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교연구원(원장 문상철 선교사, 이하 kriM)이 1일 남서울교회 교육관에서 창립 25주년 감사예배를 드렸다.

▲문상철 원장. ⓒ하석수 기자

이날 3부 한국선교 현황 보고회에서 발표를 맡은 문상철 원장은 “최근 kriM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2014년 말 현재 162개 선교단체에서 파송된 20,476명의 한국선교사들이 163개국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며 “선교사의 수는 2013년 말에 비하여 1.9% 늘었다. 20,467명 중 10,779명은 초교파 선교단체, 9,036명은 교단 소속 단체, 그리고 나머지 382명은 지원 단체 소속”이라고 설명했다. 문 원장은 “한국선교사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는 10개국은 중국, 미국, 인도, 일본,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터키, 캄보디아, 러시아 순으로, 이들을 합친 수는 전체의 절반 이상(50.6%)”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는 ‘선교지를 떠나야 했던 선교사들’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는데, kriM에 의하면 2014년에는 304명(전체의 1.5%)이 원래 계획한 기간 이전에 선교사역을 중단하고 귀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선교사 중도탈락(포기)의 주요 원인은 “한국교회의 전반적인 쇠퇴에 따른 후원 기반 약화”로 지적됐다.

문 원장은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비자발적으로 철수’하는 것 또한 한국선교계에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많은 선교사들이 강제 출국, 비자 거부, 재입국 거부, 전염병, 사회적 불안 등의 원인으로 선교지를 떠나야만 했다”고 전했다.

문 원장은 “강제로 철수를 한 선교사들의 수는 2012년 215명(전체의 1.1%)에서 2014년에는 267명(전체의 1.3%)까지 증가했다. 지난 3년 동안 총 599명이 강제 철수를 한 셈”이라며 “선교사 중도탈락(포기)과 달리 선교지에서 강제적으로 떠나는 ‘비자발적 철수’를 한 선교사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일정 기간 후에 새로운 선교지를 향해 다시 떠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 원장은 “유희주와 김은미는 (비자발적 철수를 한) 7명의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추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이 연구 참여자들은 ‘비자 연장의 어려움과 선교사 신분 노출에 대한 불안→출국을 위한 급한 정리→거절당한 느낌, 영적인 열매의 부족에 대한 아쉬움→하나님의 위로와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압박감에서의 해방→공동체의 도움과 회복→이전의 선교지를 떠난 새로운 상태에 대한 숙고와 수용→재적응 및 새로운 생활의 시작→선교사로의 정체성 확장→하나님의 주권 인정’과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문 원장은 특히 “연구 참여자들이 긴급 철수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심리적으로 경험한 것은, 주거 정착의 어려움과 한국 문화에 대한 재적응과 같은 실질적 문제들이었다”고 했다.

▲한국선교연구원 창립 25주년 감사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하석수 기자

이날 참석한 한 선교사는 “추방당한 선교사가 정작 겪는 문제는 한국교회에 들어와서의 문제”라며 “한국교회에는 자체적으로 선교사들을 돌볼 수 있는 공간과 디브리핑(일종의 선교사 회복 과정) 및 상담 전문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선교사는 “교회가 취하는 행동은 ‘선교사가 잘못해서 추방당했다’는 이유를 달고, 가장 먼저 생활비 지원을 끊는 것”이라며 “추방당한 선교사가 다음 선교지로 가기까지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선교사들과 그 자녀(MK)들은 교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고 했다.

문 원장은 “이런 MK들이 귀국 후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학교에 다니게 되면 충격을 받기 마련인데, 갑자기 사역을 잃은 위기를 겪는 부모들로서는 자녀들의 문제를 제대로 돌볼 수가 없다”며 “선교단체들은 이런 MK들을 지원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 원장은 “선교사들이 다음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회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선교단체의 정책과 규정도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선교단체들은 또한 추방된 선교사들을 위한 디브리핑을 제공해야 하고, 그 원리와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고 했다.

문 원장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경우에는 5-6개월 이내에 개인적으로 애도 상담(grief counseling)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선교사들은 선교지 뿐 아니라 집을 잃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디브리핑 담당자와 상담자들은 그들의 상실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또 문 원장은 “박해는 서구의 전통적인 선교사 파송국가들에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선교지에서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라며 “고난에도 불구하고 선교의 대의명분에 끝까지 충실하고 개인적인 역경을 겪는 선교사들을 지원하는 것은, 한국선교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한편 총 3부로 드린 이날 감사예배는 1부 예배, 2부 교제, 3부 보고회로 진행됐다. 1부 예배는 김철민 목사(kriM 이사장, 대전제일교회 담임)의 사회, 이창호 목사(GMF 법인이사, 높은뜻광성교회)의 대표기도, 이태웅 목사(GMF 창립이사장, GLF 원장)의 설교,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담임)의 축사, 문상철 목사의 감사의 말씀, 이태웅 목사의 축도로 드렸다.