 드러나는 성격적 특성,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이해를 했다.

6) 대화 패턴과 자존심 회복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발견하기 위해 상담자는 배우자와의 대화 패턴을 분석해야 했다. 배우자와 이루어지는 대화패턴 내용을 이해하고, 무엇이 내담자로 하여금 대화의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지를 분석해야 했다. 여기에는 내담자의 손상된 자존감의 정도를 이해하고 회복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지난 과제였던 ‘자신이 사랑스러운 이유 10가지’와 ‘남편이 어떻게 할 때 사랑스러운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한 번 적어 오라는 것에 대해 내담자는 매우 힘들어 했다.

아내는 숙제하면서 자신보다 배우자의 것이 많은 것에 대해 새삼 놀라웠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실망한 부분은, 결혼 후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느라 억척스럽게 살아온 모습이었다. 예전의 여성스럽고 여유로운 모습이 아니라, 생활에 치어 자신을 혹사시키는 모습과 거친 행동양식이 느껴져 마음이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다. 부부싸움을 하다 남편에게 폭행당하고 막상 집을 나왔는데, 수중에 돈이 없어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아내는 함께 가게를 운영하지만, 세탁기계 작동 기술은 자신밖에 할 수 없어 잠시도 쉴 수 없는 형편을 이야기하면서 많이 힘들고 외로워했다. 내담자가 바라보는 배우자에 대한 모습은 자기중심적 사고와 태도, 지극히 단순하고 고지식하며 극단적인 태도와 행동, 배움이 짧아 생각의 한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화부터 내면서 말하는 습관,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불필요한 말을 자주하여 내담자를 난처하게 만드는 경우 등을 토로했다. 내담자는 남편에게 부족한 면이 보일 때마다 무안을 주는 편이었다. 당시엔 지켜보다 집에 오면 남편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남편을 무시했다. 그렇게 무시하면 남편의 말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제 상담자는 내담자의 손상된 자존감 회복을 시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난 한 주간 남편과의 관계경험을 통해 새롭게 인식된 내용이 무엇이며, 발견된 부분에 대한 통찰을 시도해야 한다. 지난주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중요한 사건을 발견하게 되었다. 세탁소에 오는 손님 중 하나가 아파트 인터넷홈피에 내담자의 세탁소에 대한 비방 글을 올린 사실을 20일 넘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내담자는 아파트 동대표가 그 사실을 알려줘 뒤늦게 수습에 나서면서 글을 올린 당사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그 손님은 문제가 크게 확산될 것에 대한 생각 없이 그저 남편이 대하는 태도에 마음이 상하여 글을 올렸다며 사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담자의 남편은 화가 풀리지 않아 손님을 그대로 돌려보내면서 3-4일간 그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일을 이야기했다. 이때 내담자는 손님이 맡겨온 세탁물을 약속한 날짜에 보내기 위해 남편에게 부탁하고 볼 일을 보았다. 그런데 남편이 잊어버리고 돌려주지 않은 채 그대로 있는 세탁물을 보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이전에는 성질을 있는 대로 남편에게 표출했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한 템포 늦춘 자신의 모습이 새롭게 인식됐다.

심지어 생닭을 사다가 거실에 놓으면서 남편에게 냉동실에 넣어 줄 것을 부탁하고 가게에 먼저 나갔는데, 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생닭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 그녀는 화가 났지만, 그 감정을 남편에게 퍼붓지 않고 참았다. 나아가 내담자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자신만을 위한 통장을 개설하여 위기상황일 때나 자신만을 위해 쓸 수 있도록 권유했다.

7) 상담 교육적 지도

내담자의 상담은 이혼을 결심한 것이 문제이지만, 실제로는 부부의 폭행에 대한 상담이기도 했다. 전체 흐름은 내담자와 남편 사이에 주고받는 패턴에서 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내용이다. 이런 상황을 내담자로 하여금 통찰하게 하여 기존의 악순환적인 고리를 끊고 내담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관계패턴을 잡아가려는 것이다.

첫 번째 면접상담에서 내담자는 모든 문제의 근원을 배우자에게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내담자는 남편만 변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는데, 초기 상담을 통해 부부간 갈등을 심화시킨 요인이 자신에게도 있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상담 후 배우자의 변화된 모습과 태도로, 늘 부정적으로 반응하던 남편이 더 이상 내담자에게 긴장감을 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자 내담자는 태도가 많이 편안해졌고, 남편이 자신을 구속하고자 하는 성향과 태도에 변화가 주어지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결혼생활 10여 년 동안 몇 차례 크게 경험했던 폭력에 따른 내담자가 느꼈던 수치와 분노에 대한 감정을 해소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남편에 대한 심리적인 의존도에 따른 정서적인 분화를 이루어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었다.

실제로 내담자는 조선족 출신으로 여러 면에 취약한 남편을 선택하여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부부의 사례는 외국인과의 결혼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한국적인 상황에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부부들 중에서 다른 부부처럼 여러 요인으로 부부갈등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들에게 갈등의 원인이었던 문화와 풍습이 달라서 겪어야 했던 부분과 만성적 스트레스이기에 더욱 관련성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늘 긴장상태에 있는 배우자의 심리구조, 그리고 배우자의 모성 컴플렉스(mother complex)의 한 요소인 순수 성향에 다른 증상이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상담자는 특정부분의 대화록을 기록한 것을 제시하고자 한다. 상담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유사한 상황에 있는 경우 참고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다음 대화록은 상담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내담자가 두 번째로 배우자와 크게 다투어 폭력으로 이어진 사건인 돌아가신 어머니의 제사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배우자와의 갈등을 초래한 내용과, 배우자의 어린 시절 양육자였던 부모님과의 관계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8) 상담 대화의 과정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의 대화로 이어진다. 상담은 대개 이런 대화를 기술하는 것을 일반적 특성으로 여겨 녹취록을 기록하는 편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기록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화 내용만 기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상담은 매우 특이한 경우이기에 상담 전공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제시해 본다. 상담의 대화는 다음과 같은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상1: (반가운 표정으로) 한 주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내1: 남편이 몹시 아팠어요. 감기가 지독하게 걸려 며칠째 고생하고 있거든요.
상2: 남편이 감기로 고생하셔서 돌보느라 마음이 분주하셨겠네요?
내2: 이전 같았으면 아프거나 말거나 했었는데요, 건강한 사람이 아프고 있으니까 좀 안 돼 보이긴 하더라고요.
상3: 이전에는 남편이 아파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앓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스러워 보이셨네요?
내3: 네. 그렇게 느껴지더라고요. (뒷말을 흐리면서) 멀쩡하다 왜 갑자기 아플까 생각해 보니 남편이 평소 느꼈던 강한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몸이 아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4: 부인께서 생각하시기에 남편의 삼한 감기증상은 그동안 두 분 사이에 있었던 강한 긴장감이 없어지면서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내4: (얼굴이 상기되면서) 최근 남편이 자신에게 대하는 태도가 엄청 많이 변했거든요. 저랑 사이가 안 좋을 땐 늘 화가 난 표정에 말투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불 화산 같았는데 제가 남편에게 편안하게 대하니까 남편도 눈에 띄게 부드러워지면서 달라진 것을 느꼈거든요. 제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남편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되면서 남편에게 성질을 내면서 잔소리하는 것을 멈추고 난 이후 달라진 모습이에요. 요즈음처럼 이렇게 마음이 편안하게 느껴진 것이 신혼초기 잠깐 있었고 최근인 것 같아요.
상5: 정말 엄청난 변화를 느끼셨네요.
(중략)

상16: 남편의 어린 시절에 부모님과 사이는 어떠했는지 들어 본 내용이 있으신가요?
내16: 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은 없는 것 같아요. 남편이 아홉 살 때 폐렴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별 기억은 없는데 유일하게 기억하는 내용이 있는데 남편이 일곱 살 때 여전히 술을 드시고 오신 아버지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몰라도 남편 머리를 향해 깡통을 던져서 머리가 찢겨 꿰메는 수술을 하였고 그 수술 자리로 인해 그 자리에는 머리카락이 다시 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보여준 적이 있었어요.
상17: 일곱 살이면 아주 어린나인데 아버지로부터 당한 일이 남편에게 있어서는 매우 충격적이고 마음의 상처가 깊었겠네요.
내17: 머리가 찢기는 정도였으니, 얼마나 아팠으면 기억을 하겠어요?
상18: 그 고통이 말할수 없을 정도로 심했겠네요.
내18: 그러한 상처가 있어서인지 결혼이후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거의 들어보지 못했어요.
상19: 아버지를 많이 원망하고 아버지처럼 살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겠어요?
내19: 맞아요.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사실 남편은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많은 것 같아요.
상20: 남편의 어떠한 모습에서 그런 생각이 드셨나요?
내20: 남편에게서 들은 내용은 아니고 손위 시누들의 말에 의하면 제 남편이 예전 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고 했어요. 아버지는 당신 말이 곧 법이었고 무지 무섭고 엄하셨는데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집에 오면 가족들이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살벌하였고요 늘상 화가 나 있었기에 아버지에 말을 건네기도 어려웠었다고 해요.
상21: 아버지의 권위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성향과 술만 마시면 집에 들어와 공포분위기를 만드는 부분에 남편과 아버지의 모습이 비슷하게 보인다는 말씀이시죠.
내21: 네. 신기할 정도로 시누들이 말한 아버지와 비슷한 요소가 많은 것 같아요. 폭언에 가까운 거칠은 말까지요. 덧붙이면서 시누들이 저희 부부를 보면서 남편은 아버지의 모습을 저에게는 이전 살아계실 때 그런 아버지에게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엄마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고 하면서 이전에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상22: 시누들이 한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22: 이전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넘겼는데 어머니와 같은 모습이 제게서 보였다는 부분에 새삼 당황스럽네요. 생각해보니까 남편에게 때에 따라 심하게 잔소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상23: 주로 언제 남편에게 심한 잔소리를 하게 되던가요?
내23: 술 마시고 난 뒤 주사를 할때요. 다음 날 정신이 좀 있다고 느껴졌을 때 남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하나하나 꼬집어 지적하고 무시하고 성질을 있는 대로 부리곤 했었는데 그 당시 남편은 아무대꾸하지 않다가 제게 들었던 싫은 소리를 마음에 담아 두고는 다시 술을 빌어 남편의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곤 했던 것 같아요. 이때 잔소리하고 있는 나에게 무반응하거나 버럭 화를 내곤 했는데 어느 날은 제게 그러더라고요. 참 불편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악어를 잡아먹는 수달 같다는 거예요.
상24: 악어를 잡아먹는 수달이라 정말 절묘한 표현이네요. 그 표현에 남편이 아내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 것 같은데...
내24: 메시지요? 남편을 향한 나의 잔소리가 몹시 불편하고 남편의 심기를 건드린다는 것인가요?
상25: 한 번 생각해보세요.
(중략)

상30: 어머니는 남편에게 어떤 분이셨다고 하나요?
내30: 남편에게 어머니는 전부였고 어머니에게 있어서도 아들의 존재는 다른 자녀들보다 특별한 의미를 준 아들이었던 것 같아요.
상31: 어머니와 아들인 남편과 매우 사이가 좋았겠네요?
내31: 정말 좋았었나 봐요. 29세에 중풍으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성장을 했고 중간에 아들이 말썽을 피워도 한 번도 야단을 치신 적이 없었다고 했어요. 어머니에게 있어 아들은 매우 끔찍한 존재였구요 딸들은 홀대를 받았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중풍에 걸려 병중에 있을 때도 딸들은 힘들어 돌보는 것을 중간에 포기하였는데 아들이 끝까지 어머니를 돌보았고 임종시 아들에게 제사를 지내줄 것을 당부하고 돌아가셨고 결혼 초기 남편은 힘들 때마다 혼자서 어머니 산소에 다녀오곤 했었지요.
상32: 남편에게 있어 어머니는 바다와 같은 마음을 지닌 편안한 존재로 느껴졌겠네요.
내32: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많이 힘들어 했던 것을 보면요. 그런데 어머님이 남편을 사랑만 주었지 강하게는 키우지 않았던 같아요. 남편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 문제를 직면해서 해결하기보다는 도망가는 경우가 많았고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하면 주로 제가 해결하곤 했어요. 결혼 초기에 생활력이 취약했던 남편 대신 제가 나서서 일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운전면허를 따서 세탁물을 배달하는 것도 제가 했고 가게의 세탁기계를 작동하는 기술도 제가 배워서 돌리곤 했어요. 남편은 일이 힘들게 느껴지면 가게를 자주 비우곤 했기 때문에 남편을 믿고 맡기는 게 어려웠지요.
상33: 참 힘들고 괴로우셨겠네요.
내33: 말로 다 못했죠. 한 참 이야기하다 보니 남편이 달라진 게 있었네요.
상34: 어떠한 모습이요?
내34: 언젠가부터 예전처럼 가게를 비우는 일이 적어졌고 육체적으로 고단하고 힘들어도 자신의 일의 분량은 하고 있는 부분하고 부부싸움을 하고 난 뒤에도 어김없이 가게에 나와 일하는 모습이 달라진 모습이네요.
상35: 좋은 모습으로 달라졌네요.
내35: 이야기하기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건 데
상36: 아 그러셨군요.
내36: 그런데 남편을 이해하지 못할 구석이 사실 더 많아요.
상37: 어느 때 그렇지요?
내37: 성격적인 면도 그렇구요, 자신을 아무데도 못나가게 하려고 하고 특히 시어머니 제사에 목숨을 거는 거에요?
상38: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하자면요?
내38: 자기밖에 몰라 제가 비위를 잘 맞추면 기분이 좋아지고요 제가 살갑게 굴지 않으면 금방 험해지고 아이들한테도 짜증과 성질을 있는 대로 내요. 그러한 성향이 두드러지게 표현된 건 시어머니의 제사준비 과정에서 있었던 같아요. 제사음식을 정성스럽게 잘 준비하면 어린아이처럼 너무 좋아하고요 제가 좀 무성의하다 느껴지면 싫은 내색을 금방 드러내요. 제 생각에는 산 사람에게 잘 하면 되지 굳이 이미 죽은 사람을 위해 제사 음식을 정성스럽게 차려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고 연변에서는 시장을 보게 되어도 남편들이 보기도 하고 아니면 같이 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한 번은 남편에게 가게 일로 너무 힘들고 지쳐 있었기에 마트에서 만들어진 제사음식을 사서 준비하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성질을 내면서 저를 막 때리는 거예요. 그 때 엄청나게 맞아 화가 나서 제사를 아예 준비하지 않았어요.
상39: 제사문제로 남편에게 또 한 번 어려움을 당하셨네요. 참 살고 싶지 않았겠어요.
내39: 있는 정마저 떨어지는 것 같더군요. 상40: 그때도 아이들 때문에 참으셨나요?
내40: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집을 나왔었는데 막상 집 나와보니 제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는 거에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들어갔죠 뭐.
상41: 이래저래 비참하다 느껴지셨겠네요.
내41: 한동안 힘들었었는데 갈수록 남편과 사이가 험해지자 2년 정도 지난 후 다시 제사를 드렸는데 멀어진 남편과의 거리를 좀 좁혀볼까하는 생각에서요.
상42: 남편과 불편하게 지내는 것이 매우 힘드셨었나 봐요.
내42: 정말 힘들었어요.

2. 정리: 상담에는 유연성이 필요

지금까지 우리는 부부상담 사례를 비교적 간단한 경우와 약간은 복잡한 경우로 구분하여 정리해 보았다. 간단한 사례는 순서를 중요시하는 것이며, 복잡한 경우는 상담 진행과 기록을 보이기 위함이었다. 물론 부부상담 사례는 일정한 절차와 순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상담에서 내담자의 상황에 따라 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 사례를 전체적으로 기록하는 이유는 현장감을 줄 뿐 아니라, 이를 참고하여 응용하고 적용하는데 도움을 삼고자 하는 것이다. 다만 상담의 진행이 반드시 어떤 유형대로 되어야 한다는 고착성이나 고집을 버리고, 오히려 유연성을 발휘하여 상담을 처리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자주 실습하다 보면 어느 새 자신의 방법이 익혀져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